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경영자가 골프장 많이 갈수록 기업-주주에 손해”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 정리=김윤진 기자

입력 2021-02-10 03:00 수정 2021-02-1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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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마이애미대 상관관계 연구

경영자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 활동인 골프가 실제 업무와 경영 성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과도한 개인의 여가 생활이 자칫 부실 경영으로 이어져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

미국 마이애미대 연구팀은 최근 골프를 기준으로 경영자의 여가 활동을 측정한 뒤 경영자의 보상, 노력, 기업 성과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골프 라운딩 횟수가 많은 경영자의 경제적 보상이 가장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골프 라운딩을 자주하는 경영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태만하다는 사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골프 라운딩 횟수가 경영자가 제공받는 경제적 유인과 반비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연간 라운딩 횟수의 중간값을 기준으로 상위 그룹에 속한 경영자들의 평균 보너스 금액은 16만5000달러에 불과했던 반면, 하위 그룹의 경영자들은 그 4배가 넘는 77만3000달러의 보너스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상위 그룹 경영자들의 평균 총보상금액은 707만6000달러로 하위 그룹 경영자들보다 129만 달러 적었다.

잦은 골프 라운딩을 하는 경영자들의 경우 경영 성과도 좋지 않았다. 실증 분석 결과, 경영자가 골프장으로 향하는 횟수가 한 번 증가할 때마다 기업의 총자산수익률(Return on assets)이 0.023%포인트만큼 감소했다. 그뿐만 아니라 연간 라운딩 횟수가 가장 높은 제4분위에 속하는 경영자들의 평균자산수익률은 1.15%포인트 더 낮았다. 표본의 평균 총자산수익률이 5.3%라는 점을 고려할 때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라는 게 연구팀의 평가다.

경영자들이 골프에 시간을 쏟으면 경영 성과가 악화될 뿐만 아니라 기업 가치 또한 감소했다. 이는 과도한 여가 생활을 향유하는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의 가치를 자본 시장이 낮게 평가함을 보여주는 결과다. 경영자의 태만이 주주 가치를 훼손할 위험이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골프 라운딩은 경영자 교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골프장을 향하는 횟수가 많은 경영자일수록 이듬해 사무실을 비우는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 입증됐다.

일련의 결과들은 경영자와 주주의 이해가 일치될 수 있도록 경영자 보상 및 지분 등 적절한 인센티브를 설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제시한다. 아울러 이사회는 경영자가 전체 주주를 위해 노력을 기울이도록 보상 체계를 설계하는 동시에 경영자의 기업 운영을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경영자에 대한 견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 이사회라면 설령 경영자 선임 시 그의 여가 선호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차후 경영자의 자질과 노력에 대한 지속적인 감독을 통해 경영자의 태만을 효과적으로 감시할 것이다.

한편,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사외이사 비율이 높은 기업일수록 골프 라운딩을 자주 다니는 경영자를 해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경영자에 대한 경제적 인센티브를 설계하는 것 못지않게 경영자의 활동을 감시하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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