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사태 한달만에 ‘檢 직접수사’…검사들 “선거 앞둔 말장난”

뉴스1

입력 2021-03-30 15:55 수정 2021-03-30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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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3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2021.3.30/뉴스1 © News1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공직자 투기 의혹 사태와 관련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며 ‘직접 수사’를 거론하고 나섰다. 3월 초 LH 사태가 발생한지 약 한 달 만이다.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잠재우기 위해 검찰을 끌어들인 것인데, 검찰 내부에선 “의미없는 말장난” “선거를 앞두고 우왕좌왕한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3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LH발 공직자 투기의혹 사태와 관련해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 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500명 이상의 검사, 수사관을 투입할 것”이라며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부동산 부패 관련 송치 사건 및 검찰 자체 첩보로 수집된 6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검찰청은 이날 정부의 방침을 반영해 전국 43개 검찰청에 부장검사 1명, 평검사 3~4명, 수사관 6~8명 이상 규모로 전담수사팀 확대 편성하기로 했다. 43개 청은 지검 18개, 지청 25개로 고등검찰청을 제외한 전체 59개 일선 청 중 3분의2 이상을 차지한다.

앞서 대검에서 꾸린 ‘부동산 투기사범 수사협력단’은 신도시 대상 지역 7개 검찰청이 참여했었는데, 이제 대부분 전국 검찰청이 1개 부서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두고 사건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다만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 방침은 달라지지 않았다. 대검 지시 방안엔 최근 5년간 처분된 부동산 투기 사건을 재검토해 추가 수사 및 처분 변경 필요성이 있을 경우 직접 수사를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는 과거 사건에 대한 조치로 LH 사태와 크게 연관짓기 어렵다.

이밖에 Δ공직 관련 투기사범 전원 구속 및 법정 최고형 구형 Δ범죄수익 박탈 및 송치사건 신속·엄정 처리 등 방안 역시 검찰이 현재 갖고 있는 구속 및 기소, 공소유지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정부 방침이 부동산 전담 인력을 크게 늘린 것 외에 지난 번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검찰에 직접 수사를 허용하면 ‘검경수사권 제도’의 실패를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투기범죄에 대한 검찰의 수사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경찰 송치 사건’과 ‘6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한다는 정부의 표현 자체가 ‘말장난’이며 ‘미사여구’란 분석이다.

한 수도권 부장검사는 “기존에 있는 일선 청 내 부동산 투기 범죄 인력을 지정하는 수준의 행정적인 조치일뿐 실질적으로 새로워지는 건 없다”며 “지금 경찰이 기본적인 초동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따로 들어갈 여지는 전혀 없다.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이 없다”고 평가했다.

전국 청마다 관련 사건이 오면 누군가는 처리를 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전담 인력’을 지정한 것이지 그 이상의 큰 의미는 없다는 취지다. 그는 정부 방침에 대해 “우리가 개시할 수 있는 사건을 찾아다닐 수도 없다. 현실적으로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선거를 앞두고 그냥 대책이라 할 수 있는 걸 다 갖다 붙인 느낌”이라고 했다.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경찰과 검찰,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와의 수사 영역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간부는 “고위공직자 엄정 대응이라지만 정작 1급 정도의 고위공무원은 공수처가 담당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은 수사 범위에 상관 없이 전부 다 할 수 있다”며 “만일 6대 범죄에 해당하는 혐의가 나온다면 기관들 간 영역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은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고, 부패·공직자 범죄는 4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 이상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이 중에서도 장·차관급의 일부 고위 정무직 공무원은 공수처가 수사를 맡는다.

사건 이첩에 대한 세세한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 앞서 ‘김학의 전 차관 사건’ 등을 두고 벌어진 검찰과 공수처 간의 ‘이첩’ 분쟁이 검-경-공수처 사이에 다시 되풀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훗날 수사 실패를 대비해 검찰에 ‘책임 떠넘기기’란 반응도 나온다. 지난 한 달동안 수사의 ‘골든타임’을 놓친 상태에서 검사를 투입해봤자 그 결과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수도권의 부장검사는 “나중에 혹시라도 결과가 잘 안 나오면 ‘검찰까지 동원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다’며 그 책임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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