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4중 제재 중대재해법…세계 최고수준의 처벌법안”

허동준 기자 , 세종=남건우 기자

입력 2020-12-16 19:18 수정 2020-12-16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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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 입법 추진 관련, 30개 경제단체·업종별협회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2020.12.16/뉴시스

“벌금, 기업인 처벌, 영업정지라는 행정제재에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4중 제재를 부과하고 있어 그야말로 세계 최고수준의 처벌법안이다.”

주요 경제단체가 16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추진을 막아달라고 호소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기업 규제 법안이 줄줄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재계의 절박감도 극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는 그간 경제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지만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외에도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안이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어 ‘입법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게 경제계 시각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 3법의 주무 부서인 법무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는 이날 ‘공정경제 3법 합동 브리핑’을 열고 “경제3법으로 경영투명성이 높아지면 해외투기자본 간섭 여지가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 “기업인 처벌이 예방책 아냐”
재계는 중대재해처벌법도 앞서 통과된 법들과 마찬가지로 실효성보다 여론을 고려한 과잉 입법이라고 본다. 기업인 처벌 조항이 강화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효과 분석 없이 처벌 수위를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산안법 시행 후 사고가 줄었는지, 부작용은 없는지 파악한 뒤에 처벌 수위를 높이는 새로운 법을 제정해도 늦지 않다”며 “기업들은 경영 자체보다 경영권 보호, 사고방지, 노사관계만 신경 쓰게 될 거다. 결국 투자를 축소하거나 해외로 나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사후처벌 방식으로는 산업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사망사고 발생시 미국 일본보다 처벌 수위가 높은 한국에서 근로자 1만 명당 사망률은 지난해 기준 0.46으로 미국(0.37) 일본(0.16), 독일(0.15), 영국(0.04)에 비해 높은 편이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선진국들은 산재예방을 위해 인프라 투자 지원과 인식 제고 등 정책적으로 접근하는데, 한국은 입법만능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영향이 가장 큰 곳은 중소기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은 “마지막까지 재해를 수습해야 할 대표이사가 구속되면 대표이사가 곧 오너인 중소기업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정부 “해외 투기자본 간섭 오히려 줄 것”이라지만…
경제3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날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경제3법은) 우리 경제 각 분야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고 공정하고 혁신적인 시장경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임 및 3%룰 조항으로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면 오히려 해외 투기자본이 간섭할 여지가 없어질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경영 투명성과 관련 없이 글로벌 기업 어디나 해외투기펀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며 “현대차나 삼성 사례처럼 주로 그룹 사업재편을 시도할 때 공격한다”고 했다. 경영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알려진 미국에서는 지난해 e베이에 이어 올해 초 트위터가 행동주의 펀드 측의 공격을 받았다. 투자은행 라자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정책에 대한 반대 운동을 벌인 펀드는 147개로 최근 10년 동안 가장 많았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세종=남건우 기자 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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