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개월 내 재앙 닥칠 수도”…현금 비축 나선 ‘투자 귀재’ 손정의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0-11-18 16:55 수정 2020-11-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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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교포 3세인 손정의(孫正義·63)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두세 달 안에 재앙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 보유를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어떤 재앙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켰던 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제2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CNBC에 따르면 손 회장은 1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주최한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여해 “코로나19의 2차 유행으로 전 세계가 봉쇄될 수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으며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있지만 2, 3개월 후 일을 누가 알겠느냐.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거듭 우려했다. 이어 리먼 사태를 거론하며 “한 은행의 파산이 도미노 같은 시장 붕괴를 불러왔듯 지금 같은 상황에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손 회장은 “당초 400억 달러(약 44조2600억 원)의 자산을 매각하려 했는데 비상사태 등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800억 달러의 자산을 매각했다. 이 현금으로 저평가된 자산을 구입하거나 자사주를 더 사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영국 반도체설계업체 ARM의 지분 400억 달러를 미 그래픽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팔았다. 역시 매각을 진행 중인 미 통신사 T모바일 지분도 20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 기타 보유 지분도 약 200억 달러 처분했다.

손 회장은 중국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중국의 동영상 공유서비스 ‘틱톡’에 서비스 중지 등 위협을 가한 것에 대해선 “슬픈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크고 강력한 것이 반드시 사악하지는 않다”며 미국 내 사용자가 1억 명이 넘는 틱톡을 규제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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