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사 없이 토지평가한 LH… 무상용지도 보상할 뻔

정순구 기자

입력 2021-03-25 03:00:00 수정 2021-03-25 03: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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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투기 의혹]3기 신도시, 서류만 보고 감정평가
지목 틀리고 면적산정 제대로 못해
국공유지도 보상 토지로 관리해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지구 보상 과정에서 무상 취득 가능한 국공유지를 보상 대상에 넣는 등 기초적인 실수를 많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현장을 가지 않고 서류만 보고 보상 작업을 한 ‘탁상 행정’의 결과다.

LH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감사결과 처분요구서에 따르면 LH 내부 감사실은 3기 신도시와 신규 택지지구로 지정된 경기 하남교산지구와 과천지구 관련 총 14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대부분 현장 조사 없이 서류에 의지해 보상 업무를 하면서 엉터리로 감정평가를 의뢰한 사례들이다.

지적사항 14건 중 절반은 토지의 지목을 실제와 다르게 파악하거나 면적을 제대로 산정하지 못해서 생긴 오류였다. 지목은 토지의 사용 목적에 따라 토지 종류를 구분하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하남사업단은 토지대장에 나와 있는 지목대로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현장 방문 등 확인 절차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탓에 지목을 잘못 평가한 토지 규모만 총 7만3891m²에 이르렀다. 감사실은 하남사업단에 지목을 다시 검토하라고 통보했다. 축구장 10개 크기 토지가 잘못된 감정평가에 따라 보상액이 산정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사업 예정지 중 6만9584m²에 이르는 땅은 공장이나 고물상 부지로 활용되고 있었다. 이런 땅에는 폐기물이 매립돼 있을 수 있어 사업 추진에 앞서 현장 확인이 꼭 필요하다. 향후 폐기물 관련 사업비가 크게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단은 별도 확인 없이 감정평가를 의뢰했다.

과천사업단은 무상으로 취득할 수 있는 국공유지를 유상 취득 대상 토지로 분류해 관리하다 감사 때 지적을 받았다. 현행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신도시에 편입되는 국공유지는 관리청과 협의해 무상 취득할 수 있다. 과천사업단은 무상 취득 가능성이 높은 하천, 수도용지, 도로 등 국공유지를 용지보상시스템에 등록해 놓고 관리했다. 총 3만8066m²의 국공유지를 재정을 들여 사들여 사업비를 낭비할 수도 있었다. 감사실은 재조사와 더불어 해당 관리청과 무상 귀속 협의를 추진하라고 했다.

LH는 감사 결과가 감정평가를 진행하기 전 자체적으로 업무 처리 전반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밝혀졌기 때문에 실제 토지 보상에는 오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이번 감사는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과정에서 보상이 잘못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자정 노력”이라며 “감사 결과를 토대로 토지를 재조사해 최종 감정 평가에 활용했다”고 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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