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까지 정부 간섭” MZ세대 반발만 불러
사지원 기자 , 이지윤 기자
입력 2021-04-15 03:00 수정 2021-04-15 03:44
공정위 “中企와 상생” 압박에 대기업 급식일감 개방했지만… 다른 대기업이 낙찰
대기업 계열사가 맡아온 사내식당 일감을 중소기업에도 개방하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압박한 지 8일 만에 실시된 삼성전자 사내식당 급식업체 선정 입찰에서 다른 대기업과 중견기업 계열사가 선정됐다.
하루 1000명분 이상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대기업 단체급식 특성상 중소업체가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며 사업권을 따내기 힘든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은 “이젠 밥 먹는 것까지 정부가 간섭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을 명분으로 한 정부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13일 실시한 사내식당 2곳에 대한 외부 급식업체 경쟁입찰에서 신세계푸드(수원사업장)와 풀무원푸드앤컬처(기흥사업장)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급식업계 점유율 5위, 풀무원푸드앤컬처는 6위다. 공정위는 이달 5일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8개 대기업그룹과 가진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서 “독립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첫 시장 개방의 결과가 당초 의도와 딴판으로 나온 셈이다.
급식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식업은 외부 경쟁입찰을 거친다고 해도 중소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식자재 유통망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공급과 조리를 동시에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일 1000식(食)이면 중소 규모 업체가 진입하기 힘든 대형사업장으로 본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하루 급식량은 8000식, 기흥사업장은 1000식 이상이다. SK하이닉스 이천R&D센터 반도체 캠퍼스처럼 1만 식이 넘는 사업장도 있다.
결국 단체급식 사업에서 동등한 조건이라면 중소기업이 입찰을 따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2012년 공공 급식사업 입찰 당시에는 정부가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했지만 외국계인 아라코와 중견기업인 풀무원이 사업권을 따냈다.
단체급식 개방에 대해 MZ세대의 반발도 거세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근무하는 A 씨(35)는 “사업장 규모 때문에 외부로 오가기 힘들어 주로 구내식당에서 먹는다”면서 “왜 우리 밥 주는 회사를 공정위에서 간섭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윤모 씨(30)도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일감 개방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밥까지 정부가 간섭이냐”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중소 급식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입찰 방식으로는 중소기업이 사업권을 따내기 힘들다”며 “식자재 유통은 대기업이 하고, 식당 운영은 중소기업이 하는 이원화 구조를 통해 상생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일감을 늘려 상생토록 하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섣부른 급식 시장 개방으로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자재 공급과 별개로 급식업체 운영만 중소기업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원화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오른 가격 부담이 근로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업체가 자주 바뀌며 설비 비용이 추가로 들거나 식단가 유지 노하우가 없는 신규 업체 진입으로 이용자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급식 산업에서 무리하게 중소기업의 비중을 늘리려 하다 보면 급식의 질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대기업 계열사가 맡아온 사내식당 일감을 중소기업에도 개방하라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압박한 지 8일 만에 실시된 삼성전자 사내식당 급식업체 선정 입찰에서 다른 대기업과 중견기업 계열사가 선정됐다.
하루 1000명분 이상의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대기업 단체급식 특성상 중소업체가 가격과 품질을 유지하며 사업권을 따내기 힘든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은 “이젠 밥 먹는 것까지 정부가 간섭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을 명분으로 한 정부 정책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단체급식 특성 간과한 ‘일감 나누기’
삼성전자는 13일 실시한 사내식당 2곳에 대한 외부 급식업체 경쟁입찰에서 신세계푸드(수원사업장)와 풀무원푸드앤컬처(기흥사업장)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신세계푸드는 급식업계 점유율 5위, 풀무원푸드앤컬처는 6위다. 공정위는 이달 5일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8개 대기업그룹과 가진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에서 “독립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지만 첫 시장 개방의 결과가 당초 의도와 딴판으로 나온 셈이다.
급식업계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식업은 외부 경쟁입찰을 거친다고 해도 중소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식자재 유통망이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공급과 조리를 동시에 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1일 1000식(食)이면 중소 규모 업체가 진입하기 힘든 대형사업장으로 본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하루 급식량은 8000식, 기흥사업장은 1000식 이상이다. SK하이닉스 이천R&D센터 반도체 캠퍼스처럼 1만 식이 넘는 사업장도 있다.
결국 단체급식 사업에서 동등한 조건이라면 중소기업이 입찰을 따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2012년 공공 급식사업 입찰 당시에는 정부가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했지만 외국계인 아라코와 중견기업인 풀무원이 사업권을 따냈다.
○ MZ세대 “밥까지 공정위가 간섭하나” 반발
단체급식 개방에 대해 MZ세대의 반발도 거세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근무하는 A 씨(35)는 “사업장 규모 때문에 외부로 오가기 힘들어 주로 구내식당에서 먹는다”면서 “왜 우리 밥 주는 회사를 공정위에서 간섭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에 다니는 윤모 씨(30)도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일감 개방 소식이 알려진 직후에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밥까지 정부가 간섭이냐”는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중소 급식업체 관계자는 “현재의 입찰 방식으로는 중소기업이 사업권을 따내기 힘들다”며 “식자재 유통은 대기업이 하고, 식당 운영은 중소기업이 하는 이원화 구조를 통해 상생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일감을 늘려 상생토록 하는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섣부른 급식 시장 개방으로 가격 상승과 품질 저하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자재 공급과 별개로 급식업체 운영만 중소기업에 맡기는 방식으로 이원화하면 ‘규모의 경제 효과’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오른 가격 부담이 근로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업체가 자주 바뀌며 설비 비용이 추가로 들거나 식단가 유지 노하우가 없는 신규 업체 진입으로 이용자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급식 산업에서 무리하게 중소기업의 비중을 늘리려 하다 보면 급식의 질만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지원 4g1@donga.com·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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