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증오범죄 당할때 이렇게 대처하세요”

김민 기자

입력 2021-03-23 03:00:00 수정 2021-03-23 13: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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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계 위한 7개 언어 안내서, 한인 2세 에스더 임 자비로 제작
도움 요청-신고 방법 등 자세히 정리
“주로 영어 서툰 고령층 대상 범죄…지도자들이 대책 내놓지 않아 분노”


미국의 한인 2세 에스더 임 씨가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7개 언어로 제작해 무료로 배포 중인 ‘증오범죄 안내서’를 손에 들어 보이고 있다. 영어가 서툰 아시아계 노인들을 위한 책으로 증오범죄 대처법, 신고 요령 등이 상세하게 담겼다. 사진 출처 헤이트크라임북 웹사이트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한인 2세 에스더 임(임샛별·32) 씨가 영어가 서툰 아시아계 미국인 노인을 위한 증오범죄 대처 안내서를 자비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해 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22일(현지 시간) CNN 등에 따르면 임 씨는 증오범죄의 정의, 가해자 특성, 욕설이나 공격을 당할 때 취해야 할 일, 도움 요청 및 신고 방법 등을 15쪽 분량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증오범죄 안내서(Hate Crime Book)’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등 7개 언어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계를 노린 범죄가 주로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고령층을 대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부모님을 포함한 아시아계가 증오범죄를 겪었을 때 어떻게 대처하고 신고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발간 이유를 설명했다. 증오범죄를 묵인하면 소수계가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된다며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신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씨가 처음 이 책자를 만든 시점은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유래했다며 ‘중국 바이러스’라고 언급하자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부쩍 증가했다. 부모님의 안전이 걱정된 임 씨는 관련 법 규정을 공부하며 대처법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안내서에는 증오범죄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연락처, 위급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간단한 영어 문장 등도 담겼다. ‘영어는 내 모국어가 아닙니다(English isn‘t my first language)’ ‘누군가 나를 쫓아오고 있어요(Someone is following me)’ ‘안전해질 때까지 제 옆에 있어 주실 수 있나요(Can you stay next to me until it is safe)?’ 등이다. 웹사이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도 있다.

임 씨는 “지도자들이 증오범죄에 대항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아 분노를 느낀다. 개개인이 일상에서 위기에 처할 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자비로 안내서를 출간했던 임 씨는 최근 온라인 펀딩 사이트에서 모금을 해 아랍어 등 다른 언어로도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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