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신공항, 산악 장애물-짧은 활주로 등 안전성에 의구심”

정순구 기자

입력 2020-11-18 03:00 수정 2020-11-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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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신공항 백지화]총리실 검증위 “근본적 검토”



“김해신공항이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서의 최소한의 자격은 갖췄지만, 미래의 변화에 대비하는 기능이 부족하다. 안전성 측면에 의구심이 있으니 사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리면서 제시한 근거는 이렇게 요약된다. 검증위는 안전과 시설운영·수요, 소음, 환경 등 4개 분야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안전에 대해 완벽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존 국토교통부가 추진했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서는 김해신공항에서 신설되는 활주로 주변의 오봉산과 임호산 경운산 등을 그대로 두고 그 대신 ‘V자형 활주로’를 만들어 안전성을 확보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이날 검증위는 산을 그대로 두는 것을 전제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려면 부산시장과 협의를 해야 하는 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방해가 되는 주변 산은 깎아야 하고, 남겨두려면 해당 지자체장(즉 부산시장)과 협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법제처가 내렸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검증위는 새로 만들어질 활주로의 경우 착륙활주로 길이가 200m 줄어든 3000m로 짧아져서 항공기가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상승하는 과정(실패접근절차)을 완전하게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구간에서 재래식 항법(항공기가 지상에 설치된 항행안전시설이 제공하는 전파를 따라서 비행)과 성능기반 항법(위성 등을 활용해 비행 정확도 개선)을 섞어서 쓰기 때문에 비행절차를 재설계할 필요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시설운영·수요 분야에서는 김해신공항의 입지가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김해신공항 여객 수요를 2056년을 기준으로 2925만 명으로 추정했는데 미래 불확실성을 감안해 실질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본계획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미래 수요 변화를 고려할 때 활주로 길이를 연장하거나 활주로를 추가 건설할 필요성은 떨어진다”면서도 “입지 여건 자체가 여객 수요를 탄력적으로 수용하기에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항공기를 이동시키거나 유도하는 일부 도로를 건설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소음 분야에서 김해신공항 운항 시 피해 가구 수를 다시 정확하게 산정할 것을 주문했다. 검증위는 “김해신공항의 심야 운항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소음 피해 범위가 상당한 수준으로 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2023년부터 소음평가 단위가 현행 웨클(WECPNL·항공기 최고 소음으로 계산)에서 엘디이엔(Lden·항공기의 평균 소음으로 계산)으로 변경되는 만큼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서도 엘디이엔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환경 분야에서는 조류를 위한 대체 서식지 조성 계획이 필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현재 관련된 구체 자료가 없는 만큼, 앞으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된다면 조류 서식지 및 이동 경로 훼손을 분석해야 한다는 차원이다.

검증위는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등 3개 지방자치단체와 국토교통부가 김해신공항의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적정성 검증을 국무총리실에 요청함에 따라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김해신공항의 쟁점들을 안전과 소음, 시설운영·수요, 환경 등 4개 분야로 구분해 검증작업을 진행했고, 현장조사와 전문가 의견 청취뿐만 아니라 관계기관의 유권해석 의뢰 등을 거쳤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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