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영민 장관때 과기부도 ‘北비핵화 전제 원전협력’ 논의했다

세종=구특교 기자 , 세종=송충현 기자

입력 2021-02-04 03:00 수정 2021-02-04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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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문건 4개월뒤 연구 공고…당시 범부처 차원 검토 이뤄진듯
상업용-의료용 원자력 협력 포함…DMZ에 ‘에너지 특구’ 설치도 제시
홈피서 해당 공고 내용만 사라져…과기부 “실수… 연구결과 공개못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2018년 과기정통부가 북한 비핵화 진전을 대비해 상업용 원전 등이 포함된 남북 원자력 협력 방안 연구를 추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과 비무장지대(DMZ) 등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이 포함된 ‘북한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문건을 작성한 지 4개월 뒤로 추정된다. 당시 범부처 차원에서 원전이 포함된 남북 원자력 협력 방안에 대한 검토를 광범위하게 진행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3일 한국연구재단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2018년 9월 유 장관 명의로 ‘2018년 하반기 원자력 정책 연구 사업 공고’를 냈다. 3개 과제로 구성된 사업에 ‘한반도 비핵화 진전에 따른 과학기술적 대응과 남북 원자력 협력 방안 연구’(연구비 5000만 원)가 포함됐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 개최 5개월 후에 과기정통부가 관련 사업 연구 공고를 낸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연구 공고에서 “남북한 협력의 진전에 대비해 북한 비핵화에 따른 남북 원자력 협력 방안을 강구하려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진전에 따른 과학기술적 검증과 남북한 원자력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 과제 가운데 남북 원자력 산업 협력 방안 항목에 △전력 공급 및 인프라 확충 △상업용 원전(중소형 및 대형 원전) △의료용 동위원소 등 원자력 및 방사선 협력 모델 제시 등이 포함됐다. 상업용 원전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원전을 뜻한다. 산업부가 북한 함경남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부지에 건설을 검토했던 원전도 이 같은 상업용 원전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원전 전문가는 “산업부 문건은 북한에 건설할 발전소 유형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과기정통부 공고에서는 북한 원자력 전력망의 전반적인 운영 방안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보인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연구 용역 공고와 산업부 문건에는 공통적으로 DMZ가 등장한다. 과기정통부는 강원 고성군 등 DMZ를 중심으로 남북이 ‘공동 에너지 특구’를 설치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원자력 전문 인력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연구과제로 제시했다. 산업부 문건에는 ‘DMZ 내 수출형 신규 원자로(APR+, SMART) 건설 방안’이 들어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에너지 특구에 발전시설 외에는 마땅히 들어갈 게 없으니 결국 원전을 짓겠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용수 문제나 접근성 때문에 실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공고엔 범부처 차원의 원자력 남북 협력을 위한 공동 연구 방안도 담겼다. 과기정통부와 외교부 등 정부 기관과 산업계, 국제기구 전문가로 구성된 ‘원자력 남북 협력 포럼’을 운영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이 연구는 한국원자력안전아카데미의 강모 이사가 맡았다. 강 이사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에서 근무했고 1999∼2002년 KEDO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함경남도 금호지구 KEDO 부지는 산업부 문건에서 원전 건설 부지로 가장 먼저 검토된 장소다. 강 이사는 “연구 내용이 비공개로 진행된 거라 이야기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해당 공고 내용은 현재 과기정통부 홈페이지에서 빠져 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가 실수로 공고를 못 한 것 같다”면서도 “연구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구특교 kootg@donga.com·송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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