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만큼 위험한 자전거 사고… 겸손하게 타는 게 최선”[양종구의 100세 건강]

양종구 논설위원

입력 2021-03-25 03:00 수정 2021-03-25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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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복 씨가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로 사이클을 타는 사람과 부딪쳐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던 그는 “자전거 사고로 죽는 사람도 많다. 정말 조심히 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양종구 논설위원
10여 년 전부터 자전거 타기를 즐기던 조성복 씨(69)는 지난해 11월 11일 큰 사고로 생명을 잃을 뻔했다. 경기 부천시의 자전거 전용도로에서 빠르게 달리는 다른 라이더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쳐 도로로 나가떨어졌다. 왼쪽 얼굴 쪽으로 떨어져 2일 동안 혼수상태였고, 안면 골절에 치아 및 안구 주변 손상으로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조 씨는 “안전모를 쓰지 않았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했다.

깨어나 사고 경위를 알아보니 상대는 25세 젊은 청년이었다. 조 씨는 산악자전거(MTB)를 타고 내리막을 천천히 달리고 있었고 상대는 도로 사이클을 타고 오르막 페달을 힘차게 밟고 있었다. 중앙선을 침범해 빠르게 올라오는 상대를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경찰은 인근 한 물류 회사 주차장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상대방이 가해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자전거 사고의 경우 대부분 블랙박스가 없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간하기 쉽지 않다. 치료비만 1000만 원 넘게 든 조 씨로서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축구를 즐기던 조 씨는 50대 후반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다. “젊었을 때부터 축구를 했어요. 나이 들며 체력도 떨어지고 오른쪽 정강이 다중골절 중상을 입으면서 부상 위험도 있어 축구를 하지 않았더니 살이 쪘어요. 79kg이던 몸무게가 89kg까지 늘었어요. 무릎 통증도 와서 병원을 찾았는데 자전거를 권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MTB로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도로 사이클은 바퀴가 가늘어 사고 위험이 높다. MTB는 스피드도 낼 수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자전거 타기는 참 좋은 운동입니다. 하체는 물론이고 상체 근육도 발달시켜요. 무엇보다 아름다운 대한민국 금수강산을 구경하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죠.” 조 씨는 4대강과 제주도를 포함해 1857km 전국일주 2번째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강원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동해안 국도 7호선을 타고 경북 울진까지 가면 전국을 두 바퀴 돈다. 그는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도 “나이 들어 건강관리에는 자전거가 최고”라며 자전거를 타고 있다. 물론 사고를 당한 뒤 더 조심해서 탄다.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마니아 김수녕 경기 성남시 분당제일부동산 대표(51)도 14년 전 자전거 사고로 오른팔을 다쳐 장애 5급 판정을 받았다. 김 대표는 “저는 사이클 훈련 도중 자전거와 충돌해 넘어지면서 크게 다쳤어요. 자전거 사고도 자동차 사고처럼 위험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라고 말했다.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를 10회 완주한 ‘철녀’인 그는 요즘은 사람이 많은 곳에선 절대 스피드를 내지 않는다. 자칫 부딪히면 또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자전거와 자전거는 물론이고 자전거와 사람 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조 씨와 김 대표는 동호인들의 잘못된 자전거 타기 문화에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5∼10명이 모여서 함께 타는 것까지는 좋은데 우르르 한데 모여 ‘오늘은 평균속도 30km’를 표방하는 등 위험하게 질주한다. 여럿이 평속 30km 이상 달리다 보면 반대쪽에서 오는 자전거와 충돌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고, 앞사람이 사고가 날 경우 뒷사람도 함께 넘어질 수 있다.

동아사이클대회 챔피언(1982, 1984년) 출신 김동환 프로사이클 대표(59)는 “최근 자전거 인구가 갑자기 늘면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스피드를 내다 사고를 내는 경우가 잦다. 특히 실력이 안 되는데 몰려 타면 방어 운전이 안돼 정말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전거는 겸손하게 타야 한다. 반대편에 라이더가 오면 속도를 줄이고 한 줄로 가야 하고 산책하는 사람에게 ‘비켜라’ 소리치지 말고 스스로 천천히 피해 다녀야 한다. 자전거 타는 게 벼슬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통계에 따르면 자전거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람이 연간 200∼300명이다. 건강과 즐거움을 위해 자전거를 타다 중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으면 얼마나 억울한가. 자전거도 차(車)다. 안전수칙을 잘 지켜야 100세까지 건강하게 탈 수 있다.

양종구 논설위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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