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당장 생계 급한데 후세 부담 얘기하나”

박성진 기자 , 김하경 기자

입력 2021-03-30 03:00 수정 2021-03-3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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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 10개월 현장에선]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갑론을박
“군불 때놔야 추후 경제회복” 지적
일각 “밑빠진 독… 선별지원해야”


“사람이 물에 빠지면 무슨 수를 쓰든 사람부터 먼저 구해야 한다.”(서울 성동구 PC방 사장 이모 씨)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지난해 40%를 넘어서면서 재난지원금 같은 ‘현금 복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나라 ‘곳간지기’ 격인 기획재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고 정치권에서도 나랏빚 증가 속도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하지만 본보가 만난 자영업자와 중소상인들 사이에는 먼 미래의 재정건전성보다는 당장 생계를 위협받는 사람들을 긴급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재정건전성 우려에 공감하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행정 조치가 강제성을 띤 만큼 영업제한에 대한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서울 서초구의 한 헬스클럽 대표 A 씨는 “재난지원금 준다고 재정이 파탄 날 일도 없겠지만 재정건전성이 걱정됐으면 행정 조치를 내릴 때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신중하고 현실적인 방역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강원도의 한 전통시장 인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김모 씨(67)는 “지금 영세 상인들은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제일 큰 걱정”이라며 “미래 세대를 감안해 재정을 아끼자는 건 너무 먼 이야기”라고 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학원 원장인 한모 씨(52)도 “내일모레 굶어죽게 생긴 사람들이 있다면 일단 빨리 먹여야지, 먹이는 데 드는 돈 생각하면 안 된다”며 “군불을 미리 때야 코로나19가 종식된 뒤에 경제가 살아난다”고 주장했다.

일부 자영업자는 재난지원금을 계속 주는 것에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충남 천안시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정모 씨(68)는 “규모가 꽤 되는 업종에 100만∼200만 원을 지원하는 것은 지원 효과가 크게 나지도 않으면서 국가 재정만 악화시키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실태조사를 통해 선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 고양시의 한 PC방 사장인 정모 씨(45)도 “결국 국민이 나눠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지원 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서울 중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60)는 “지원 액수만큼 각종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으로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성진 psjin@donga.com·김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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