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도시 현지 라디오 들으며 드라이브’… 랜선 여행의 진화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4-02 03:00 수정 2021-04-02 03:07
랜선 투어, 어디까지 가 봤니
서울 뉴욕 등 50곳 차로 누비는 영상, 이용자들 “코로나 우울증 떨쳐냈다”
여행업계, 가상 상품 잇따라 출시… 현지 가이드가 화상 통해 명소 소개
VR 활용 국내 여행지 체험도 인기
차량 안에서 창 밖 풍경을 내다보는 듯한 랜선 여행 웹 페이지 ‘드라이브 앤드 리슨’. 오른쪽 하단에 실시간 방송되는 현지 라디오가 표시된다. 위쪽부터 미국 하와이,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거리. 이용자들은 “기발하다” “고맙다”고 말한다. 드라이브 앤드 리슨 화면 캡처

팬데믹으로 막힌 하늘길과 바닷길 대신 온라인으로 새 여행길이 뚫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억눌린 여행 수요와 업계의 자구책이 맞물리며 ‘랜선 여행’ ‘가상 여행’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랜선 여행 웹페이지는 ‘Drive & Listen’이다. “현지 라디오를 들으며 차를 타고 도시를 여행하자”는 게 모토다. 웹페이지에 접속해 서울, 뉴욕, 파리 등 세계 50여 개 도시 중 여행하고 싶은 곳을 클릭하면 현지 라디오 방송과 함께 차를 타고 도시를 누비는 듯한 영상이 재생된다. 이용자들은 “덕분에 코로나 우울감을 떨쳐냈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입소문을 타고 세계에서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 미국, 유럽 언론에서도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는 핫한 서비스’로 소개했다.
놀랍게도 서비스는 무료다. 이는 독일 뮌헨 공대(TU M¨unchen)에 재학 중인 터키 출신 유학생 에르캄 세케르(25)가 지난해 5월 “고향 이스탄불이 너무 그리워서” 만든 사심 가득한 서비스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게 온라인으로 대체됐지만 출퇴근, 등교, 여행 등 길 위에서 보내던 시간은 되찾지 못했다”며 “고향의 거리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웹페이지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 소음이 적절히 섞인 유튜브 영상과 드라이브 중 빼놓을 수 없는 실시간 FM 라디오를 연결했을 뿐”이라며 “가상 여행 도시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각자 사는 도시를 촬영해 사용해달라는 ‘영상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방문자는 수백만 명을 넘어섰다. 무료인 대신 그는 “커피 한 잔 사 달라”며 4유로 후원 배너를 달았다. 그는 “지금까지 커피를 1000잔 이상 후원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마이리얼트립, 프립 등 여행업계도 랜선 여행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지 거주 가이드가 화상을 통해 직접 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식과 박물관, 미술관 등 특정 주제에 맞춰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여행상품을 중개하는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4월 거래액이 10억 원까지 줄었지만 랜선 여행을 선보인 이후 지난해 10월 거래액이 100억 원까지 회복됐다.
라이브 랜선 투어만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가이드라이브’도 등장했다. 한 시간 정도 진행하는 투어는 회당 1만∼2만 원 수준. 가이드 신기환 씨(33)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 도슨트 투어는 회당 평균 15명씩 참여한다. 처음엔 누가 가상 여행을 하겠나 싶었지만 수요는 꾸준하다”고 했다.
국내 여행지도 랜선으로 들어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선보인 ‘집콕여행꾸러미’ 시리즈에서 군산, 경주 상품은 큰 호응을 얻었다. 에어비앤비, 클룩 등 해외 기업도 국내외 가상 여행, 랜선 체험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 소셜 애플리케이션인 틴더도 1일 가상 체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패스포트’ 기능을 한 달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목적지를 선택한 뒤 현지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가상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구글어스’ ‘갈라360’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랜선 여행,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KT도 슈퍼VR 플랫폼에서 160여 편의 가상 여행 콘텐츠를 제공한다. 제주도 여행지 200여 곳을 360도 영상으로 서비스하는 ‘제주투브이알’도 인기다. CGV는 스크린으로 랜선 여행을 끌어왔다. 2월 처음 선보인 ‘Live 랜선 투어’의 여행지는 홍콩이었다. CGV는 “새 여행지도 확충할 계획”이라며 “여행에 목말랐던 이들에게 색다른 여행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서울 뉴욕 등 50곳 차로 누비는 영상, 이용자들 “코로나 우울증 떨쳐냈다”
여행업계, 가상 상품 잇따라 출시… 현지 가이드가 화상 통해 명소 소개
VR 활용 국내 여행지 체험도 인기
차량 안에서 창 밖 풍경을 내다보는 듯한 랜선 여행 웹 페이지 ‘드라이브 앤드 리슨’. 오른쪽 하단에 실시간 방송되는 현지 라디오가 표시된다. 위쪽부터 미국 하와이, 프랑스 파리, 일본 도쿄 거리. 이용자들은 “기발하다” “고맙다”고 말한다. 드라이브 앤드 리슨 화면 캡처팬데믹으로 막힌 하늘길과 바닷길 대신 온라인으로 새 여행길이 뚫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억눌린 여행 수요와 업계의 자구책이 맞물리며 ‘랜선 여행’ ‘가상 여행’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끄는 랜선 여행 웹페이지는 ‘Drive & Listen’이다. “현지 라디오를 들으며 차를 타고 도시를 여행하자”는 게 모토다. 웹페이지에 접속해 서울, 뉴욕, 파리 등 세계 50여 개 도시 중 여행하고 싶은 곳을 클릭하면 현지 라디오 방송과 함께 차를 타고 도시를 누비는 듯한 영상이 재생된다. 이용자들은 “덕분에 코로나 우울감을 떨쳐냈다”며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입소문을 타고 세계에서 이용자들이 몰리고 있다. 미국, 유럽 언론에서도 ‘팬데믹을 이겨낼 수 있는 핫한 서비스’로 소개했다.
놀랍게도 서비스는 무료다. 이는 독일 뮌헨 공대(TU M¨unchen)에 재학 중인 터키 출신 유학생 에르캄 세케르(25)가 지난해 5월 “고향 이스탄불이 너무 그리워서” 만든 사심 가득한 서비스다. 그는 최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모든 게 온라인으로 대체됐지만 출퇴근, 등교, 여행 등 길 위에서 보내던 시간은 되찾지 못했다”며 “고향의 거리를 걷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 웹페이지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도시 소음이 적절히 섞인 유튜브 영상과 드라이브 중 빼놓을 수 없는 실시간 FM 라디오를 연결했을 뿐”이라며 “가상 여행 도시를 늘려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각자 사는 도시를 촬영해 사용해달라는 ‘영상 기부’도 이어지고 있다. 방문자는 수백만 명을 넘어섰다. 무료인 대신 그는 “커피 한 잔 사 달라”며 4유로 후원 배너를 달았다. 그는 “지금까지 커피를 1000잔 이상 후원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마이리얼트립, 프립 등 여행업계도 랜선 여행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지 거주 가이드가 화상을 통해 직접 여행지를 소개하는 방식과 박물관, 미술관 등 특정 주제에 맞춰 도슨트 투어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여행상품을 중개하는 마이리얼트립은 지난해 4월 거래액이 10억 원까지 줄었지만 랜선 여행을 선보인 이후 지난해 10월 거래액이 100억 원까지 회복됐다.
라이브 랜선 투어만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스타트업 ‘가이드라이브’도 등장했다. 한 시간 정도 진행하는 투어는 회당 1만∼2만 원 수준. 가이드 신기환 씨(33)는 “영국 내셔널 갤러리 도슨트 투어는 회당 평균 15명씩 참여한다. 처음엔 누가 가상 여행을 하겠나 싶었지만 수요는 꾸준하다”고 했다.
국내 여행지도 랜선으로 들어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선보인 ‘집콕여행꾸러미’ 시리즈에서 군산, 경주 상품은 큰 호응을 얻었다. 에어비앤비, 클룩 등 해외 기업도 국내외 가상 여행, 랜선 체험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 소셜 애플리케이션인 틴더도 1일 가상 체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패스포트’ 기능을 한 달간 무료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목적지를 선택한 뒤 현지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거나 가상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구글어스’ ‘갈라360’은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랜선 여행, 실감미디어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KT도 슈퍼VR 플랫폼에서 160여 편의 가상 여행 콘텐츠를 제공한다. 제주도 여행지 200여 곳을 360도 영상으로 서비스하는 ‘제주투브이알’도 인기다. CGV는 스크린으로 랜선 여행을 끌어왔다. 2월 처음 선보인 ‘Live 랜선 투어’의 여행지는 홍콩이었다. CGV는 “새 여행지도 확충할 계획”이라며 “여행에 목말랐던 이들에게 색다른 여행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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