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Special Report]게임서 벌어진 팬데믹, 실제 질병 대응에 특급 도움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 , 정리=장재웅 기자

입력 2021-02-10 03:00:00 수정 2021-02-10 09: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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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된 ‘메타버스’, 학습 도구로 활용 확산

‘메타버스’란 단어는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년 발표한 SF 소설 ‘스노 크래시’에 처음 등장한다. 가상현실(VR) 체험용 고글 같은 것을 끼고 접속하는 가상 세계를 이 소설에서 메타버스라 지칭했다. VR 기기로 가상 세계를 체험하는 모습(위쪽)과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만드는 장면. 제페토 화면 캡처
최근 ‘메타버스(Metaverse)’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메타버스는 초월, 가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메타버스를 경험하고 있다. 기술 연구 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세계, 라이프로깅(Lifelogging) 세계, 거울 세계(Mirror Worlds), 가상 세계(Virtual Worlds)가 그것이다. 스마트폰 앱으로 포켓몬을 잡아 봤다면 이미 증강현실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인스타그램에 오늘 먹었던 음식 사진을 올리거나 자신의 공부하는 모습이나 일하는 모습을 브이로그에 올렸다면, 라이프로깅 세계를 즐긴 것이다. 아이돌 팬 카페에 가입해서 활동하거나 화상회의 소프트웨어를 써서 원격수업이나 원격회의를 했다면 이미 거울 세계를 경험한 것이다. 또 수많은 플레이어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온라인 게임을 해봤다면 가상 세계를 즐긴 것이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면서 교육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메타버스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짚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2월 1호(314호) 기사를 요약, 정리했다.

○ 부캐를 활용한 교육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이 기존 오프라인 교육과 비교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높은 참여도’에 있다. 그리고 이는 부캐와 아바타(avatar)의 활용을 통해 가능하다. 강원대에서는 매년 한두 차례 ‘고민 콘서트’라는 2시간짜리 특강이 열린다. 이 특강에는 강원대 학생 200∼300명 정도가 참여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형 강의장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특강을 듣고 궁금한 것이나 고민거리를 질문하도록 했다. 200명이 넘는 학생 중 입을 여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교육이 불가능해지면서 이변이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이 특강을 유튜브로 진행했는데 오히려 학생들이 닉네임을 사용해 접속하자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유튜브 채팅창에는 고민거리가 쉼 없이 올라왔으며 학생들끼리 고민에 답을 해주거나 추가적인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는 본캐가 아닌 부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스스로의 고민을 남들에게 드러내는 것을 꺼리던 학생들의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더 외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낸 것이다.


○ 배움은 듣기가 아니라 경험

메타버스를 활용한 학습이 갖는 두 번째 장점은 바로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인기 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 발생한 ‘학카르 사건’이 좋은 예다. 학카르 사건은 2005년 9월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북미 서버에서 발생한 게임 내 집단 전염병 창궐 사건이다. 당시 게임에 학카르라는 괴물이 등장했는데, 이 괴물은 일정 지역에 들어간 사용자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병에 걸리게 하는 캐릭터였다. 다행인 점은 일정 지역 내에서만 퍼지는 바이러스여서 해당 지역을 벗어나면 병이 나았다. 그런데 버그가 발생해 학카르가 있는 지역에 자신의 동물(pet)을 데려갔던 사용자의 경우 그 지역을 벗어나도 동물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자연치료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동물들로 인해 바이러스가 다른 지역에도 퍼지면서 게임 세계는 큰 혼란에 빠졌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 속 팬데믹 상황에서 사람들의 대응이었다. 게임에서 치료사 직업을 가진 이들은 감염된 다른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해주기 시작했고 일부 사용자는 자체적으로 민병대를 구성해 감염자가 많은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유도했다. 또한 감염자가 많은 지역의 사람들이 그 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게 막았다. 나쁜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사람들을 일부러 감염지역으로 유도하거나, 자신이 감염된 사실을 알면서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사건이 전염병 연구자들에게 좋은 교육 자료가 됐다는 점이다. BBC뉴스나 의학 저널에 ‘전염병 확산의 예시’로 소개됐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연구 목적으로 블리자드에 통계 데이터를 요청하기도 했다. 전염병같이 현실 세계에서 직접 시뮬레이션 해보기 어려운 주제의 경우 게임 속 메타버스를 활용한 훈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 모두가 배움의 크리에이터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의 또 다른 장점은 메타버스 환경에서는 서로가 배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우리가 가장 많은 깨달음과 지식을 얻는 것은 교육 프로그램보다는 같이 일하는 동료를 통해서다. 메타버스는 이런 현상을 가속한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기업 교육이 일상화되면 지금처럼 특정 공간에 가서 짜인 일정에 맞춰서 참여하는 교육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오히려 SNS를 활용해 짬짬이 자신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추가 정보를 나누고 자신이 꼭 듣고 싶은 교육은 온라인 공개 수업인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를 통해 편한 시간에 편한 장소에서 들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이 조직 내에 활성화되면 배움은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이 된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전공 교수 saviour@kangwon.ac.kr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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