與 부동산 내홍… “규제 풀자” “文정부 지우기냐”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4-26 11:54:00 수정 2021-04-26 14: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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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왼쪽부터), 송영길, 우원식 당대표 후보가 2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부·울·경 당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1.4.24/뉴스1

“규제 풀어야 (대선) 이긴다” vs “정책 수정은 문 정부 부정이다”

일부 부동산 규제 완화를 둘러싼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갈등이 심상찮다. 특히 다음달 2일로 예정된 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부동산 정책 수정을 놓고 공방전이 뜨거워지면서 내홍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여기에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층인 일부 시민단체들은 정부의 정책 수정 움직임에 대해 강력 비난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4·7보궐선거’의 참패 이후 민주당이 정부와 논의를 통해 추진해온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 속도 조절,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에도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 풀어야 한다…당정 고위 관계자 잇따른 발언
당 대표 경선 후보로 나선 송영길 의원은 민주당에서도 부동산 규제 완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어제(25일) MBN과 인터뷰에서 “종부세나 보유세는 실현되지 않은 이득에 대해 과세하기 때문에 현금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커다란 부담을 준다”며 “부동산의 유동화를 통해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기간을 이연시키고,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수요자가 집을 가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현금부자들이 다 ‘줍줍’해간다”며 “생애 첫 주택구입을 하는 실수요자에 한해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완화해야 한다”고도 했다.

유력한 여당의 대선 후보로 분류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도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주택 정책의 핵심은 (주택이) 실거주용이냐, 투기 수단이냐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라며 “실거주용 1주택 또는 2주택에 대해선 생필품에 준하는 보호를 해야 한다”고 말해 규제 완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김병욱 의원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 20일 종부세와 재산세를 인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1주택자 종부세 납부 기준 금액을 9억 원(공시가격 기준)에서 12억 원으로, 종부세 공제액 기준은 6억 원에서 7억 원으로 각각 높이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 정청래 의원도 종부세 부과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상향할 것을, 이광재 의원은 서울 기준 종부세 과세 대상자를 상위 1%에만 적용할 것을 각각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분위기에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잇따라 부동산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정책 수정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홍 직무대행은 19일 대정부질문에서 “(종부세 부과 기준) 9억 원이 11, 12년 전에 마련된 것이다”며 “민의를 수렴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고, 부동산 정책 관련 잘못된 신호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런 의견을 같이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틀 뒤인 21일 열린 부동산시장 관계 장관회의에서도 “시장 불확실성을 조속히 걷어낸다는 측면에서 그동안 제기된 이슈에 대해 짚어보고 당정 간 협의하는 프로세스는 최대한 빨리 진행해 나가겠다”며 정책 수정 가능성을 강력 시사했다.


● 정책 후퇴다…친문계와 시민단체들 중심 반발 거세져
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당권을 두고 경쟁 중인 우원식 홍영표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송 후보의 부동산 정책 수정 필요성에 대한 발언을 강력 비판하고 있다.

친 문재인계로 분류되는 홍 후보는 25일 페이스북에 “송 후보의 문재인 정부 지우기가 걱정이다”며 “송 후보 머릿속에 있는 전략은 분열과 패배의 길이며, 꿈도 꾸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 후보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일부 민주당 의원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라는 투기억제의 마지노선까지 건드리고 있다. 정부 정책 신뢰성을 무너뜨리는 것’이라 지적한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글을 공유하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지켜가며 유능하게 대처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대한민국이 52만 명(종부세 부과 대상)의 나라가 아니다(소병훈 의원)”라거나 “종부세 부과 부담 때문에 선거에 졌다고 진단하는 것은 잘못 진단하는 것(진성준 의원)”라며 정책 수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23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있는 임시 사무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부동산 원칙을 쉽게 흔들어버리면 부동산 시장 전체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움직임에 힘을 실어줬다.

현 정부의 강력한 지지세력으로 평가받는 일부 시민단체들은 연일 당정의 부동산 정책 수정 움직임을 ‘정책 후퇴 시도’라 평가하면서 반발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연일 관련한 비판 논평을 쏟아낸 데 이어 26일에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송영길, 이광재, 김병욱 의원 등을 일일이 거명한 뒤 이들의 움직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 부동산정책 수정, 급제동 걸리나
이처럼 여당과 정부 내에서 상반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자 당정이 빠른 속도로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 수정에도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특히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 취임 이후 가장 먼저 꾸린 당내 부동산특별위원회는 내일(27일)로 예정된 첫 회의를 앞두고서 종부세 부담 완화 방침과 관련해 26일까지도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회의 테이블에 (해당 안건을) 올릴지 말지조차도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청와대도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은 22일 정의당 여영국 대표와 만나 “민주당 의원이 174명에 달해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것이 당정청의 공식적 입장으로 정리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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