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디지털 전환 역량 ‘조선기자재〉車〉에너지’ 업종順

김창덕 기자

입력 2020-12-16 03:00 수정 2020-12-1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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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하반기 650곳 대상 ‘DX 현황’ 조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발전으로 디지털전환(DX)은 기업 경영 혁신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런 변화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촉진제 역할을 하고 있다. 대다수 기업에 선제적 투자 내지 선택의 영역이었던 DX는 글로벌 위기 상황을 맞아 필수적인 생존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기술기업인 델테크놀로지스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 전환 인덱스(DTI) 2020’에 따르면 기업 5곳 중 4곳이 올해 DX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는 기업 비율도 마찬가지로 80%에 달했다. 전 세계 18개국 4300개 기업의 최고 임원급(C-레벨)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뤄진 조사 결과다.

○ “DX 당장은 힘들지만 반드시 하겠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대기업과 달리 정보 취득 소스나 투자 여력이 부족해 자체적인 DX 추진 및 적용에 여전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 확산을 위한 산업별 DX 모델을 직접 개발하고 ‘산업 디지털전환 촉진법’ 제정을 추진 중인 배경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과 한국생산성본부는 올해 하반기(7∼12월) 자동차, 조선, 에너지 부문의 소재, 장비, 부품기업 650곳을 대상으로 DX 인식 및 향후 계획에 대한 업종별 DX 니즈 및 역량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기업 2곳 중 1곳은 DX의 의미를 알고 있었지만, 실제 추진할 준비가 돼 있다는 응답 비율은 자동차 12.4%, 조선기자재 5.5%, 에너지 10.5%로 매우 낮았다. 기업들은 내부의 인적 역량과 DX 추진을 위한 가이드라인 부재, 자금 부족 등을 산업 DX 수준이 낮은 이유로 꼽았다.

DX 추진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자동차 74.8%, 조선기자재 80.0%, 에너지 52.5%로 매우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당장 DX를 추진하겠다는 응답은 전체의 절반에 못 미쳤고, 많은 기업(자동차 70.8%, 조선기자재 78.5%, 에너지 51.0%)이 향후 장기적 관점에서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 DX 평균 역량 수준의 경우 조선기자재가 48.8점으로 가장 높았고, 자동차 47.3점, 에너지 37.7점 순이었다. DX 역량 수준은 디지털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 전략과제, 혁신영역, 기술과 솔루션, 인적역량과 조직문화 등 5개 부문의 평균을 종합 점수로 나타낸 것이다.

○ DX도 내 몸에 맞는 모델 적용한다

생산성본부는 이러한 사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업종별 DX 실행가이드’를 만들고 실제 1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시범 컨설팅까지 마쳤다.

경기 용인시의 지필로스는 연료전지 시스템과 인버터 등이 주력 제품군인 재생에너지 기반 중소기업이다. 정부의 ‘업종별 DX 실행가이드’를 적용한 시범 컨설팅 대상 15개 기업 중 가장 적극적으로 프로젝트에 임한 곳 중 하나다. 박가우 지필로스 대표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업개발 이사, 경영지원 이사 등 핵심 경영진이 모두 포함된 8명의 프로젝트관리조직(PMO)을 꾸렸다. 이들은 실행가이드에 따라 지난달 27일 사전진단 회의와 이달 3, 7일의 두 차례 워크숍을 거쳤다. 이를 통해 디지털 비전 및 전략 목표 설정은 물론이고 주요 제품 및 공정 등에 대한 개선 포인트를 찾아 과제로 설정하는 단계까지 경험했다.

지필로스는 17일 자체 발표회를 갖고 지난 3주일간 컨설팅으로 도출한 비전 체계도 및 디지털 핵심과제와 로드맵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이번 컨설팅이 DX라는 거대한 파도에 수동적으로 휩쓸리기보다는 능동적으로 혁신의 파도를 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강서구에 본사를 둔 테크로스도 국내 조선기자재업체 중 손꼽히는 전기분해 수처리 전문 기업으로, DX에 대한 열망이 어느 곳보다 강하다. 선박 평형수 처리장치를 개발해 제조하는 공정에서부터 사내 조직관리까지 DX를 통한 도약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해서다. 생산성본부 관계자는 “경영진뿐만 아니라 실무자들까지도 DX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 워크숍 내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15개 기업 대상의 시범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산업별 DX 모델’의 완성도를 보다 끌어올릴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DX는 기업 경쟁력 향상 및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기에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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