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퀀시 좀 나눠주세요”…연말마다 등장하는 스벅 ‘구걸족’

뉴스1

입력 2020-12-31 11:28 수정 2020-12-3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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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2020겨울 프리퀀시 행사 상품(스타벅스커피코리아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스타벅스 프리퀀시 구합니다”

대학생 A씨(25)는 매년 연말이 되면 스타벅스 신년 다이어리를 구하기 위해 온라인 카페를 드나드느라 분주하다. 다이어리와 교환할 쿠폰을 모으며 카페 이곳 저곳에 글을 쓰는 일은 이제 연례 행사가 됐다. A씨는 “쿠폰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거나 내가 가진 쿠폰과 교환하곤 한다”며 “요즘엔 무료로 받은 쿠폰을 현금으로 거래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스타벅스 프리퀀시 행사에 얌체족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무료로 모은 쿠폰을 비싸게 되팔거나 증정품에 웃돈을 얹어 파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과도하게 쿠폰을 요청하는 일부 소비자를 두고 이른바 ‘스벅거지’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당장 이 같은 거래를 제재할 근거나 방법이 마땅치 않아 연말마다 피로감을 호소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저한테 쿠폰 버리실 분”…프리퀀시 행사마다 극성

31일 업계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이날 크리스마스 e-프리퀀시 행사를 종료한다.

e-프리퀀시 행사는 스타벅스가 지난 2003년 겨울 다이어리 증정을 시작으로 매년 진행하고 있는 이벤트다. 행사 기간 사전에 지정한 미션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을 마시면 스타벅스 굿즈와 교환해 준다. 증정품은 한정 물량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매년 여름과 겨울 행사마다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을 만큼 관심이 뜨겁다.

올해 여름 프리퀀시 행사 당시 증정한 작은 여행용 가방 ‘레디백’은 전국 매장에서 매일 ‘오픈런’이 이어질 정도로 명품 가방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지난 5월 서울 여의도 스타벅스 매장에선 한 고객이 커피 300잔을 구매한 뒤 레디백만 받고 돌아간 일도 있었다. 올겨울 증정품인 신년 다이어리와 크로스백 역시 일부가 이미 동났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년 진행하는 플래너 행사는 스타벅스 전통으로 자리잡았다”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어 행사마다 소비자 관심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매년 행사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 온라인 곳곳에는 사용하지 않는 e-프리퀀시 쿠폰을 나눠달라고 부탁하거나 부족한 쿠폰 종류를 서로 교환하자는 글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 커피를 한 잔 마실 때마다 적립하는 프리퀀시 쿠폰은 개인 고유 번호로 전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주고받을 수 있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다이어리를 받고 싶다”, “소멸 예정인 쿠폰이 있다면 저에게로 버려달라”, “딱 하나가 부족한데 카페를 갈 일이 없어서 부탁한다”는 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행사 기간이 되면 줄을 잇는 ‘프리퀀시 구걸’에 일부 소비자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지나칠 정도로 반복해서 프리퀀시 쿠폰을 부탁하는 글을 쓰는 사람을 두고 ‘스벅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직장인 김모씨(27)는 “연말만 되면 온라인에서 프리퀀시를 요청하는 글들을 꾸준히 보는 것 같다”며 “프리퀀시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글에 벌떼처럼 몰려드는 것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말했다.

커피보다 증정품…“꼼수 거래 제한 근거 없어”

스타벅스 쿠폰을 주고받거나 개당 값을 매겨 거래하는 행위 자체는 개인의 자유다. 문제는 무료로 모은 쿠폰을 다시 금전 거래에 사용하는 얌체족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선의로 나눠준 쿠폰을 돈벌이에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고물품 거래 앱 ‘당근마켓’에서는 프리퀀시 쿠폰 17개를 모두 모은 ‘완성본’이 최대 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쿠폰을 직접 모은 경우도 있지만, 무료로 쉽게 얻을 수도 있다 보니 꼼수를 이용한 판매자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무료로 프리퀀시를 모은 뒤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기프티콘과 교환하자는 사람을 발견했다’는 후기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온라인 커뮤니티 내부에서 지침을 만들어 관련 글을 규제하거나 작성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카페 이용자는 “프리퀀시 시즌만 되면 구걸하러 들어오는 사람들과 글때문에 화가 난다”며 “모아서 되팔이 하려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스타벅스는 지난여름 레디백 대란 이후 프리퀀시 적립 시스템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해 일부 규정을 바꿨다. 과거 영수증만 있으면 일정 기간이 지나도 프리퀀시 적립을 허용했던 시스템을 결제 즉시 적립만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프리퀀시를 공짜로 모아 되파는 거래 행위를 따로 제한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쿠폰을 거래하는 과정에 강제성이 없을 뿐더러 개인간의 거래 행위에 개입할 근거는 더욱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마케팅 본래 취지만 퇴색한다는 지적이다.

이동구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현재로서는 (프리퀀시를 무료로 모아 되파는) 거래 행위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며 “당초 고객 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스타벅스 마케팅의 본래 취지와는 부합하지는 않을 수 있지만, 스타벅스 또한 프리퀀시 교환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신전속적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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