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 1000조원 성큼…전문가들 “정부 증세 논의 나서야”
뉴스1
입력 2021-03-03 07:41 수정 2021-03-03 07:42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1년 추가경정예산안 의결에 따른 4차 맞춤형 피해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홍 부총리,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2021.3.2 © News1
지난해 4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이어 올해 ‘벚꽃추경’을 단행하면서 국가 재정건정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10조원에 달하는 적자국채를 발행하게 돼 올해 국가채무는 950조원을 넘겨 1000조원에 가까워졌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에 대해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면서도 향후 국가재정과 신용도 관리에 총력전을 펴야한다고 조언했다. 적자 예산이 몇 년째 계속되고 있는만큼 정부가 증세 논의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부는 지난 2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확정했다. 15조원의 추경 편성에 4조5000억원의 기정예산을 더해 총 19조5000억원의 규모다.
이번 추경은 Δ소상공인 등 피해 집중계층 선별 지원 Δ고용 충격 대응 Δ방역 대응 등이 핵심 내용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피해가 집중된 계층에 집중지원하고, 보다 두텁게 지원하면서도 사각지대를 보강하며, 재정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최대한 적재적소 지원한다는 3가지를 굳은 준거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추경에 대해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불가피한 지출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순수 재정 부담이 9조9000억원에 기금 여유재원 1조7000억원 정도”라며 “자영업자의 경우 손실이 누적되면서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들 수밖에 없는 만큼, 이 정도의 재정부담은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집합금지도 계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코너에 몰리는 상황이었다”면서 “피해를 본 계층에 선별 지원하겠다는 의도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부터 반복되는 추경으로 인한 국가 부채의 증가와 재정건전성이 나빠지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이번 추경 이후 GDP 국가채무 비율은 47.3%에서 48.2%까지 오르게 됐는데, 이는 2019년(38.1%)과 비교하면 2년만에 10%포인트(p) 이상 상승한 수치다.
홍남기 부총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모로 궂은 소리를 듣더라도 재정당국의 목소리를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현재 속도라면 4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데 2~3년 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식 교수는 “최근들어 백신이 도입되고 접종도 시작됐지만, 올해까지는 코로나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그렇게 되면 하반기에도 추경과 지원금 지급이 또 이뤄지고, 국가채무 비율이 50%를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추경이 더 이상 없다면 모르겠지만, 여전히 불안정성이 남아있는 상황에서는 재정여력을 장기적으로 비축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당초 재정당국의 의견보다 이번 추경 규모가 더 커지면서 향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올해 본예산에서 70조원 이상의 적자 예산에 더해진다는 점을 생각해야한다”면서 “추경을 감안했다면 애초에 적자편성을 하지 말았어야했고, 불가피했다면 그 규모를 줄였어야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추경이 확정된만큼 앞으로의 재정관리가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식 교수는 “국가 부채 비율이 높아지면 한국은행의 국채 인수가 늘어나면서 자산 가격의 ‘버블’이 오게 되고 자본 유출 우려도 있다”면서 “재정 지출에 대해서는 장기적이고 이성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강성진 교수는 증세 논의가 불가피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로 인한 비상사태와 별개로 현 정부들어 매년 90조 이상의 적자를 내 왔다”면서 “이미 늘어난 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시점인만큼 증세 문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소득세나 법인세 등은 어차피 큰 재원이 되기 어려운만큼 간접세인 부가가치세의 인상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세저항이 크겠지만 이번 정부가 다음 정부의 짐을 덜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여당이 증세 공론화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증세 논의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지만, 재정을 책임진 기재부는 아직까지 증세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홍 부총리는 “이번 추경 편성에 있어 증세 문제는 전혀 검토되지 않았다”면서 “증세 문제는 복지 수준을 어느 정도로 가져갈 것인지, 그리고 국민 부담이 어느 정도 감내 가능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하는만큼 공론화와 국민 공감대 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우철 교수는 국가 신용도 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재정준칙’의 입법화 논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피치나 IMF에서 재정준칙을 긍정평가하면서 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는데, 부채 비율이 50%에 육박한다면 등급 하락 위험이 매우 크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재정사업 붐을 일으키기보다는 침착하게 재정관리를 하면서 재정준칙 논의를 적극화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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