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나 전기차 리콜엔 ‘징벌적 손배’ 우려도”

서형석 기자

입력 2021-03-04 03:00 수정 2021-03-04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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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화 등 인명사고 선제적 대비 의도
2011년 美서 티뷰론 사망사고 당시 2명 유족에 820억원 배상 판결도


현대자동차가 코나를 비롯한 자사 전기차(EV) 배터리를 모두 교체하는 대규모 리콜(시정 조치)을 결정한 배경에 소비자 신뢰 확보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있었다. 자칫 인명사고가 벌어질 경우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고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리콜에 관련된 정부 관계자는 2일 “현대차가 코나EV 연쇄 발화에서 인명사고를 가장 우려했다”며 “국내외에서 전기차 발화로 인명사고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손해배상과 함께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신뢰도 타격이 예상됐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지난달까지 발생한 코나EV 화재 15건 중 중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현대차로서는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사고 원인이 의도적이었거나 그 가능성을 알고도 방치했을 경우 해당 불법 행위자가 실제 피해액보다 더 큰 금전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다. 국내에서는 2011년 하도급법을 시작으로 제조물 책임법, 자동차 관리법 등에서 피해액보다 많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미국은 대부분 기존 판례에 따르거나 소비자보호법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한다.

현대차는 2014년 5월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금전적 타격을 입은 적이 있다. 2011년 7월 현대차 ‘티뷰론’을 타고 가던 두 10대가 교통사고로 숨진 사고와 관련해 당시 몬태나주 연방지방법원은 “티뷰론 조향너클(차량 진행 방향을 조정하는 부품) 결함이 사고 원인”이라는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현대차는 조향너클과 관련해 100여 건의 문제 제기를 접수했고 해당 문제를 알고 있었다”며 현대차에 2억4000만 달러(약 2690억 원)를 징벌적 손해배상금으로 부과했다. 유족 배상금(860만 달러)의 30배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현대차는 항소심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7300만 달러(약 820억 원)로 낮추고 유족 측과 화해로 재판을 마무리했다.

업계는 현대차 경영진이 이런 경험과 시장 분위기를 감안해 당장의 큰 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외 신인도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사내에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상귀 법무법인 현재 대표변호사는 “글로벌 사업을 벌이는 현대차로선 해외에서의 사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대책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선제적인 리콜 조치와 신속한 결함 인정은 소비자 안전 확보뿐 아니라 기업으로서도 사고 및 소송 위험을 관리하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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