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에 끼인 위기의 한국 반도체…“인재양성·인프라로 위기 넘자”

뉴스1

입력 2021-04-15 07:52:00 수정 2021-04-15 11: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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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본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미중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반도체 등 산업 대책 등을 논의한다. 사진은 2019년 12월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문 대통령.(청와대 제공) 2019.12.19/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주재하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HMM 등 반도체, 자동차, 조선, 해운 등의 산업을 대표하는 주요 대기업 경영자(CEO)들이 배석해 최근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한다.

이날 오후 2시30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릴 예정인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대책이 논의될 산업 분야 중 가장 관심을 모으는 산업은 반도체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등 세계 주요국의 반도체 패권 다툼이 날로 격화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존 전략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 CEO 서밋’이라는 주제로 회의를 열고 “반도체는 인프라다. 공격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며 인텔, 마이크론 등 자국 기업은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압박한 바 있다.


당시 회의에 초대된 19개 기업 중 한국에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포함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화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회의에는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참석하지만, 백악관이 던진 메시지를 일정부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설계와 장비 분야에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8월 자국 기술이 포함된 반도체 및 장비를 화웨이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제재안을 9월 발표하며 대(對)중국 견제를 본격화했다.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2021.3.21/뉴스1 © News1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반도체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전기차 등 미래 먹거리의 핵심산업으로 규정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 CEO 서밋에 앞서 지난 2월, 반도체를 비롯해 배터리, 희토류, 바이오의약품 등 4개 품목을 대상으로 100일간 공급망을 조사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백악관의 반도체 회의는 이 같은 공급망 조사 과정 중에 이뤄진 것으로 파운드리(위탁생산) 세계 1위인 TSMC와 2위인 삼성전자를 초대한 것은 미국이 자국에서의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확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연일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시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한국은 미·중 간 힘겨루기의 소용돌이에서 자칫 방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액은 393억1000만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 991억8000만달러의 39.6%를 차지한다. 73억달러로 7.4%를 차지한 미국에 비해 수출액이 5배 이상 많다. 대미국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24.7%로 중국 7.2%에 비해 높은 편이지만, 절대적인 금액에서는 중국이 압도적이어서 한국에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미·중 간 경쟁을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되, 반도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와 인재 양성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미국이 백악관 회의를 소집한 것처럼 한국도 민관이 협력,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미국이 반도체에서는 중국보다 절대적인 기술 우위에 있는 만큼 현재는 패권 전쟁이라기보다는 제조시설 구축 경쟁이라고 본다”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투자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왜 반도체 산업과 관련한 투자를 유치하려 하느냐를 살펴봐야 한다”며 “자동차와 가전 등 반도체가 필요한 산업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한국 정부도 공급망 안정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성철 사단법인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공장, 인력과 같은 인프라이며, 연구개발도 더 강화해야 한다”며 “중국 미국, 유럽 등이 전폭적으로 연구개발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정부도 이에 맞춰 좀 더 스피디하게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메모리반도체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되,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기초 소재에 대한 연구에 대한 국가 지원이 더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은 전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오히려 우리에게 더 자극을 줄 수 있고,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생산기업의 수요예측 실패와 지진, 정전 등으로 공급 부족 현상을 빚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서는 정부와 업계도 당장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는 기술 경쟁력의 정점에 있는 산업 분야가 아니어서 이익이 많지 않은 반면, 생산을 위해서는 6~9개월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만약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생산라인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려고 하더라도 라인 공정 전환, 인증 문제 등 시간이 꽤 소요된다”라며 “더구나 기존 주문 물량을 빼내고 생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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