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이슈&뷰]뜨는 공유주택, 발목 잡는 제도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입력 2021-04-06 03:00 수정 2021-04-06 04:53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1인가구 30%시대… 절반이 월세
만족도 높은 공유주택 수요 급증
현행법상으론 허가된 사업 불가능
해외 대도시들은 적극적 대응 나서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국내 1인 가구의 비율이 30.2%로 증가하고 있고 이들 중의 47.3%가 월세를 살고 있다. 특히, 대도시의 도심이나 대학가에 사는 1인 청년가구의 대부분은 반지하, 고시원 등 열악한 환경에서 월세를 살고 있어 이들을 위한 공유주택의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최근 국토교통부의 주택공급 확대정책과 연계해 1인 가구를 위한 공유주택은 역세권의 중요한 주택공급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공유주택은 개별단위 공간에 침대, 화장실, 냉장고가 설치돼 있고, 그 밖에 공유주방, 공동세탁실 등을 공유공간으로 제공하는 주택을 뜻한다. 여기에 택배 대행서비스, 요가, 피트니스 프로그램, 교양강좌, 작은 콘서트 등 다양한 맞춤 서비스도 제공돼 만족도가 높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기존 호텔을 리모델링하고 민간업체에 위탁해 1인 청년가구를 위한 공유주택 임대사업을 하고 있고, 민간에서도 ‘미스터 홈즈’, ‘어반 하이브리드’, ‘MGRV’ 등의 업체가 공유형 주택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유형 주택사업은 현행법의 규정으로 허가된 공유주택 사업이 아니고, 1인 청년가구 맞춤형 공유주택을 합법적으로 신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행 건축법상의 규정에는 공유주택이라는 건물 유형이 없어서, 기존 공유주택 사업자는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기숙사 등으로 건축 허가를 받아 편법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허가를 받으면 가구별로 독립된 부엌 공간과 가구당 주차장 규정을 맞추어야 하고, 기숙사로 건축허가를 받으면 학교나 공장 등의 기관이 해당 학생이나 종업원을 대상으로만 운영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최근 인기 있는 1인 청년가구를 위한 공유주택 사업은 불법적 사업이 된다.

해외에서는 청년 일자리의 대도시 집중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2006년부터 미국 뉴욕의 커먼, 영국 런던의 더 컬렉티브, 독일 베를린의 쿼터스 등 공유주거전문 창업기업이 생겨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해외 관련기관에 따르면 전 세계 공유주거 시장 수요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80억 달러(9조 원), 참여 기업 수는 160여 개다. 해외 대도시들은 1인 청년가구를 위한 ‘공유주택 사업’의 필요성을 시대적 흐름으로 인식하고, 공급을 촉진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 한 민간기업에서 공유주택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국토부에 ‘공유주택’ 규정 마련을 요청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으나, 1년 가까이 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다. ‘사회적 현상’이 먼저일까? ‘법 규정’이 먼저일까? ‘법 규정’이란 다양한 ‘사회적 현상’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관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장치이다. ‘사회적 현상’이 있고 변화의 ‘지속적 추세’가 분명히 있음에도, ‘법 규정’이 미비해서 새로운 사회적 흐름의 발목을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선진국처럼 ‘공유주택’이라는 건축법 규정 마련을 통해서, 1인 청년가구를 위한 양질의 주거 환경이 적극적으로 제공되기를 기대해본다.

구자훈 한양대 도시대학원 교수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