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끊긴 인사동 살리자”… 은행-지역단체 손잡고 ‘맞춤 대출’

신지환 기자 , 박희창 기자 , 신나리 기자

입력 2021-04-06 03:00:00 수정 2021-04-06 08: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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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1주년]리빌딩 대한민국 1부 포스트 코로나, 공존금융이 온다
〈3〉 지역사회-취약층 재기 돕는 금융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전통찻집 ‘정진\'을 운영하는 윤현실 씨.
■ 신한은행 종로지점의 지원으로 3000만 원 긴급 대출
■ 연간 찻집 운영을 위한 차 구매 가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제주 제주시 애월읍에서 수제차를 만들고 오겹살, 귤 등 제주도 특산물까지 유통하는 영농조합‘제주다’의 강석수 대표(51)는 지난해 4월 ‘잔인한 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광객이 끊기면서 직영점 4곳 중 2곳을 닫아야 했다. 매출은 70% 가까이 떨어졌고 프리마켓 등 소비자들과의 접점도 사라졌다. 강 대표는 “대출을 받아가며 간신히 버텼지만 끝이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존폐 기로에 놓인 제주다에 손을 내민 건 삼성카드다. 중소기업과 협업을 늘려가던 삼성카드가 온라인 판매 채널을 확대해 위기를 극복해 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제주다는 작년 9월 삼성카드 온라인 쇼핑몰에 이어 올 설에는 삼성 임직원 쇼핑몰에 입점했다. 사흘 만에 한라봉, 천혜향 등 3000만 원어치를 판매할 정도로 ‘대박’을 쳤다. 매출은 4배 이상으로 뛰었다.

“매출이 늘어난 것도 좋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다시 쌓아갈 수 있다는 게 감사해요.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강 대표는 “금융사들이 영농기업, 중소기업과 함께 고민하고 협력할 때 ‘착한 경제’가 실현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로 고통받는 저소득층, 영세기업, 청년 등 취약계층이 주저앉지 않고 재기의 꿈을 꿀 수 있어야 한국이 지속 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금융사들이 지역사회와 취약계층들의 버팀목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이유다.

○ “전통문화 보존하자” 은행 지점이 자금 지원

관광객이 사라진 서울 종로구 인사동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고(古)미술 화랑, 고가구 판매점, 한복 대여점 등 인사동의 상징인 전통문화 가게들은 충격이 더 컸다. 영세한 데다 신용도가 낮아 금융사 대출마저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단법인 인사전통문화보존회의 신소윤 회장(58)은 “전통문화 상점은 보존 가치가 있지만 코로나19 피해를 입증하거나 금융사에 담보를 제공하기가 쉽지 않다. 재기 불능의 위기가 닥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과 동고동락했던 전영철 신한은행 종로지점장은 전통문화지구인 인사동이 쓰러지는 걸 지켜보기만 할 수 없었다. 종로지점은 전통문화보존회와 손잡고 특별한 대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보존회가 각 상점의 평판, 업력 등 비금융정보를 평가해 신한은행에 추천하면, 신한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신용보증재단, 서민금융진흥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을 연계해 자금 지원을 받도록 했다. 전 지점장은 “지점이 앞장서 금융 지원의 사각지대를 해소해 보고자 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받은 전통문화 상점은 210곳. 전통찻집 ‘정진’을 하는 윤현실 대표(51)도 3000만 원을 대출받아 차를 구입할 수 있었다. “찻집은 차 들여올 타이밍을 놓치면 1년 가게 운영이 막혀요. 구매대금을 마련하지 못해 힘들었을 때 지점장이 도움이 필요하지 않냐고 묻더군요. 제 마음을 읽고 찾아온 줄 알았습니다.”

농구 선수 출신인 김정민 씨(49)는 10년 넘게 운영해온 어린이 스포츠클럽 ‘마이더스 주니어’를 접으려고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단체수업은 물론이고 개인레슨을 받는 아이들도 모두 끊긴 탓이다. 들어오는 돈은 없지만 월세, 직원 월급 등으로 매달 1500만 원 넘게 빠져나갔다.

버팀목이 된 건 NH농협은행이다. 은행 보유 건물에 세 든 김 씨의 사정을 알고 농협은행은 올 6월까지 매달 100만 원의 사무실 월세를 깎아주기로 했다. 김 씨는 “100만 원이 우리 같은 사람에겐 큰 힘이 된다. ‘여태 고생했는데 조금만 더 버텨 보자’고 격려한 은행 직원들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 학력 격차·저출산 해소도 앞장서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어린이 스포츠클럽 ‘마이더스 주니어' 운영하는 김정민 씨.
■ NH농협은행이 월 임대료 100만 원 감면
■ 폐업 기로에서 벗어나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최근 ESG(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경영이 확산되면서 금융권과 지역사회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확대된 청소년의 학력 격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금융사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나모 양(16)은 대학생 멘토가 생겼다. KB금융그룹이 1월부터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과 손잡고 운영하는 교육 플랫폼 ‘KB라스쿨’을 통해서다. ‘멘토 언니’는 공부하는 법, 시간계획표 작성, 학교생활기록부 관리, 입시 정보 등 고등학생에게 필요한 걸 모두 알려준다.

KB금융은 코로나19 사태로 정상적인 학습이 어려운 취약계층 청소년을 위해 이 플랫폼을 마련했다. 한국 경제의 주역이 될 미래 세대를 지원하고 저출산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물론이고 궁극적으로 금융사의 성장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서울 대치동 학원과 인터넷 강의의 유명 강사들이 온라인 특강을 진행한다. 대학생 멘토들은 1주일에 4번, 하루 2시간씩 상담을 해준다. 나 양은 KB라스쿨에서 공부에 재미를 붙였고 사회복지사라는 꿈도 생겼다. “멘토 언니가 봉사활동을 많이 해보래요. 제가 도움 받은 만큼 나중에 저도 베풀면서 살고 싶어요.”

보육과 양육에 대한 사회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금융권의 노력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이 하나금융그룹의 ‘어린이집 100개 만들기’ 프로젝트다. 2018년부터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국공립 29개, 직장어린이집 6개 등 35개의 어린이집을 세웠다. 특히 보육시설이 많지 않은 지방 중소기업과 지역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힘쓰고 있다. 어린이집 100개가 완공되면 9500여 명의 아이들이 보육 기회를 얻게 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 혈맥인 금융의 이 같은 지원은 우리 사회 전체에 깨끗한 피가 돌게 한다”며 “지역사회와 인구 기반을 단단히 다져 놓아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상화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中企 금융지원 1년간 320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1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어려움에 빠진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권의 지원 규모가 320조 원을 넘어섰다. 금융사들이 모은 돈을 재원으로 취약계층을 돕는 새로운 금융상품도 올 하반기(7∼12월) 공개된다.

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2월 7일부터 지난달 19일까지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을 위해 전 금융권이 지원한 자금은 320조5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을 통한 금융 지원 규모가 253조9000억 원이다. 금융위는 “지난 1년 동안 금융권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취약 부문의 자금난이 줄어들고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아갔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대한 금융 지원이 두드러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피해가 큰 음식점업에 대한 금융 지원은 1년여 동안 57만5000건으로 가장 많았다. 소매업(46만8000건) 도매업(35만900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함께 하반기에는 소득이나 신용이 낮은 취약계층도 이용할 수 있는 대출, 신용카드 상품도 나온다. 기존 정책서민금융 상품(햇살론 등)을 1년 이상 이용하고 최근 1년 이내에 신용도가 오른 저소득자(연소득 3500만 원 이하)는 ‘햇살론 뱅크’를 이용할 수 있다. 최대 2000만 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정책서민금융 지원 이후에도 은행권 문턱을 넘지 못해 취약계층이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신용카드를 발급받기가 어려워 할부, 포인트 같은 혜택에서 소외됐던 사람도 쓸 수 있는 ‘햇살론 카드’도 선보인다. 신용도 하위 10% 이하인 사람들 가운데 신용관리 교육을 최소 3시간 이상 받고 소득 증빙이 가능하다면 최대 200만 원까지 이용할 수 있는 햇살론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이 상품들을 위한 재원은 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전 금융권이 나눠서 마련한다. 서민금융법(서민의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 가계대출을 하는 금융사들은 서민금융 재원 마련을 위해 가계대출 잔액의 0.03%를 각각 출연하게 된다.

신지환 jhshin93@donga.com·박희창·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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