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튜디오지니’ 출범… 빅데이터 기반 콘텐츠 사업 강화

이건혁 기자

입력 2021-04-01 03:00 수정 2021-04-01 03:00

|
폰트
|
뉴스듣기
|
기사공유 | 
  • 페이스북
  • 트위터
[새로운 미래, 빛나는 혁신]KT
흥행 실력 인정받은 제작사와 협업
펀드 조성해 편당 500억 원 지원



“KT의 미디어 플랫폼이 발전하려면 콘텐츠는 필수다. 콘텐츠로도 돈을 벌 수 있는 때가 됐다.”

구현모 KT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KT의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은 지난해 10월 KT가 내놓은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으로의 전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는 콘텐츠 제작, 방영, 국내외 판매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완성함으로써 ‘디지코’ KT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KT의 국내 최고 수준 빅데이터 분석 역량으로 흥행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에 핀 포인트로 투자한다. 아울러 K콘텐츠의 새로운 유니콘 ‘KT 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국내 제작사들과 상생하는 ‘위드 KT(With KT)’ 생태계를 창출해 미디어 콘텐츠를 디지코 KT의 성장 엔진으로 삼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KT 콘텐츠 강화 전략의 핵심은 1월 출범한 콘텐츠 제작 전문법인 ‘KT 스튜디오지니’다. 스튜디오지니 수장에는 20년간 OCN과 CJ ENM을 거쳐 지난해 네이버 앱서비스를 총괄했던 미디어 전문가 김철연 공동대표가 영입됐다.

KT 스튜디오지니는 자회사 스토리위즈가 보유한 원천 지식재산권(IP) 자산을 활용해 드라마, 영화, 예능 등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다. 이후 스카이TV 실시간 채널을 비롯해 인터넷TV(IPTV) 올레tv, 스카이라이프 등 KT그룹 플랫폼에서 1, 2차 판권을 유통한다. 또 KTH,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 등을 통해 국내외 후속 판권을 유통한다. KT그룹 내에서 콘텐츠를 제작해 이익을 내고 다시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겠다는 것이다.

KT가 다각도로 분석해 온 고객 1300만 명의 미디어 시청 빅데이터도 강력한 무기다. KT의 미디어 빅데이터는 감독, 작가, 출연진 등의 기본 정보와 KT만이 보유한 장면 분석 정보를 결합한 콘텐츠 데이터에 콘텐츠 시청 집중도와 유지율, 이용 패턴 등 시청 데이터와 시청자 데이터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KT는 AI 기술 기반 흥행 예측 모델로 10단계의 흥행 등급 부여, KT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에 활용한다.

KT 스튜디오지니는 위드 KT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KT그룹이 보유한 플랫폼 간 유기적인 협력을 주도해 각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고, 이를 토대로 국내외 유력 제작사 및 플랫폼 사업자들과 상호 호혜적 파트너십을 맺는다. 글로벌 OTT의 제작 하청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의 우려를 해소하고,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KT 스튜디오지니는 자체 플랫폼이 없는 순수 제작사를 비롯해 국내외 OTT, 모바일 플랫폼 기업 등과 광범위한 협력을 도모한다. 현재 KT 스튜디오지니는 흥행 작품으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는 제작사 10여 곳을 비롯해 중소 제작사 10여 곳과 ‘윈윈’ 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 그동안 콘텐츠 제작사의 IP를 대가로 제작비를 지원하고, 제작비 중 일부를 마진으로 주고받아 온 방식을 탈피해 콘텐츠 수익뿐만 아니라 IP 자산도 제작사와 공유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KT 스튜디오지니는 2023년까지 원천 IP 1000개 이상, 드라마 IP 100개 이상을 확보해 기업가치 1조 원을 인정받겠다는 게 목표다. IP 펀드를 조성하며 편당 최대 500억 원을 투입한다. 구 대표는 “국내에 있는 다른 회사들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금액은 밝히지 않았으나 토종 OTT 웨이브(3000억 원)와 티빙(4000억 원)의 투자 규모를 감안하면 4000억 원 이상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T 스튜디오지니의 첫 작품은 올해 3분기(7∼9월) 내 공개를 목표로 제작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물량은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과 수요가 커지면서, 글로벌 OTT 서비스들의 국내 진출도 활발해지고 있다. 해외 자본에 대한 한국 콘텐츠 시장의 의존도 역시 점차 심화되고 있다. 국내 콘텐츠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국내 자본의 수혈이 필요한 시점인 만큼, 콘텐츠 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는 KT그룹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라이프



모바일 버전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