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과 방패의 대결’…재보선 싸움판 된 서울 부동산 시장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2-01 11:58 수정 2021-02-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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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부가 특단의 공급대책을 내놓겠다며 부동산시장 안정에 골몰하고 있지만 4월로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나서겠다는 정치인들이 여야 가리지 않고 각종 부동산 개발 및 규제 완화 방안을 쏟아내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금주 중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급대책이 시장 기대를 밑돌 경우 적잖은 후유증마저 우려된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말부터 정부가 대규모 공급 확대 방안 방침을 밝혔고,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특단의 공급대책을 설 이전에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매수세가 꺾이질 않고, 가격 오름세도 가팔라지고 있어 이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 쏟아지는 개발 공약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여야 후보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부동산 공약’부터 쏟아내고 있다. 부동산시장 안정이 현 정부 정책 실패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인 만큼 최대 승부처라는 판단 때문이다.

내용은 대체적으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 교통망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이 주를 이룬다.

‘공공주택 16만호 공급’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공급을 위해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위에 24만 평의 인공부지를 조성하거나, 서울 지하철 1호선 지상구간을 모두 지하화해 17만 평의 신규 부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26일 출마를 공식 선언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서울을 권역별로 21분 내 모든 이동이 가능한 생활권을 조성하는 내용의 ‘21분 콤팩트 도시’ 공약과 함께 “민간의 재건축, 재개발도 존중해야 한다”며 서울 강남 재건축·재개발 허용 입장을 내비쳤다.

야권 후보들은 대규모 개발과 함께 법 개정이 필요한 규제 완화도 거론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재건축 심의 원스톱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제2종일반주거지역에 대한 7층 이하 규제를 취임 100일 이내에 바로잡겠다고 공약했다.

여기에 국민의힘은 용적률과 안전진단 기준을 바꾸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당 차원에서 제시하며 서울시내 부동산개발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국철·전철을 지하화하고, 공공기관 이전 부지 등을 활용해 5년간 주택 74만6000채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현직 구청장으로 출사표를 던진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해제됐던 정비구역 393개를 ‘미니 뉴타운 방식’으로 개발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이런 공약이 실제로 현실화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서울시장의 권한만으로 이런 공약들을 실행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시장 선거만이 아닌 대선까지 염두에 둔 공약이라는 해석이 더해지면서 이런 공약들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 높아지는 기대 심리
실제로 한동안 주춤했던 서울 집값 상승세가 다시 오름세를 키우고 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들이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집값 상승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 집값은 0.40% 올라 전달(0.26%)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송파(0.69%) 서초(0.61%) 강남(0.56%)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상승률이 서울 전체 평균을 웃돌았다.

△송파는 잠실과 신천동 인기단지와 재건축 단지 △서초는 반포동 신축과 방배동 인기 단지 △강남은 개포 주공 6·7단지 조합설립인가 등의 호재가 발생한 개포와 압구정동 등이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이런 흐름은 부동산114나 KB부동산의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특히 KB부동산이 1일 발표한 2020년 1월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주택 중위매매가격이 8억759만 원으로 지난해 12월(7억9339만 원)보다 1419만 원 상승했다. 1년 전 6억 원대였던 서울 주택 중위매매가격은 지난해 아파트 단독 연립 등을 가리지 않고 상승하면서 고가주택 기준인 9억 원 턱밑까지 오른 것이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누가 서울시장이 되든 그동안 묶였던 재건축 규제가 풀리지 않겠냐는 기대심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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