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아프게 국회 다니며 ‘규제 혁신’ 가장 기억”
서동일 기자
입력 2021-02-22 03:00 수정 2021-02-22 03:14
내달 물러나는 박용만 상의회장
“‘애증의 관계’인 국회에 다닌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18일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다음 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대한상의 회장 바통을 넘기고 물러난다. 2013년 8월 손경식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아 회장 직을 맡은 지 7년 8개월 만이다.
이날 박 회장은 “재임기간에 가장 절실히 호소한 것은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임기 내내 ‘규제 혁신’을 위해 뛰어왔다. 무릎 보호대를 차고 셔츠가 땀에 젖을 정도로 하루 7km를 넘게 걸으며 국회의원실 문을 두드렸다. 박 회장은 “손녀가 TV를 보다가 국회가 나오자 ‘할아버지 회사’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 ‘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박 회장은 “과거의 법과 제도로는 미래를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실증을 통해 우선 일을 벌이고 법과 제도를 바꿀 당위성을 찾자는 것이 샌드박스였고, 실제로 그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혁신 제품 및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불합리하게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내에 민간 지원센터를 마련해 지원에 나섰다. 지원센터 출범 이후 지금까지 60건 이상의 과제가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지난해 경제단체 및 재계가 줄곧 우려했던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개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 통과된 일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여러 법이 여당 뜻대로 통과되자 “재계 생각을 대변할 경제단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 회장은 “임기 중 중소·중견기업에 집중한다고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4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를 이끌면 (대한상의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 같은 불만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에 대해 박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등을 꾸준히 강조하며 상생과 동반에 대한 고민이 강한 인물”이라며 “(SK그룹이) 4차 산업혁명에 가까운 사업을 하는 만큼 대한상의 회장 역할을 더 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퇴임 후 두산인프라코어 이사회 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청년 창업가를 위해서도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임기 중 젊은 창업가들에게 사업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다 보면, 왜 이런 설명을 이 사람들이 들어야 하나 싶어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정말 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젊은이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와줄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지를 묻자 “뜻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년 창업가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박 회장은 “제2의 이병철 회장님, 제2의 정주영 회장님 이런 분들이 이 시대에 나와야 한다. 자수성가로 10대 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기업인들이 하루빨리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애증의 관계’인 국회에 다닌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은 18일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회장은 다음 달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대한상의 회장 바통을 넘기고 물러난다. 2013년 8월 손경식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를 물려받아 회장 직을 맡은 지 7년 8개월 만이다.
이날 박 회장은 “재임기간에 가장 절실히 호소한 것은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임기 내내 ‘규제 혁신’을 위해 뛰어왔다. 무릎 보호대를 차고 셔츠가 땀에 젖을 정도로 하루 7km를 넘게 걸으며 국회의원실 문을 두드렸다. 박 회장은 “손녀가 TV를 보다가 국회가 나오자 ‘할아버지 회사’라고 말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임기 중 가장 큰 성과로 ‘규제 샌드박스’를 꼽았다. 박 회장은 “과거의 법과 제도로는 미래를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 실증을 통해 우선 일을 벌이고 법과 제도를 바꿀 당위성을 찾자는 것이 샌드박스였고, 실제로 그 생각이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샌드박스는 혁신 제품 및 서비스의 시장 출시를 불합리하게 가로막는 규제를 유예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 내에 민간 지원센터를 마련해 지원에 나섰다. 지원센터 출범 이후 지금까지 60건 이상의 과제가 샌드박스를 통과했다.
지난해 경제단체 및 재계가 줄곧 우려했던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 개정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이 통과된 일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 여러 법이 여당 뜻대로 통과되자 “재계 생각을 대변할 경제단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박 회장은 “임기 중 중소·중견기업에 집중한다고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데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4대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이 대한상의를 이끌면 (대한상의의) 영향력이 커지고 이 같은 불만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에 대해 박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 등을 꾸준히 강조하며 상생과 동반에 대한 고민이 강한 인물”이라며 “(SK그룹이) 4차 산업혁명에 가까운 사업을 하는 만큼 대한상의 회장 역할을 더 잘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퇴임 후 두산인프라코어 이사회 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청년 창업가를 위해서도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임기 중 젊은 창업가들에게 사업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다 보면, 왜 이런 설명을 이 사람들이 들어야 하나 싶어 선배로서 미안한 마음이 정말 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고 젊은이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와줄 그런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지를 묻자 “뜻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년 창업가들에 대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박 회장은 “제2의 이병철 회장님, 제2의 정주영 회장님 이런 분들이 이 시대에 나와야 한다. 자수성가로 10대 그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기업인들이 하루빨리 나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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