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진화 가장 어려웠다”

서형석 기자 , 김도형 기자

입력 2021-01-08 03:00 수정 2021-01-08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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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테슬라 모델X 화재때 출동
소방관 현장구조 보고서 제출


지난달 12월 9일 서울 용산구에서 콘크리트 벽에 충돌한 후 화염에 휩싸였던 테슬라의 ‘모델X’ 차량. 뉴시스
지난해 12월 테슬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화재 사건에서 소방관들이 화재 진압과 구조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이 공식 문건으로 나왔다. 12월 9일 테슬라 ‘모델X’가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벽에 충돌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친 화재 사건에 대한 소방서의 분석 보고서다.

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에 따르면 모델X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용산소방서 현장대응단 구조대는 ‘인명구조검토회의 결과보고서’를 작성해 서울소방재난본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큰 어려움은 손상된 고전압 배터리에서 배터리 셀이 빠르게 발열됐고, 여기서 발생하는 불을 진화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사고 차량은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불길을 한 번 잡은 뒤에도 화학반응이 계속돼 발열이 계속됐기 때문에 진화가 까다로웠다.

전기차는 차종에 따라 배터리셀이 수십∼수천 개 장착돼 있다. 배터리셀에서 일단 불이 나면 어떻게 번지고 언제까지 이어질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상황 예측이 어려워 소방관들은 도착 후 6분 만에 초진에 성공한 뒤에도 완전히 불을 끄는 데 50분이 더 걸렸다. 이후에도 만약에 대비해 40분을 현장에 더 머물렀다. 독일에선 전기차 화재 시 아예 거대한 물탱크에 빠뜨려 불을 끈다는 매뉴얼도 있다. 일반 내연기관 차량은 소화기로 불길을 잡을 수 있지만 전기차는 이것도 쉽지 않다. 소화기로 분말을 뿌려 불길을 잡아도 10초 정도가 지나면 다시 불길이 살아나 화재 진압이 어렵다는 실험 결과가 나와 있다.



당시 차량에서는 전후좌우로 불길이 솟구쳤지만 감전 우려 탓에 절연 장비를 갖춘 소수 인원 외에는 현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400V가량의 높은 전압이 흐른다.

차에 갇혀 있던 사람을 구조하는 것도 난관이었다. 화재가 난 테슬라 차량은 뒷문에 손을 접촉하면 이를 인식해 날개가 펼쳐지듯 위아래로 열리게 돼 있었다. 잡아당겨서 열 수 없다 보니 차량 화재 시 문을 뜯어내는 데 쓰는 유압전개기가 소용없었다. 결국 구조대는 유리창을 깨고 차 안에 들어가 사람을 끌어냈다. 차내 전기 공급이 끊겨 뒷좌석을 앞으로 접지 못해 사람을 구조하고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차내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용산소방서 구조대가 화재에서 접한 상황의 상당 부분은 이미 소방청이 지난해 만든 전기차 구조 활동 지침서 매뉴얼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소방청은 지난해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전기차 구조 활동 지침서’를 제작했다. 지침서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시에는 차량이 잠길 만큼의 물이 필요하고, 소방관은 출동할 때 절연 장비를 지참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등록된 전기차가 0.6%(2020년 말 기준)에 그치다 보니 현장 대원 상당수가 경험이 부족한 현실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전기차 보급 속도를 고려했을 때 일선 소방관들이 전기차 화재 진압을 몸으로 습득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국이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으로 체계적인 안전 매뉴얼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의원은 “전기차 보급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안전이 담보돼야 한다”며 “전기차에 맞는 안전도 평가 및 검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제조사도 차종별로 감전 예방, 문 개방 등 안전 관련 내용을 당국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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