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2주택자 보유세 1억…은퇴 2만명 건보료 새로 내야

황재성기자

입력 2021-03-15 15:07 수정 2021-03-1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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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시가격 시한폭탄이 마침내 터졌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른 데다 정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예상됐던 상황이지만 시장의 충격을 클 것으로 보인다. 공시지가 상승률이 전국 평균 19%에 달하면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관련 세금과 지역 건강보험료 등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세종시(70.68%) 등 일부 지역은 상승폭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조세저항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시세가 이미 급등한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무리하게 인상해선 안 된다는 경고를 제기해왔다는 점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5차례에 걸쳐 쏟아낸 부동산 정책의 실패로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데다 LH 직원 땅 투기 의혹 등으로 상처 받은 민심에 또다시 소금을 뿌린 것이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 수직상승한 아파트 공시지가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대폭 상승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지난해 발표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에 따르면 정부는 공시가격의 형평성과 투명성을 제공하기 위해 시세의 90%까지 공시가를 높이기로 하고, 이를 매년 현실화율에 반영하기로 했다. 그리고 올해가 그 첫해다.

이때까지만 해도 공시가격이 실제 시세와 지나치게 격차가 크고, 기준 없이 들쑥날쑥하다는 지적이 20년 이상 지적돼온 상태여서 정부 방침에 대해 거부 반응은 크지 않았다. 다만 공시가격 현실화의 방법과 속도에 대한 우려는 제기됐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 집값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공시가가 지나치게 빠르게 오를 수 있고, 이에 따른 각종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우려가 현실화됐다. 전국의 공동주택 공시가가 평균 19% 오른 것이다. 2007년(22.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많이 상승한 것이다.

세종시는 올해 표준지 공시지가도 12.38% 올라 시도별 상승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특히 세종시는 무려 70%가 넘게 상승해 눈길을 끈다. 실제 세종시 집값이 그만큼 오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값은 국회 이전 논의 등의 호재로 인해 작년 한 해 동안 44.93% 올랐다.

여기서 실제 집값과 공시지가에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은 두 수치의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원 집값 통계는 샘플 각각의 변동률 평균을 구하는 것이고, 공시가격 변동률은 전년도와 올해 가격 총액의 변동률을 구하는 것이다. 부동산원 통계 수치보다 공시가격 변동률이 더 크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종시 공시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중위가격 순위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변경됐다. 세종의 공동주택 중위가격은 올해 4억2300만 원으로 작년 2억3200만 원에서 82.3% 올랐다. 세종은 대부분 신축 아파트인데다 지역별 생활환경 편차도 크지 않아 집값이 골고루 많이 뛴 것으로 보인다.

규제가 집중된 서울은 이번에 전국 평균과 비슷한 19.91%에 머물렀다. 한국감정원의 통계로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3.01%에 불과했다.

서울에선 강남보다 강북권, 특히 노원·도봉·강북(‘노도강’) 등 외곽지역을 중심으로 공시지가가 많이 올랐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이 서울 평균을 넘어설 정도로 올랐던 곳들이다.

● 폭발한 ‘세금 시한폭탄’
올해부터 조정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이 2배 정도 뛰면서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서울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인 구반포 주공.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이번 조치로 재산세, 종부세 등 각종 세금과 지역건강보험료 등 각종 부담금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토부에 따르면 공시가가 지난해 12억8000만 원이었던 아파트가 올해 15억 원으로 오르면서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520만8000원에서 745만4000원으로 44.1%(222만6000원) 늘어났다. 지난해 17억6000만 원이던 아파트는 20억 원으로 책정되면서 보유세가 580만2000원에서 778만3000원으로 44.6%(446만1000원)이 증가했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은 폭증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보다 3배 수준으로 급증하고, 강남권 2주택자라면 1억 원을 넘는 보유세가 예상될 정도다. 올해부터 조정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이 2배 정도 뛰면서 종부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시가격 기준 6억 원 이하(실제시세 9억 원 이하) 1주택자의 세 부담은 줄어들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세율 인하 효과(주택분 재산세 22.2~50%)가 공시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산세 증가효과(5~10%)보다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세 부담 상한제’와 ‘분납제’도 세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세 부담 상한제는 금액에 따라 재산세 납부액이 전년보다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막는 제도다. 예컨대 전년도 재산세 대비 증가분이 공시가격 기준으로 △3억 원 이하면 5% △3억 원 초과~6억 원 이하는 10% △6억 원 초과는 30% 이내로 제한된다. 분납제는 250만 원을 초과하는 세액에 대해 최대 2개월 간 분할 납부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밖에 60세 이상 고령자와 5년 이상 장기보유자에 공제를 확대하고, 1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도 전년도 세액의 50%를 넘지 않도록 했다. 또 1주택을 부부 공동 명의로 소유한 경우 1세대 1주택자로 신청할 수 있게 했다.


● 은퇴자 건보료 부담 증가 등 후폭풍
이번 공시가격 인상 여파로 부담스러운 분야가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127만 명이다. 또 직장을 다니는 자녀들의 피부양자로 올라 있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1만8000명이 추가로 월 12만 원 가량의 건보료를 새로 내야 할 처지에 내몰리게 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역보험 가입자는 모두 820만 명 정도다. 이들 중 127만1000명의 보험료는 오른다. 예컨대 공시가격 9억6000만 원(시세 13억7000만 원)짜리 아파트 보유자라면 현재 월 16만9000원의 건보료를 낸다. 그런데 공시가격이 12억 원으로 오르면 건보료는 18만6000원으로 10%(1만7000원)가량 오른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건보료 조정은 올해 11월부터 시행된다. 그때 추가될 금액이 결정된다.

정부는 또 공시가가 오른다고 소득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므로 재산과표에서 일괄적으로 500만 원을 깎아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건보료가 오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부는 237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번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는 은퇴자도 영향을 받게 된다. 만약 보유한 △주택의 과세표준이 5억4000만 원(공시가격 9억 원)~9억 원(공시가격 15억 원)이면서 연소득이 1000만 원을 넘거나 △과세표준이 9억 원(공시가격 15억 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대상에서 탈락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1만8000명 정도가 피부양자 기준을 초과해 탈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지역가입자가 돼 소득 건보료와 재산 건보료, 자동차 건보료 등을 내야 한다. 즉 올해 11월부터는 매월 평균 23만8000원 넝도의 건보료를 부담하게 된 셈이다. 정부는 갑작스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절반을 깎아주기로 했다. 11만9000원 정도는 부담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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