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의 보석, 거문도

이형주 기자

입력 2021-03-31 03:00:00 수정 2021-03-31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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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천국' 여수]
고도-서도-동도 3개섬으로 구성… 빼어난 절경에 관광객 몰려들어
116년 뱃길 밝혀온 ‘거문도등대’… 청정바람이 키운 ‘해풍 쑥’도 명물


18일 남녘의 끝자락 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등대 가는 길에서 목넘어와 거문도 8경 중 1경인 석름귀운이 있는 전수월산의 절경을 바라보니감탄이 절로 나왔다. 거문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남녘의 끝자락 전남 여수 바다에 봄이 무르익고 있다. 봄볕 가득한 해안선 1006km를 따라 동백꽃이 뚝뚝 떨어진다. 동백꽃이 내려앉은 자리에는 연분홍 진달래꽃이 살며시 고개를 내민다. 여수(麗水)는 ‘물이 곱다’는 지명처럼 바닷물이 맑고 푸르다. 연평균 기온은 15.4도로 전국 평균보다 2도 정도 따뜻하다. 여수는 나비모양 반도를 따라 365개 섬이 꽃잎처럼 흩어져 있다. 남해에 보석처럼 빛나는 여수 섬은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지정돼 있다. 여수시는 삶의 터전이자 해양개척의 전초기지인 섬을 주제로 2026년 ‘여수세계 섬 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천혜의 비경을 간직한 여수 섬들의 매력에 빠져보자.


하늘도 탐낸 다도해 비경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거문도는 여수 유인도 48개 가운데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 여수시 교동 여수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삼산면 거문도여객선터미널까지 쾌속선으로 2시간 20분이 걸린다. 여수와 제주도 중간 지점인 망망대해에 위치한 거문도와 백도는 여수의 섬 가운데 최고의 비경을 자랑한다.


거문도는 상점들이 자리한 고도(古島)를 중심으로 경관이 뛰어난 서도(西島), 토박이들이 살았다는 동도(東島) 등 3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18일 고도와 서도, 동도가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안쪽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다. 거문도 안쪽 바다는 수심이 깊고 파도가 잔잔해 천혜의 항구다. 고도 상가에서 만난 정모 씨(62)는 “거문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절경에 감탄한다. 그래서 신이 내린 선물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거문도 해안은 곳곳이 비경이다. 거문도 서도 북쪽 끝 녹산 30∼40m 높이 벼랑은 바람이 불 때 파도가 부딪쳐 2∼4m 물기둥이 솟아올라 오색 물보라가 피어난다. 거문도 8경 중 1경으로 ‘녹문노조(鹿門怒潮)’라고 불린다. 거문대교에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서도 서쪽 끝에는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담긴 둘레 8m, 깊이 6m의 용물통이라는 연못이 있다. 관광객들은 바위 한가운데에 있는 용물통을 배경으로 본 해넘이 광경을 ‘용만낙조(龍巒落照)’라며 감탄한다.

서도 남쪽 끝 거문대등대 가는 길 입구에 있는 전수월산 바위 능선도 비경을 자랑한다. 섬 호텔에서 출발해 신선바위까지 가는 2시간 반 거리 탐방로도 절경이다. 안개가 자욱한 날 신선바위 부근은 기와지붕 형태를 띠어 ‘석름귀운(石凜歸雲)’이라 불린다. 임석희 거문도주민여행사 대표(67)는 “이 3곳이 거문도 8경에 속한다”며 “거문도 경관은 예쁘고 신비스럽고 오묘함이 묻어 있다”고 말했다.

거문도는 6개 마을에 1417명이 산다. 논이 없는 거문도 주민들은 갈치와 삼치, 고등어 잡이로 삶을 꾸려간다. 어선 150척이 거문도, 백도 어장에서 여름과 가을에는 갈치, 봄과 겨울에는 삼치를 잡는다.

거문도는 해풍 쑥으로도 유명하다. 1970년대 거문도 몇몇 주민이 산에서 야생 쑥을 캐 여수시내로 나가 팔면서 특산품으로 알려졌다. 남해안 끝자락에 위치한 거문도는 기온이 따듯해 1월 초부터 쑥을 캐기 시작해 봄 향기를 가장 먼저 전한다.

거문도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쑥을 재배한 것은 1990년대부터다. 어선 감척사업에다 가두리 양식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주민들이 쑥 재배에 뛰어들었다. 거문도해풍쑥영농조합이 2007년 만들어진 이후 생쑥과 건조 쑥, 쑥떡과 차를 판매하고 있다. 거문도 생쑥은 육지 쑥보다 길고 위로 자라 강풍을 막아주기 위해 파란 그물망을 씌운다. 봄에 거문도의 밭이 파란색 옷을 입는 것은 이 때문이다.

남주현 거문도해풍쑥영농조합 대표(60)는 “지리적표시 85호로 등록된 거문도 해풍쑥은 청정 바닷바람과 고운 흙이 키워내 특유의 맛과 향이 있다”며 “도시 사람들이 나물용, 국거리용으로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남해안 밝히는 거문도 등대


거문도의 옛 지명은 세 개의 섬으로 이뤄졌다고 해서 삼도, 삼산도, 거마도로 불렸다. 1885년부터 2년 동안 영국군이 러시아 남하를 견제한다는 명분으로 거문도를 점령한 적이 있었다. 이를 항의하기 위해 청나라 해군 제독이 거문도에 상륙해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민들의 뛰어난 문장에 감탄해 거문도(巨文島)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일본이 대한제국 외교권을 강제로 빼앗은 1905년 을사늑약(乙巳勒約) 이후 황금어장을 노린 일본 어부들이 거문도로 대거 이주했다. 거문도 중심지인 고도에는 영국군 수병 묘지인 역사공원이 있고 일본식 건물인 적산가옥들이 남아 있다.

서도는 아름다운 경관이 많아 ‘거문도 관광의 창구’로 불린다. 서도는 고도와 삼호교라는 다리로 연결돼 있다. 서도에는 거문도등대와 녹산등대, 유림·이금포해수욕장, 거문도 탐방로 등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한다.

경관이 빼어난 거문도등대는 서도 남쪽 끝의 수월산(해발 196m)에 자리하고 있다. 거문도등대 입구에는 물이 넘나드는 넓은 바위인 ‘목넘어’가 있다. ‘목넘어’를 건너 1.5km 거리 동백나무 숲 터널을 거닐면서 해안 절경을 감탄하다보면 어느새 거문도등대에 도착한다.

거문도등대 끝 기암괴석에는 전망대인 관백정이 있다. 관백정에서 보면 왼쪽으로 소삼부도, 대삼부도가 이어지고 멀리 백도가 펼쳐진다. 청명한 가을날에는 제주도 한라산이 보인다고 한다.

1905년 남해안 최초이자 국내 두 번째로 불을 켠 거문도등대는 116년 동안 뱃길을 밝혀왔다. 6.4m 높이 옛 등대와 2006년 완공된 33m 높이의 새 등대가 나란히 있다. 새 등대의 불빛은 43km 떨어진 제주도에서도 보인다. 거문도등대는 육지로 도착하는 ‘희망 불빛’이자 바다에 도전하는 ‘대양 꿈의 출발점’이다.

등대지기인 손한일 여수지방해양수산청 거문도항로표지관리소장(51)은 “거문도등대는 선박들에 육지에 도착한 것을 알리는 초인표지로, 여수·광양항 등 남해안을 오가는 선박들의 항로를 밝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도 북쪽 자락에는 12m 높이의 무인 등대인 녹산등대가 있다. 녹산등대 가는 길은 완만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편한 산책로다. 녹산등대 인근에는 에머랄드빛 바다와 인어전설이 깃든 인어해양공원이 있다.

동도는 1.42km 길이의 거문대교로 서도와 연결돼 있다. 동도에는 귤은 김류 선생(1814∼1884)의 사당이 있다. 김류 선생은 거문도 사람들에게 학문을 일깨워준 유학자로 호남유림들에게 큰 존경을 받았다. 동도는 거문도에서 가장 높은 망향산(해발 244m)이 있다. 관광객 김호연 씨(60·전북 전주)는 “바닷물이 맑고 깨끗한 데다 해안 절경이 너무 아름다워 섬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며 “섬 전체가 한가로이 걸을 수 있는 힐링 트레킹 코스로 안성맞춤”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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