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市 전철업무 공무원, 역 예정지 부근 40억 땅-건물 사들여

이새샘 기자 , 박종민 기자

입력 2021-03-11 03:00 수정 2021-03-1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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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투기 의혹 확산]전국 개발사업으로 번지는 투기의혹

광명에 계속되는 묘목 심기… “땅 주인 누군진 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일 오후 신도시 개발 지역에 포함된 경기 광명시 옥길동의 한 토지에서 일용직 인부들이 묘목 밭에 부직포를 덮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는 사무실에서 시키는 대로 일할 뿐 토지 주인이 누군지는 모른다”고 했다. 광명=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의 토지 매입에서 시작된 투기 의혹이 택지뿐 아니라 도로, 철도, 산업단지 등 공공 주도 개발 사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개발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공직자들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개인적인 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 커지는 것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다른 일반 개발도 투기 여부를 적극 알아보겠다”고 밝히면서 정부합동조사단 조사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도로, 철도, 산단…연이은 투기 의혹

10일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사법시험준비생모임에 따르면 경기 포천시 간부급 공무원인 A 씨는 지난해 9월 포천시 땅 1889m²와 1층짜리 건물을 신용대출과 담보대출 방식으로 40억 원에 사들였다. 해당 땅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전철역이 생길 예정이어서 비공개 정보 활용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2019년경 전철 7호선과 양주 옥정∼포천선(19.3km)을 잇는 사업을 담당하다가 이듬해 1월 부서를 옮긴 뒤 9개월 만에 땅을 사들였다.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고속도로 인근 토지를 매입했다가 파면당한 일도 있었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에 따르면 도로공사 직원 C 씨는 2017년 당시 비공개 정보였던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설계도면을 활용해 고속도로 나들목(IC) 인근 1800m² 규모의 토지를 매입했다. 도로공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거래한 C 씨를 파면 조치했다.

광역급행철도(GTX) 역사 등 교통망 확충 사업에서도 투기 의혹이 일고 있는 만큼 조사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수도권 GTX 예정 지역에선 신규 역사가 발표되거나 노선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다는 소문만으로도 집값이 급등했다. 올해 1월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 노선이 상록수역에 정차할 수 있다는 온라인 기사가 뜨자 인근 역세권 아파트를 매수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다른 개발사업에 대한 투기 의혹도 속속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최근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에 277만 m² 규모로 조성 중인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 예정지와 관련한 투기 의혹 수사에 나섰다. 국가산단으로 지정되기 직전인 2018년 초 이른바 ‘벌집’으로 불리는 조립식 주택이 즐비하게 들어섰고, 이 주택에 대한 외지인 거래가 늘었다는 것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평소에는 토지 거래가 거의 없던 곳인데 갑자기 조립식 주택이 늘어 개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며 “이후 땅값이 2, 3배 뛰었다”고 전했다.

○ 전국 전수조사 방침에 실효성 의문 제기

이처럼 투기 의혹이 택지뿐 아니라 공공 주도 개발 사업 전반으로 번지면서 사실상 전국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만 보더라도 한국도로공사 직원은 올해 1월 기준 8945명, 국가철도공단은 2091명, 한국철도공사는 3만2286명에 이른다.

정부 관계자는 “각 지자체나 지역사회에서 개발 추진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자신들의 제안을 유력한 안으로 외부로 알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사업도 많아 지자체와 민자사업자가 어떻게 논의하느냐에 따라 노선이 바뀌거나 역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가 유출될 여지가 큰 셈이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전수조사 방식으로는 조사 대상만 무한정 늘릴 뿐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하는 사례를 효율적으로 걸러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개발사업을 조사할 때는 신도시 사업과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신도시 택지만 하더라도 조사 대상이 수만 명에 이르는데 전국 단위의 개발사업에 같은 전수조사 방식을 적용하면 판만 벌이고 남는 결과물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며 “투기로 시세차익을 챙겼을 만한 거래를 특정해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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