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폭풍성장… 금융당국선 “중금리 대출 확대하라”

이상환 기자 , 박희창 기자

입력 2021-04-02 03:00 수정 2021-04-02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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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3개월새 172만명 유치… 카카오뱅크도 고객증가 이어져
금융위 “고신용자 중심 대출 치중”… 중금리 대출 확대 계획서 요구
케뱅-카뱅 “관련 비중 대폭 늘릴것”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석 달 만에 고객 수를 78% 넘게 늘리며 압도적 선두인 카카오뱅크 추격에 나섰다. 7월 출범하는 토스뱅크까지 가세하면 인터넷전문은행 간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들에 중금리 대출 확대를 주문하며 고신용자 중심의 몸집 불리기 경쟁에 제동을 걸었다.

1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고객 수는 391만 명으로 2020년 말보다 172만 명(78.5%) 증가했다. 3개월 동안 늘어난 고객 수는 2018년부터 3년 동안 유치한 전체 고객 수(157만 명)보다 많다. 수신 잔액 역시 8조7200억 원으로 3개월 만에 4조9700억 원(132.5%) 증가했다. 케이뱅크는 하루만 맡겨도 연 0.6%의 이자를 제공하는 파킹통장 ‘플러스박스’뿐만 아니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와 실명확인 계좌 발급 관련 제휴를 맺은 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업계 1위인 카카오뱅크의 고객 수는 1417만 명으로 올 1분기(1∼3월)에 57만 명 증가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두 은행에 중금리 대출 확대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연간 중금리 대출 비중을 얼마나 늘릴지를 담은 계획서를 받을 예정”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인가를 받을 때 중금리 대출 확대 등을 조건으로 인가를 받았는데 지금 기존 은행과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 설명했다. 중금리 대출은 은행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4∼6등급(옛 신용등급 기준) 중신용 고객에게 연 10% 내외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을 뜻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중금리 대출보다는 손쉽게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에 치중해 왔다. 올 2월 금융위는 “현재 4등급 이하의 차주가 은행은 24% 정도인데, 인터넷전문은행은 21%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당초 법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경쟁 격화와 당국의 견제로 올 하반기(7∼12월) 중금리 대출 시장에선 격전이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2023년까지 옛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의 대출 비중을 전체 대출의 30%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역시 올해 고신용자 대출을 줄이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지난해보다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국내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되는 토스뱅크도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토대로 중금리 대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상환 payback@donga.com·박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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