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누르자… 11월 아파트 매매 71%가 지방 거래

정순구 기자

입력 2020-12-07 03:00 수정 2020-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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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울산-부산 등 거래 크게 늘며 울산 84m², 석달만에 3억 오르기도
부산 해운대 등 규제지 추가하자 서울 유턴도… 8월이후 최대 상승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자이1단지’ 전용면적 84m²는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지정하기 직전인 지난달 14일 13억3000만 원에 팔렸다. 이 아파트 역대 최고 가격으로 3.3m²당 약 4000만 원에 이른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3.3m²당 평균 가격(3339만 원·KB부동산 리브온)을 훌쩍 넘는 셈이다. 올해 6월만 해도 8억 원대에 거래됐지만,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이자 투자 수요가 많이 쏠린 탓이다.

올해 11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10건 중 7건이 지방(서울 경기 인천 제외)에서 이뤄지는 등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지방 집값이 치솟고 있다. 인기 단지 가격은 이미 서울을 넘어섰을 정도다. 정부가 지방 일부 지역을 추가 규제한 뒤로 주변에 풍선효과까지 생기면서 투자 수요가 다시 서울로 향하는 등 서울 재건축 단지나 중저가 단지 위주의 집값이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 건수 5만9576건(3일 기준) 가운데 지방 아파트 거래는 4만2251건(70.9%)으로 조사됐다. 지방 아파트 거래 비중은 올해 하반기 들어 △7월 51.1% △8월 56.8% △9월 61.9% △10월 62.8% 등 매달 높아지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올해 6·17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며 투자 수요가 지방으로 유입된 데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과 울산, 부산 등의 거래량이 부쩍 많아졌다. 지난달 경북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3716건으로 지난해 11월(2513건) 대비 47.9% 늘었고, 울산과 부산도 각각 38.3%와 20% 증가했다. 실거래 신고 기한(30일)이 남았음을 고려하면 거래량 상승 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외지인이 몰려든 영향이 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경북에서 외지인의 아파트 매입 비율이 올해 8월 20.5%에서 10월 24.9%로 올랐다. 이 기간 경남의 해당 비율도 16.1%에서 20.1%로 상승했다.

가격 상승세 역시 확연하다. 울산 남구 ‘옥동대공원한신휴플러스’ 전용 84m²는 지난달 11억500만 원에 매매됐다. 불과 3개월 전인 올해 8월(8억 원)보다 3억 원 이상 올랐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아이파크’ 같은 면적도 올해 8월 8억1500만 원이던 실거래 가격이 이달 초 9억5500만 원으로 뛰었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 등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투자 수요가 다시 서울로 향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다섯째 주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100.4로 9월 첫째 주 이후 3개월 만에 100을 넘어섰다. 0∼200으로 표시되는 지수에서 100을 넘은 것은 매수세가 매도세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3% 올라, 8월 첫째 주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8차’ 전용 111m²는 지난달 16일 신고가인 23억6050만 원에 매매됐다. 서초구 ‘삼풍아파트’ 전용 130m²도 지난달 20일 28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노원구 ‘불암현대’ 전용 59m² 역시 지난달 23일 4억8800만 원의 신고가로 계약이 이뤄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압구정 현대 등 재건축 단지 사업에 속도가 붙으며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며 “전세난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를 매입하려는 추세가 다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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