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이 “물소리 좋은 터” 자랑했던 집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3-22 03:00 수정 2021-03-22 04:39
故정주영 회장 20주기 맞아
청운동 자택 내-외부 사진 공개
거실 벽엔 鄭회장 부부 영정사진
그 위엔 구상 시인 추도사 걸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38년 동안 살았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자랑했다고 한다. 그룹을 이끄는 중에 잠시나마 여유를 주는 집에 대한 애정이 컸다.
21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정 명예회장 20주기를 맞이해 제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포함해 청운동 자택 내부와 외부 사진을 공개했다. 청운동 자택 사진은 20년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거실과 응접실로 사용되는 1층엔 오래돼 보이는 피아노와 회색 소파, 책장 등이 놓여 있었다. 거실 벽 한쪽엔 정 명예회장과 부인 변중석 여사의 영정이 나란히 걸려 있었고, 소박하게 차려진 제사상 뒤쪽으로는 정 명예회장의 어머니인 한성실 여사의 영정도 놓여 있었다.
자택 마당에서 바라본 바위에는 ‘인왕산의 양지쪽으로 볕이 잘 들고, 신선이 살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의 ‘양산동천(陽山洞天)’과 남거 장호진(조선시대 남양군수·1856∼1929)이 유거하는 집이라는 뜻의 ‘남거유거(南渠幽居)’가 새겨져 있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이끌면서 말 못할 고뇌와 못 다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을 텐데, 집안 곳곳에 놓인 글귀 등에서 그의 마음이 읽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있었던 정 명예회장 20주기 제사에는 아들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대표이사, 며느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 명예회장의 장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청운동 자택 내-외부 사진 공개
거실 벽엔 鄭회장 부부 영정사진
그 위엔 구상 시인 추도사 걸려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살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은 1층(169.95㎡·약 51평)과 2층(147.54㎡·약 45평)으로 지어진 집이다. 현대차그룹 제공
“우리 집은 청운동 인왕산 아래에 있는데 산골 물 흐르는 소리와 산기슭을 훑으며 오르내리는 바람 소리가 좋은 터야.”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38년 동안 살았던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을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자랑했다고 한다. 그룹을 이끄는 중에 잠시나마 여유를 주는 집에 대한 애정이 컸다.
21일 현대자동차그룹은 정 명예회장 20주기를 맞이해 제사를 준비하는 모습을 포함해 청운동 자택 내부와 외부 사진을 공개했다. 청운동 자택 사진은 20년간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 명예회장의 삶이 곳곳에 묻어 있는 청운동 자택은 1962년 7월 건물면적 약 317m²(약 96평)로 지어진 2층짜리 집이다. 그룹 창업주의 집이었지만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으리으리하지 않고 평온하면서 잔잔한 느낌을 주는 집이다. 나무와 숲,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서 계절별 아름다움도 만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거실과 응접실로 사용되는 1층엔 오래돼 보이는 피아노와 회색 소파, 책장 등이 놓여 있었다. 거실 벽 한쪽엔 정 명예회장과 부인 변중석 여사의 영정이 나란히 걸려 있었고, 소박하게 차려진 제사상 뒤쪽으로는 정 명예회장의 어머니인 한성실 여사의 영정도 놓여 있었다.
집 안에는 정 명예회장 내외 사진과 그와 함께했던 가구와 책, 문학 작품들이 곳곳에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 명예회장 영정 위엔 구상 시인이 영전에 바친 ‘겨레의 뭇 가슴에 그 웅지 그 경륜’이란 제목의 추도사가 걸려 있었다. 추도문에는 “촌부자(村夫子) 모습에다 시문을 즐기시어 나 같은 서생과도 한평생 우애지녀”라는 글귀가 써있다. 초등학교밖에 못 나온 기업가였지만 시인과 수필가 등 문인들과 자주 어울렸고 문학적 재능도 뛰어났던 고인을 기린 것이다. 이 밖에도 정 명예회장이 좋아했던 시 ‘청산은 나를 보고’와 수묵화, 서예 작품 등이 집안 벽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자택 마당에서 바라본 바위에는 ‘인왕산의 양지쪽으로 볕이 잘 들고, 신선이 살 만큼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는 의미의 ‘양산동천(陽山洞天)’과 남거 장호진(조선시대 남양군수·1856∼1929)이 유거하는 집이라는 뜻의 ‘남거유거(南渠幽居)’가 새겨져 있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이끌면서 말 못할 고뇌와 못 다 이룬 꿈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을 텐데, 집안 곳곳에 놓인 글귀 등에서 그의 마음이 읽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범 현대가(家)는 3월 20일이면 이곳에서 정 명예회장 제사를 지낸다. 현재 청운동 자택의 소유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부인도 20일 제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현대차그룹 제공
정 명예회장은 생전에 매일 오전 5시면 자식들을 청운동 집으로 불렀다. 아무리 바빠도 아침을 함께 먹는다는 원칙 때문이었다. 정 명예회장은 “나는 젊었을 적부터 새벽 일찍 일어난다. 그날 할 일이 즐거워서 기대와 흥분으로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라며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현재 청운동 자택은 2000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을 거처 2019년 손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물려받았다. 현대가는 이곳에서 정 명예회장의 제사를 지내고 있다. 부인 변중석 여사의 기일은 8월 17일이지만 지난해부터는 제사를 합쳐서 지내고 있다.20일 있었던 정 명예회장 20주기 제사에는 아들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대표이사, 며느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조카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 명예회장의 장손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비즈N 탑기사
- ‘투머치 토커’의 모자…민희진 폭주에 박찬호 소환 왜
- 백일 아기 비행기 좌석 테이블에 재워…“꿀팁” vs “위험”
- 최저임금 2만원 넘자 나타난 현상…‘원격 알바’ 등장
- “배우자에게 돈 보냈어요” 중고거래로 명품백 먹튀한 40대 벌금형
- 이렇게 63억 건물주 됐나…김지원, 명품 아닌 ‘꾀죄죄한’ 에코백 들어
- 상하이 100년간 3m 침식, 中도시 절반이 가라앉고 있다
- 김지훈, 할리우드 진출한다…아마존 ‘버터플라이’ 주연 합류
- “도박자금 마련하려고”…시험장 화장실서 답안 건넨 전직 토익 강사
- 몸 속에 거즈 5개월 방치…괄약근 수술 의사 입건
- 일본 여행시 섭취 주의…이 제품 먹고 26명 입원
- 한국에 8800억 투자 獨머크 “시장 주도 기업들 많아 매력적”
- 직장인 1000만명 이달 월급 확 준다…건보료 ‘20만원 폭탄’
- 1인 가구 공공임대 ‘면적 축소’ 논란…국토부 “면적 기준 폐지 등 전면 재검토”
- “만원으로 밥 먹기 어렵다”…평균 점심값 1만원 첫 돌파
- 고금리-경기침체에… 개인회생 두달새 2만2167건 역대 최다
- 美-중동 석유공룡도 뛰어든 플라스틱… 역대급 공급과잉 우려[딥다이브]
- 카드사 고위험업무 5년 초과 근무 못한다…여전업권 ‘내부통제 모범규준’ 시행
- 작년 서울 주택 인허가, 목표치 33% 그쳐… 2, 3년뒤 공급난 우려
- 은행연체율 4년9개월만에 최고… 새마을금고 ‘비상등’
- 작년 4대그룹 영업이익 24.5조, 66% 감소…현대차그룹만 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