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지탄받는데…영등포역-창동 등 2만5000채 공공주도 개발

황재성기자

입력 2021-03-31 14:17:00 수정 2021-03-31 16: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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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표 공공주도 개발 후보지 21곳 중 하나인 서울 영등포구 일대.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주변과 도봉구 창동 공장지대, 도봉구 쌍문1동 덕성여대 주변 등 21곳이 정부가 ‘2·4 대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됐다.

정부는 이들 지역의 용적률을 현재보다 평균 230%가량 끌어올려 약 2만 5200채의 주택을 지을 계획이다. 또 4월과 5월에는 서울에서, 6월에는 경기 인천 지방 5대 광역시에서 각각 추가 후보지를 선정 발표하기로 했다.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21곳은 해당지역의 토지 등 소유자 가운데 10% 이상이 동의하면 이르면 7월에 사업예정지구로 지정된다. 정부는 연내 토지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본지구로 지정할 요건을 갖추면 토지주에게 민간 재개발사업 때보다 최대 30%포인트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LH 직원 땅 투기 의혹 제기 이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가 잇따르면서 공공 주도 개발사업에 대한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음달 7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민주당과 통합야당 후보가 도심 재개발·재건축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 용적률 240%포인트↑, 수익률 30%포인트 ↑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3080+ 주택공급 방안 1차 선도사업 후보지 선정' 결과를 31일 발표했다. 대상지역은 모두 서울에 있는데, 금천, 도봉, 영등포, 은평구 등 4개 구, 21곳이다.

이 지역들은 서울시내 자치구들이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대상으로 신청한 곳 가운데 △규모와 노후도 등을 고려한 입지요건과 △토지주에 대한 추가수익과 도시계획 인센티브 등을 따진 사업성요건 등을 반영해 선정됐다.

국토부는 21곳에 대한 사업효과 분석 결과, 종 상향 등을 통해 용적률은 현재보다 238%포인트(평균 기준), 민간 재개발 추진 때보다는 111%포인트 정도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주택 수는 평균 40%, 토지주의 사업수익률은 30%포인트가량 각각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역세권 후보지 9곳에서 7200채, 준공업지 2곳에서 500채, 저층주거지 10곳에서 1만7500채 등 모두 2만 5200채의 주택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토부는 이번 후보지역들에 대해선 전체 토지 등 소유자의 10% 이상이 동의하면 이르면 7월부터 예정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다. 또 연내 주민 필요한 주민동의를 모두 받아 본지구로 지정할 수 있게 되면 토지주에게 민간 재개발사업 대비 최대 30%포인트 늘어난 최고 수익률을 보장할 방침이다.

국토부는 투기를 막기 위해 예정지구로 지정할 때 특이거래에 대해 조사하고, 필요하면 국세청에 통보하거나 경찰청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이번에 공개된 선도사업 후보지에 대해선 정부의 지원을 집중해 가시적인 성과를 빠르게 내고, 철저한 투기 검증작업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 영등포역 등 9곳, 주거상업고밀지구로 변신
이번에 후보지로 선정된 역세권은 모두 9곳이다. △금천구 가산디지털역 인근 △도봉구의 방학역·쌍문역 동측·서측 △영등포구 영등포역 △은평구의 연신내역·녹번역·세젤역 동측·서측 등이다.

이들 후보지는 모두 면적이 5000㎡를 넘고, 승강장에서 반경 350~500m 이내에 위치하면서, 지은 지 20년 넘은 건축물이 지역 내 전체 건축물의 50% 이상 차지하는 곳들이다.

국토부는 이 지역을 모두 ‘주거상업고밀지구’로 지정해 개발할 방침이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곳은 면적이 가장 크고, 공급 주택 수도 많은 영등포역 일대다. 면적 9만5000㎡에 달하는 이곳은 노후도가 78%에 달해 정비사업 등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수도권 전철 1호선 지상구간으로 영등포역 앞과 단절돼 개발이 더뎠다. 또 소규모 비정형 필지가 많고, 권리관계가 복잡해 이주대책 마련 등에 어려움이 컸다.

국토부는 영등포역 일대를 역세권과 지역생활거점의 특성을 고루 갖춘 ‘직주근접 컴팩트시티’로 개발할 계획이다. 공급주택 수는 무려 2580채에 달한다. 대중교통 접근성과 여의도 등과 연결돼 있는 사업지 북쪽에 고층 업무·상업시설을, 남쪽에는 주거단지를 각각 배치한다는 게 국토부의 구상이다.

● 창동 공장지대, 직주 근접형 주거단지로 변신
준공업지역 가운데 후보지로 선정된 곳은 도봉구의 창동 674번지 일대와 창2동 주민센터 일대 2곳이다. 이 가운데 창동 674번지 일대는 면적이 9787㎡에 달하는 섬유 관련 산업 밀집지역이었다. 80년대 대형 공장 이전에 따라 산업기능이 위축되면서 빌라 위주의 주거시설 밀집지역으로 바뀐 채 유지돼 왔다.

또 준공업지역이지만 산업시설은 없고 도시기반시설은 부족한 서울 도심 내 대표적인 낙후지역이었다. 정비가 시급했지만 토지비율이 낮아 정비사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주민 주도의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어려운 곳으로 평가됐다.

국토부는 이들 두 곳을 ‘주거산업융합지구’로 지정해, 주택 500여 채와 스타트업 육성 공간 및 연구개발(R&D) 센터 등을 지을 계획이다. 또 이들 지역에 부족한 상업·편의·문화시설 등 생활SOC를 설치하여 고밀 복합 근린 생활 중심지로 바꿔나갈 예정이다. 직주근접형 주거단지로 변신한다는 뜻이다.

국토부는 “앞으로도 주거지역화가 광범위하게 진행된 준공업지에 대해서는 주거지 위주로 개발하되, 지역 여건에 따라 첨단 산업 기능을 일부 복합하는 방식의 개발모델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도봉·은평 단독주택밀집지, 고층 아파트 단지로
저층주거지는 모두 10곳이다. △도봉구의 쌍문1동 덕성여대 인근과 방학2동 방학초교 일대 △영등포구의 신길2·4·15구역 △은평구의 논번동 근린공원·불광근린공원·수색14구역·불광동 329-32 일대·증산4구역 등이다.

이들 지역은 모두 1종 또는 2종 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고 노후도가 76~95%에 달해 정비사업이 시급했다. 정부 계획대로 주거공급활성화지구로 지정되면 채광·높이 기준 등 건축·도시 규제가 완화되고, 생활SOC 등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게 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곳은 은평구 불과동 불광근린공원 일대다. 면적만 6만7335㎡에 달한다. 1종,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된 데다 용적률이 131%에 불과해 민간 주도 개발이 어려운 곳이었다. 주민들은 이곳을 ‘5·6대책’에 따라 추진되는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로 신청하기도 했지만 기준 미달로 탈락하기도 했다.

이곳은 GTX 역세권인데다 사업지 동쪽에 대규모 근린공원이 있고, 북한산도 조망할 수 있어 주거지로 큰 인기를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국토부는 용적률을 높여서 이곳에 1650채 규모의 고층 아파트 단지를 지을 계획이다.

● 넘어야 할 산 적잖다
이 사업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내놓은 ‘2·4대책’의 핵심 내용 가운데 하나이다. 정부도 집값 안정을 위해선 대책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부 의도대로 사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여파로 공공기관이 주도하는 사업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졌다는 게 문제다. 이번 사업은 LH나 SH 등 공공기관이 토지주로부터 땅을 넘겨받아 사업을 진행한 뒤 주택 등으로 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공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사업이라는 뜻이다. LH와 SH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정비조합 등과 공동사업자로 참여하는 공공재개발 사업에 대해서도 이미 주민 반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이 유력한 여야 후보 모두 민간 주택시장 규제 완화를 공약한 상황이라는 점도 걸림돌이다. 민간 주택사업이 활발해지면 굳이 임대주택을 더 지으면서 공공이 개입하는 사업 방식을 택할 이유가 없어진다. 여기에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질되고,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시한부’ 상태라는 점도 문제다. 공공 주도 개발을 이끌어갈 추진동력이 사실상 사라진 셈이기 때문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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