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꾼 몰렸던 흔적 고스란히…‘용인 빅2’ 가보니

뉴시스

입력 2021-03-17 13:56 수정 2021-03-17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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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들어서는 원삼면, 떴다방 많을땐 100여개 난립
2019년 2월부터 1년간 확인된 거래만 182건에 486억
1만1000가구 들어서는 보정동 플랫폼시티도 마찬가지
대토보상 노린 지주들 '지분 쪼개기' 거래 성행



도심지에서 한참 떨어진 이 곳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초입의 한 부동산 사무실. 16일 이른 오후인데도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사무실 안은 폐업한지 오래된듯 희뿌연 먼지가 가득 쌓였고. 덩그러니 남겨진 책상 위에는 볼펜과 사무용품, 종이 등이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에 오는 2024년 415만㎡ 규모의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선다. 10년간 120조원이 투자되며 국내외 50개 이상의 장비, 소재, 부품협력업체가 입주한다.

고용창출 효과도 1만명 이상에 달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될 정도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전망과 달리 마을 초입부터 도로 옆 가로수 곳곳에 개발철회를 촉구하는 주민들의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인근 주민들은 용인시에서 가장 낙후된 원삼면이 언제부턴가 외지인들의 발길이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시기는 대략 SK하이닉스가 용인시에 투자의향서를 제출하기 2년여 전이다.

외지인들의 방문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중계사무소도 덩달아 난립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원삼면 고당리에서 4년째 영업을 하고 있는 A부동산 관계자는 “5~8개에 불과하던 부동산 사무실이 발표 전후로 수 개월여 만에 100여개를 넘어섰다. 대부분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라며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하던 10평규모의 사무실이 50만~100만원까지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거래도 눈에 띄게 늘었다. A씨가 부동산 거래에 참고하는 프로그램엔 2019년 2월~2020년 2월까지 1년간 집중적으로 매매가 이뤄졌다.

실제 이기간 개발 핵심지역으로 알려진 고당리에서 76건 227억 여원, 독성리 62건 110억원, 죽능리 44건 149억원 규모의 땅이 거래됐다.

게다가 당시 반도체 클러스터 계획도로 보이는 출처 불명의 도면까지 퍼지면서 투기세력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노당리의 또다른 부동산 중계업소 B씨는 “(SK하이닉스유치)발표전 만해도 3.3㎡(평)당 30만∼50만원 수준이던 농지는 2~3배 이상 뛰었고, 소위 노른자 땅은 400만∼600만원까지 올랐다”며 “하지만 지금은 거래가 거의 없어 한때 100개가 넘던 부동산도 이제 20여개만 남았다”고 말했다.

B씨의 말처럼 단층 가건물에 집단으로 형성된 부동산중계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거나 명맥만 유지한 곳이 많았다.

현재 개발철회를 요구하는 원삼면 주민단체들이 투기로 의심되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18일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플랫폼시티 사업 대토보상 노린 지분쪼개기 성행

SK하이닉스와 더불어 용인지역 빅2 개발사업중 하나인 플랫폼시티사업도 부동산투기 의혹에서 벗어날수 없었다. 이 사업은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95% 지분을 갖고 추진한다.

개발 대상 지역은 보정동을 비롯해 마북동, 신갈동 일대로 사업대상지는 270만㎡이다. 2028년 말 개발이 완료되면 1만1000가구가 들어오게 된다.

하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임직원들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이 터지자 용인시에서 이 사업에 대해 자체조사를 벌였고 대토보상을 노린 투기로 의심되는 토지거래 65건을 적발했다.

조사 기간은 이 사업 주민공람공고가 시작된 지난해 7월1일을 기점으로 5년 전까지다.

대토보상은 도시개발사업 시행자가 현금 대신 해당 지역에 공급되는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로 플랫폼시티의 경우 200㎡ 이상을 소유하고 있는 토지주가 대상이 된다.

투기로 의심되는 토지거래 방식은 일명 ‘토지 쪼개기’인 지분거래였다.

뉴시스에서 개발예정지인 보정동 일부 지역에 대해 토지대장을 확인한 결과, 실제 지분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A씨는 공람공고 직전인 지난해 6월 29일 2075㎡ 토지를 9명에게 203~230여㎡씩, 또 다른 894㎡의 토지는 4명에게 204㎡~230㎡씩 분할해 매매했다.

보상 기준일인 주민공람공고일 2일을 앞두고 보상기준(200㎡이상 소유) 에 맞춰 거래됐다. 게다가 이 땅을 산 대부분이 수원, 화성, 부천 등 외지인이다.

보정동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토보상 기준인 200㎡ 이상의 땅만 소유하면된다. 예컨대 토지주가 1000㎡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200㎡를 제외한 800㎡는 대토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그래서 외지인이나 가까운 지인에게 남은 부분을 비싸게 파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지분거래를 토지주들 중에는 용인시가 플랫폼시티개발 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 구성한 소통추진단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원주민들은 소통추진단에 대한 불신이 제기하며 시에 민원도 제기했다.

원주민 B씨는 “수 개월전부터 소통추진단에 대한 문제점을 시에 이야기 했다”며 “문제가 많은 소통추진단을 더이상 존속해야할 이유가 없다. 지금이라도 당장 해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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