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아시시 느낌대로… 4m 옹벽위 ‘성북동 너와집’
손택균 기자
입력 2021-01-08 03:00 수정 2021-01-08 13:48
리모델링 맡은 김영배-이정환씨… 고택을 공유부엌으로 탈바꿈
이 단층 건축물의 뼈대는 1940년대에 터를 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 고택이다. 성북동 토박이인 건축주는 주변 다른 집들처럼 말끔히 허물고 작은 임대용 빌딩을 올릴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오랜 세월 동네 사람들이 ‘노란대문집’으로 불러온 공간의 정경을 걷어내기가 마뜩지 않아서였다.
리모델링 작업을 맡은 김영배(38) 이정환(39) 드로잉웍스건축사무소 공동대표는 2년 전 가을 이 집 앞을 우연히 지나다 감을 따고 있던 건축주를 동행인 소개로 만났다. “옛집의 정취를 유지하되 남편과 함께 순례여행을 다녀왔던 이탈리아 아시시의 이미지를 담은 건물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 건축주의 요청이었다.
현 교황 즉위명의 유래가 된 가톨릭 성인 프란치스코(1182∼1226)의 출생지인 아시시 건축은 비정형의 불그스름한 돌을 촘촘히 쌓아 올린 벽체로 이뤄졌다. 두 건축가는 진입로를 바라보는 서쪽 입면에 이 석벽의 형상을 입혔다. 흰색으로 칠한 기존 조적벽체 위에 모서리가 둥근 붉은색 벽돌을 미묘한 어긋남을 주며 쌓아 아시시의 느낌을 재현했다.
“‘오래 묵은 미래’를 짓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이 집은 4m 높이 옹벽 위에 올라선, 동네의 얼굴 같은 집이다. 지구 반대편 도시의 모습을 끌어들이면서도 주변 건물들과 이질감 없이 어울리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새것을 지으며 오래된 것의 느낌을 내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여러 번 쌓았다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시공 맡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이)
동네 초입 골목에서 올려다보는 남쪽 입면과 지붕은 캐나다산 적삼목 너와로 덮었다. 지붕을 엮은 소나무 골조 위에 단열을 보강하고 외장 프레임을 짜 올린 뒤 널판을 겹쳐 덮은 것. 김 대표는 “홀로 멀끔하게 단정한 건물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투박한 질감의 불규칙한 비정형이 모여 이루는 질서를 보여주는 외피 재료”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화원으로 쓰였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세입자가 생활했던 집이다. 골조와 외벽을 남기고 해체하면서 수십 년 동안 조금씩 고쳐 쓰며 쌓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아궁이 불을 땠을 때 썼을 벽돌 굴뚝 기둥은 그대로 남겨 아시시 이미지의 외벽에 합쳤다.”(김)
예스러운 치장 홈을 내며 쌓은 옹벽 위 벽돌담도 지지대를 보강해 유지했다. 내부는 모두 틔워 널찍한 거실과 응접실을 갖추고 소박한 다락도 올렸다. 남기면 좋을 것과 걷어내도 좋을 것을 살펴 정돈한 뒤 오래된 철문은 진입로 옆 담벼락에 표지처럼 붙였다. 새롭게 단장했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이 집은 여전히, 그 노란대문집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서울 성북구 고택을 리모델링한 공유부엌 ‘리틀아씨시’의 서쪽 입면. 붉은 벽돌을 의도적으로 불균일하게 쌓아 이탈리아 가톨릭 성지 아시시 건축물의 오래된 석벽 이미지를 살렸다. ⓒ김재경
맛있는 짬뽕은 드물다. 좋은 재료를 모아 양념해서 끓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각양각색 재료의 특징을 균형 있게 조화시킨 결과물은 만나기 쉽지 않다. 서울 성북구 주택가 언덕배기에 지난해 완공한 공유부엌 ‘리틀아씨시’는 어색함 없이 세련된 이종교배를 이뤄낸, 흔치 않은 건물이다.이 단층 건축물의 뼈대는 1940년대에 터를 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목조 고택이다. 성북동 토박이인 건축주는 주변 다른 집들처럼 말끔히 허물고 작은 임대용 빌딩을 올릴까 생각하다가 마음을 바꿨다. 오랜 세월 동네 사람들이 ‘노란대문집’으로 불러온 공간의 정경을 걷어내기가 마뜩지 않아서였다.
이정환(왼쪽) 김영배 드로잉웍스 공동대표는 “고택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비정형의 질서 안에서 정돈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김동주기자 zoo@donga.com
리모델링 작업을 맡은 김영배(38) 이정환(39) 드로잉웍스건축사무소 공동대표는 2년 전 가을 이 집 앞을 우연히 지나다 감을 따고 있던 건축주를 동행인 소개로 만났다. “옛집의 정취를 유지하되 남편과 함께 순례여행을 다녀왔던 이탈리아 아시시의 이미지를 담은 건물로 바꾸고 싶다”는 것이 건축주의 요청이었다.
현 교황 즉위명의 유래가 된 가톨릭 성인 프란치스코(1182∼1226)의 출생지인 아시시 건축은 비정형의 불그스름한 돌을 촘촘히 쌓아 올린 벽체로 이뤄졌다. 두 건축가는 진입로를 바라보는 서쪽 입면에 이 석벽의 형상을 입혔다. 흰색으로 칠한 기존 조적벽체 위에 모서리가 둥근 붉은색 벽돌을 미묘한 어긋남을 주며 쌓아 아시시의 느낌을 재현했다.
“‘오래 묵은 미래’를 짓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이 집은 4m 높이 옹벽 위에 올라선, 동네의 얼굴 같은 집이다. 지구 반대편 도시의 모습을 끌어들이면서도 주변 건물들과 이질감 없이 어울리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 새것을 지으며 오래된 것의 느낌을 내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여러 번 쌓았다 허물기를 반복하면서 시공 맡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이)
동네 초입 골목에서 올려다보는 남쪽 입면과 지붕은 캐나다산 적삼목 너와로 덮었다. 지붕을 엮은 소나무 골조 위에 단열을 보강하고 외장 프레임을 짜 올린 뒤 널판을 겹쳐 덮은 것. 김 대표는 “홀로 멀끔하게 단정한 건물이 되지 않도록 하면서, 투박한 질감의 불규칙한 비정형이 모여 이루는 질서를 보여주는 외피 재료”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화원으로 쓰였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세입자가 생활했던 집이다. 골조와 외벽을 남기고 해체하면서 수십 년 동안 조금씩 고쳐 쓰며 쌓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 아궁이 불을 땠을 때 썼을 벽돌 굴뚝 기둥은 그대로 남겨 아시시 이미지의 외벽에 합쳤다.”(김)
예스러운 치장 홈을 내며 쌓은 옹벽 위 벽돌담도 지지대를 보강해 유지했다. 내부는 모두 틔워 널찍한 거실과 응접실을 갖추고 소박한 다락도 올렸다. 남기면 좋을 것과 걷어내도 좋을 것을 살펴 정돈한 뒤 오래된 철문은 진입로 옆 담벼락에 표지처럼 붙였다. 새롭게 단장했지만 동네 사람들에게 이 집은 여전히, 그 노란대문집이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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