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사익 우선시하는 CEO, 기업 위기 극복 더디게 해”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 정리=조윤경 기자

입력 2021-02-17 03:00 수정 2021-02-1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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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네덜란드 대학 합동 연구
경영자가 단기 보상 집중할수록 장기투자 꺼리고 사회적 책임 소홀
금융위기 때 경쟁력 회복도 뒤처져… 지속가능 성과 중시하도록 관리해야


기업의 구성원이라면 모두 자신이 속한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관심을 가지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가진 사람 중 한 명을 꼽으라면 최고경영자(CEO)일 것이다. 동시에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람 역시 CEO다. 그런데 이런 CEO가 사리사욕을 우선시한다면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전적인 경제이론에선 CEO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의사결정의 원동력이라고 봤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책임이 중시되는 오늘날, 이러한 관점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업의 장기적인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CEO의 이기심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벨기에 안트베르펜대와 네덜란드 틸뷔르흐대 합동 연구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로 CEO의 과도한 사익 추구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투자와 기업의 위기 극복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분석했다. 미국 델라웨어대의 헤인스 타칵스 교수 등이 정의한 ‘탐욕’의 기준을 활용했으며 다음의 네 가지 사실을 확인했다.

첫째, 자신이 지급받게 될 단기 보상에만 집중하는 CEO는 당장의 비용 지출이 필요한 중장기 투자를 꺼리며, 직원·고객·지역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복지와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CEO의 보상 중에서 1년 성과 기준으로 보너스 비중이 높을수록 사회적 책임 활동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사회적 책임 활동이 많았던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기업 경쟁력 회복 속도가 더 빨랐다. 넷째,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과도하게 사익을 추구하는 CEO가 이끌던 기업들은 글로벌 경제위기 탈출과 기업 경쟁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기업의 위기 복원력을 높인다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는데, 이는 기업의 복수 목적론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복수 목적론은 기업이 경제적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동시에 사회적 성과를 추구해야 하며, 이것이 현대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자본주의 시대에 자본은 가치 있는 기업 활동 자원이며 주주 이익 극대화는 기업의 유일한 목적이다’라는 단일목적론과 경쟁관계에 있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기업의 최고 리더인 CEO가 어떤 가치관과 경영 역량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위기에 빠진 기업을 빠르게 회복시킬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평소 이해관계자 관리와 사회적 책임 추구를 잘하는 CEO는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아울러 CEO에 대한 지나친 단기성과 인센티브 형태 위주의 보상 관리 대신 기업의 중기 성과 및 지속가능 성과를 중시하는 쪽으로 CEO 보상 관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사점도 얻을 수 있다.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 hrm@swu.ac.kr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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