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의 전쟁 文정부…정작 LH는 투기꾼 키웠다” 분노

황재성기자

입력 2021-03-03 11:30:00 수정 2021-03-04 22:3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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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시흥 신도시 국감” 청와대 청원도
野 “변창흠 사장때 직원들 국민농단 희대의 투기”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관계자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의혹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LH한국토지공사 직원들의 경기 광명·시흥 신도시 투기 의혹으로 인한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강력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토교통부, LH 등 관계 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지시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국토부와 LH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LH 직원 13명에 대해 전격적으로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

이 같은 정부의 발 빠른 행보는 부동산 시장 대책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던 부동산 투기 억제에 구멍이 뚫렸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LH가 실무를 맡아 추진하게 될 ‘2·4 대책’에 미칠 악영향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한편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은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징역형 등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개발 정보 등을 사전 입수하고 가족 명의로 땅을 사들여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로 처벌받은 최근 사례도 있다.


● 초강력 대응에 나선 정부
동아일보DB

문 대통령은 3일 투기 의혹과 관련해 “광명·시흥은 물론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국토부, LH, 관계 공공기관 등의 관련 부서 업무자 및 가족 등을 대상으로 토지거래 전수(全數)조사를 빈틈없이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또 전수조사는 총리실이 지휘하되 국토부와 합동으로 충분한 인력을 투입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게 강도 높게 진행하고,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수사의뢰 등 엄중히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신규 택지개발과 관련한 투기 의혹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대책을 신속히 마련할 것도 주문했다.

국토부와 LH는 이날 투기 의혹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 신도시 예정지에서 토지 12개 필지를 취득한 직원 13명에 대해 직위 해제 조치를 내렸다. 국토부는 또 총리실과 합동으로 3기 시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관계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다음주까지 기초조사를 끝내기로 했다.

국토부는 또 투기 의혹 등을 예방하기 위해 신규 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부, 공사, 지방공기업 직원은 원칙적으로 거주 목적이 아닌 토지 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의심 사례에 대한 상시 조사 및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위법 부당한 사항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도 LH 직원과 이들의 배우자·가족 등에 대한 투기 거래 관련 고발장을 접수하고, 이날 오후부터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를 시작했다.

● 커지는 논란…곤혹스런 정부
정부가 이처럼 동시 다발적으로 적극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 의혹 제기가 미칠 파장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부동산 대책의 핵심이 투기 수요 억제였는데 직격탄을 맞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투기 억제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지난해 신년사에선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절대로 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출범 이후 올해 ‘2·4 대책’까지 25번에 걸친 부동산 대책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메뉴가 ‘투기 수요 억제’였다.

게다가 ‘2·4 대책’의 핵심 두 축인 신도시 등 신규택지를 통한 공급과 공공 주도의 도심 고밀 개발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두 사업 모두 핵심적인 업무는 LH가 손발이 돼서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 LH 직원들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공공 주도 사업의 핵심인 투명성과 공익성이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청와대, 국토부, LH 등의 홈페이지와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부와 LH에 대한 비판과 함께 사업 취소 요구까지 제기하고 있다.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 ‘부동산스터디’에선 “저런 도둑놈들 있는 LH에 뭘 믿고 땅을 맡기나(oban***)”, “국민들한테는 다주택자 보고도 투기꾼이라고 하면서 뒤로는 크게 해먹었다(proc******)” 등과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정감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3기 신도시와 무주택만 바라보며 투기와의 전쟁을 믿어왔는데 정말 허탈하다”며 “이런 관행은 이번 기회에 뿌리째 뽑았으면 한다. 가감 없는 조사와 국정감사를 요청한다”는 글을 남겼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당황한 여당 VS 공격하는 야당
이번 의혹 제기로 곤혹스럽기는 여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런 속내를 회의나 SNS 등을 통해 숨기지 않았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투기 의혹이 사실이라면 매우 충격적이고 참담한 사건”이라며 “부동산 투기 근절대책에 찬물을 끼얹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홍영표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실이 확인되는 LH 직원에 대해 일벌백계해야 한다”며 “정부는 토지·주택 정보를 취급하는 공직자들의 사익추구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방안을 즉시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야당은 공격의 칼날을 세웠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3년 동안 지분까지 나누고, 은행에 수십억 대출까지 받아 가며 토지를 매입한 이들의 행태는 범죄일 뿐 아니라 파렴치한 국민 기만이고 국기문란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LH사장이었던 변창흠 장관을 향해 “직원들이 국민들을 농락하는 희대의 투기를 벌이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나”며 질타했다. 이어 변 장관이 광명·시흥지구 전수조사와 LH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에 대해서도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고 꼬리 자르기식 대응”이라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당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정부는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과거 모든 신도시 개발과정을 전수조사해야 한다”며 “범죄로 판명되면 변 장관도 관리감독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 투기 의혹 직원들 실형 불가피할 듯
한편 이번 의혹을 제기한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투기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우선 의혹을 받고 있는 LH 직원들이 모두 전·현직으로 구성돼 있다. 그만큼 개발 정보를 얻기 쉽고, 토지 보상 절차 등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의미다.

이들이 매입한 토지는 신도시 지정 지역을 중심으로 분포한 농지(전답)로, 개발에 들어가면 수용 보상금이나 대토보상(현금 대신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LH 내부 보상 규정에 따르면 1000㎡ 이상 규모의 토지를 가진 지분권자는 대토 보상기준에 들어간다.

이들은 규모가 큰 일부 토지를 매입한 직후 1000㎡ 정도로 쪼개기를 정황도 보인다. 또 이들이 사들인 농지에서는 신도시 지정 직후 대대적인 나무 심기가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상액을 높이기 위한 행위로 의심되는 부분이다.

만약 이들의 투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관련법에 따라 처벌을 받게 된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 또는 누설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부패방지권익위법)도 적용받을 수 있다. 이법 7조 2항에서는 공직자는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어길 시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이런 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된다.

유사한 사례에 대한 처벌이 내려진 사례도 적잖다. 2014년 충남 홍성군에서 도로 개설 정보를 미리 입수한 뒤 가족 명의로 땅을 샀던 공무원들에게 2019년 징역형이 내려진 게 대표적이다. 당시 해당 공무원들은 “도로 개설 정보는 공청회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이고, 다른 사람에게 땅을 추천만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도로 개설 정보가 이미 일반에 공개된 자료라고 주장하지만, 도로 개설 계획이 2013년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받기 전까지 구체화하지 않았고, 용역결과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들이 입수한 자료가 비밀성을 상실한 자료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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