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공과금 납부-소득 정산 고객들 몰려 영업점내 대기 인원 순식간에 20명 훌쩍

신나리 기자

입력 2020-12-29 03:00 수정 2020-12-2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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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 입장객 ‘10명 제한’ 첫날 표정
일부 은행선 안내문조차 안붙여
고령층 많아 외부 대기 안내 난감
갑자기 강화된 방침에 불만도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은행 지점에서 20명 넘는 고객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날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영업점에 머무는 고객을 가급적 10명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지점들이 많았고, 일부 지점은 안내문조차 없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근처 A은행 동대문지점. 세금 납부 고지서와 영수증 뭉텅이, 각종 서류를 쥔 고객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은행 안의 사람들은 14, 15명으로 계속 불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방지를 위해 은행 입장 및 대기 고객을 ‘가급적’ 10명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한 첫날이었지만 인원을 제한하는 직원은 없었다.

길 건너 B은행 지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연말을 맞아 공과금 납부, 소득 정산 등 각종 은행 업무를 보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새 방역지침은 무색해졌다. 10분 새 고객은 12명에서 25명으로 불어났다. 고객 대기선은커녕 한 칸 띄어 앉거나 2m 이상 고객 간 거리를 유지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번호대기표를 뽑은 고객들은 대기시간이 길어지자 기댈 벽을 찾거나 남는 의자에 앉기 바빴다.

C은행 남대문지점은 직원이 입장을 제한해 아슬아슬하게 입장객 9명을 유지했다. 입구 밖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부스에서 입장 차례를 기다리던 한 고객은 “여기서 오밀조밀 붙어 기다리는 게 더 위험할 것 같다”고 걱정했다.

동아일보가 이날 서울 남대문시장, 종로3가, 동대문 등 도심 은행지점 및 금융센터 8곳을 돌아본 결과 강화된 입장 고객 수 제한 지침을 준수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10명 제한’ 안내문조차 붙어 있지 않은 곳이 7곳, 고객 대기선이 없는 은행은 6곳이었다. 은행 이용자가 늘어나는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인원 제한은 더 무의미해졌다.

다른 역세권이나 인구밀집도가 높은 주거지역의 은행 지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지점은 오후 한때 영업점 내 대기 인원만 28명이었다. 통장 정리 겸 가게 수입 정산을 위해 지점을 찾은 안모 씨(62·여)는 “영업시간을 한 시간 단축한 데다 10명으로 입장 인원을 제한한다고 해서 평소보다 일찍 은행에 왔는데 월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더 몰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은 27일 새 거리 두기 방침을 발표하면서 “일상적 업무는 비대면 채널을 활용하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은행 방문자 중엔 비대면 금융 거래에 익숙지 않은 중장년층과 종이 통장에 거래 명세를 찍어보거나 지로 용지를 들고 지점을 찾는 노년층이 많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관악구 내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창구 직원은 “고객들을 겨우 ATM이 있는 입구 바깥으로 안내하고 있지만 어르신들이 많아 문밖에 나가 기다리시라 말씀드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의 경우 식품점 등 필수업종의 출입 인원을 제한하면서 일정 시간대에 고령자만 입장할 수 있도록 보호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주말에 발표된 방침을 지켜야 하는 은행 직원들도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가뜩이나 혼잡한 월말과 연말이 겹친 데다 영업시간 단축에 이어 새 방역지침까지 내려져 업무 혼잡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한 은행 직원은 “주말에 갑자기 가이드라인이 내려오다 보니 미처 고객 대기선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했다. 재택근무 확대로 지점 인원이 부족한 상황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점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영업점 환경에 따라 자율시행하라’는 내부 공지를 띄우기도 했다.

29일부터는 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영업점에서도 대기 인원이 10명 이내로 제한된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전국 저축은행 영업점을 대상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를 추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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