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국적기업 100곳, 돈 번 나라에 세금”… 해외 매출 많은 국내 대기업 영향권 들듯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1-04-10 03:00 수정 2021-04-1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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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소재 아닌 매출 발생국에 납부
OECD 논의 참여 140개국에 제안



‘글로벌 법인세 공조’에 나선 미국 정부가 다국적 기업 100곳에 대해 매출이 실제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게 하는 방안을 국제사회에 제안했다. 법인 소재지 국가에 세금을 내는 기존 법인세 체계를 뒤흔드는 것이어서 협의 과정에서 세금 부과 대상과 납부 방안 등을 두고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이나 유럽 등이 매출 발생 지역을 기준으로 법인세 부과에 나설 경우 해외 매출이 많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은 8일(현지 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괄적 이행체계(IF) 회의에서 이 같은 제안을 담은 문서를 각국에 전달했다. OECD IF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글로벌 조세제도를 논의하는 회의체로 약 14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OECD IF에서는 다국적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에 매기는 세금을 강화하는 방안(필라1)과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제(필라2) 등 2개 안건을 논의 중이다.

미국 측이 전달한 문서에는 기업의 업종이나 본사 위치와 상관없이 일단 100개 다국적 기업에 한정해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국가에 법인세를 납부하게 하자는 제안이 담겼다. 미국은 100개 기업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현재 유럽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에 초점을 맞춰 법인세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자국 IT 기업에 대한 차별적 과세에 반대해온 미국을 이번 제안에서 산업 분야를 IT 업종에 한정하지 않았다. 일부 다국적 기업이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 돈을 벌면서도 세금을 피하기 위해 본사는 법인세가 없는 버진아일랜드 같은 지역에 두는 식의 조세 회피를 차단하기 위한 국제 공조를 제안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제안대로 100개 기업이 법인세를 매출 발생국에 내게 되면 국내 대기업이나 국내에 진출한 외국 대기업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법인세 최저세율(21%)이 중소기업에 적용될 경우 이들의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외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에 내는 세금이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의 법인세 납부와 글로벌 법인세율 하한선은 대상 업종, 매출액, 소득 인정 방식 등 논의할 쟁점이 많다”고 했다. OECD IF는 올해 7월에 합의안을 도출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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