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한 SK…美 시장 철수 대신 ‘선점’ 기회 이어간다
뉴스1
입력 2021-04-12 06:35 수정 2021-04-12 06:37
SK이노베이션이 입주해있는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 본사 모습. 2021.4.11 © News1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놓고 2년 동안 미국에서 법적 분쟁을 벌였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전격적으로 합의했다. ‘미국 사업 철수’라는 벼랑 끝에 섰던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의로 미국 내 사업을 지속하게 되면서 기사회생하게 됐다.지난 11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분쟁을 모두 종식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019년 4월부터 진행된 모든 소송 절차는 마무리됐다.
양사는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현재가치 기준으로 총 2조원(현금 1조원·로열티 1조원)을 지급하는 안에 합의했다. 또 관련한 국내외 쟁송을 모두 취하하고, 향후 10년 동안 추가 쟁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2조원의 합의금은 기존에 SK이노베이션이 주장하던 수준(약 1조원)보다 두 배나 높다. 특히 지난 10년 동안 미국 ITC에서 진행된 영업비밀 침해 관련 상위 10개 소송의 손해배상액 평균이 2억2770만달러(약 2500억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금액이다.하지만 미국 내 영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실(失)보다 득(得)이 더 크다는 의견이 많다. ITC 결정에 따라 10년 동안 배터리 제품의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 SK이노베이션은 조지아주(州)에 건설 중인 공장을 유예기간인 1~2년만 가동하고 그 이후엔 문을 닫을 상황이었는데, 합의가 성사되면서 이런 제한이 모두 없어졌다.
전세계 3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됐다는 의미도 있다. 현재 중국 시장은 정부가 자국 배터리 기업을 우대하고 있으며 유럽 시장은 유럽연합(EU)이 의욕적으로 역내 배터리 생산을 확대하고 있어 한국 기업은 이들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가 점점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에는 아직 유력한 자국 배터리 기업이 없으며, 미국 내에서 대규모 배터리 생산 기지를 확보한 기업도 SK이노베이션·LG에너지솔루션·파나소닉 등 3곳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이 다소 수월한 편이다. 특히 현재 한국 배터리 기업의 가장 큰 경쟁자는 중국으로 꼽히는데, 최근 미국 정부는 중국 제품을 견제하며 의존도를 낮추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충전하고 있다. © News1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내 사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 시장이 급속하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장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이번 합의로 미국 배터리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며 “미국은 물론 국내외 추가 투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번 합의로 SK이노베이션은 소송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지난 2019년 4월 첫 소송 이후 2년 동안 SK가 지출한 소송 비용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TC 소송과 별개로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 진행하는 손해배상 소송은 마무리까지 5년 정도 예상됐는데, 이 경우 소송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투자에 지출해 사업을 더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건설 중인 조지아주(州) 공장이 완공되면 SK이노베이션은 연간 43만대 분량(21.5GWh)의 배터리를 생산해 테슬라 기가 팩토리(35GWh) 다음으로 규모가 큰 배터리 공급사가 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로 불확실성을 줄인 건 SK이노베이션에게 플러스 요인인 것 같다”며 “아직 미국 시장에서 경쟁자가 많지 않은 만큼 지금이라도 집중해 사업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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