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평점 9.8 “대학로 살아있네∼”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3-02 03:00 수정 2021-03-02 04:19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돌풍
입소문 타고 예매사이트 상위권 점령
“감칠맛 나는 극본-연출력 돋보여”
팬데믹 와중에도 대학로의 저력을 보여주는 뮤지컬 신작이 나왔다. 공연장 방역수칙 완화를 계기로 해외 라이선스 작품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순수 창작 뮤지컬인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입소문을 타고 작품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각종 예매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한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대학로 신작 중 유일하게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처음 무대에 오른 이 뮤지컬은 일제강점기 귀신들이 사는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형을 잃고 방황하다 우연히 저택을 찾은 주인공 ‘해웅’이 귀신들과 대화한다는 컬트 소재를 끌어왔다. 저택의 지박령(죽은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영혼) ‘옥희’와 다른 귀신들이 주인공과 힘을 합쳐 각자의 소원을 이루는 해피엔딩이다. 큰 반전이 없는 전개로, 요소요소마다 코믹한 B급 대사와 안무를 배치했다. 사실 시놉시스만 본 관람객이라면 클리셰로 가득한 대학로 소극장 공연을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작품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감칠맛 나는 극본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 뮤지컬의 극본은 2018년 충무아트센터의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뮤지컬 하우스 블랙앤블루’에 선정됐다. 이후에도 각색 등으로 꾸준히 손을 봐서 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뽑혀 무대에 올랐다. 한국 전통설화에서 끄집어낸 귀신 이야기에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극작을 맡은 표상아 작가는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던 어린 시절의 내가 어딘가에 남아 나를 기다린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 데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부터 대극장 뮤지컬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화한 김동연 연출가가 가세해 짜임새를 더했다. 무엇보다 작품 공모 단계부터 국내 공연 진흥 시스템에 의해 뒷받침된 작품이라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탄한 극본이라도 출연진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작품도 빛을 보지 못했을 터. 대학로에서 활약 중인 배우 11명이 역할에 따라 1인 2역을 맡으며 무대를 든든하게 채운다. 숨 가쁘게 무대를 휘젓는 안무를 선보이면서도 매끄럽게 넘버를 소화한다. 한국 전통음악부터 팝, 재즈풍의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4인조 밴드는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무대 구성. 귀신들의 모습을 표현한 홀로그램 영상을 무대 상단에 쏘아 올리며 무한한 상상력을 뻗도록 자극한다. 극의 공간적 배경인 저택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무대를 얼마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인다. 대학로만의 맛과 세련미를 갖추고 실험성까지 더한 수작이다. 포털, 예매사이트 평점이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10점 만점에 9.8점은 괜히 나온 숫자가 아니다.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 2만2000∼6만6000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입소문 타고 예매사이트 상위권 점령
“감칠맛 나는 극본-연출력 돋보여”
주인공 ‘해웅’이 저택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자 지박령 ‘옥희’가 그를 살피는 장면. 무대 위로 홀로그램을 투영해 귀신들의 모습을 구현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팬데믹 와중에도 대학로의 저력을 보여주는 뮤지컬 신작이 나왔다. 공연장 방역수칙 완화를 계기로 해외 라이선스 작품 등이 쏟아지는 가운데 순수 창작 뮤지컬인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가 입소문을 타고 작품성과 대중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각종 예매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한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대학로 신작 중 유일하게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처음 무대에 오른 이 뮤지컬은 일제강점기 귀신들이 사는 저택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형을 잃고 방황하다 우연히 저택을 찾은 주인공 ‘해웅’이 귀신들과 대화한다는 컬트 소재를 끌어왔다. 저택의 지박령(죽은 장소를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영혼) ‘옥희’와 다른 귀신들이 주인공과 힘을 합쳐 각자의 소원을 이루는 해피엔딩이다. 큰 반전이 없는 전개로, 요소요소마다 코믹한 B급 대사와 안무를 배치했다. 사실 시놉시스만 본 관람객이라면 클리셰로 가득한 대학로 소극장 공연을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작품은 상상 이상이다. 특히 감칠맛 나는 극본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력이 돋보인다.
이 뮤지컬의 극본은 2018년 충무아트센터의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뮤지컬 하우스 블랙앤블루’에 선정됐다. 이후에도 각색 등으로 꾸준히 손을 봐서 지난해 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뽑혀 무대에 올랐다. 한국 전통설화에서 끄집어낸 귀신 이야기에 독립운동가 이야기를 절묘하게 결합했다. 극작을 맡은 표상아 작가는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던 어린 시절의 내가 어딘가에 남아 나를 기다린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 데서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했다. 대학로 소극장 공연부터 대극장 뮤지컬까지 다양한 작품을 소화한 김동연 연출가가 가세해 짜임새를 더했다. 무엇보다 작품 공모 단계부터 국내 공연 진흥 시스템에 의해 뒷받침된 작품이라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탄탄한 극본이라도 출연진의 연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작품도 빛을 보지 못했을 터. 대학로에서 활약 중인 배우 11명이 역할에 따라 1인 2역을 맡으며 무대를 든든하게 채운다. 숨 가쁘게 무대를 휘젓는 안무를 선보이면서도 매끄럽게 넘버를 소화한다. 한국 전통음악부터 팝, 재즈풍의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는 4인조 밴드는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한다.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무대 구성. 귀신들의 모습을 표현한 홀로그램 영상을 무대 상단에 쏘아 올리며 무한한 상상력을 뻗도록 자극한다. 극의 공간적 배경인 저택을 크게 벗어나지 않음에도 무대를 얼마든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선보인다. 대학로만의 맛과 세련미를 갖추고 실험성까지 더한 수작이다. 포털, 예매사이트 평점이 모든 걸 말해주진 않지만 10점 만점에 9.8점은 괜히 나온 숫자가 아니다. 21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플러스씨어터, 2만2000∼6만6000원, 8세 관람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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