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체제 앞두고 RCEP 타결…文대통령, 균형외교 시험대

뉴시스

입력 2020-11-15 15:41:00 수정 2020-11-15 17: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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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등 15개국 참여하는 RCEP 협정문 최종 타결
바이든, 오바마 외교 노선 이어 中 견제 기조 시사
"파트너 공동 전선 구축해 침략적 경제 행위 도전"
美, CPTPP 복귀 가능성…한국에 역할론 요구할 듯
일본·호주·뉴질랜드 RCEP-TPP 가입…韓은 RCEP만
靑, 미중갈등 연계 선긋기…내부적으론 전략 모색
美, CPTPP 가입 요구할 경우 韓 긍정 검토 가능성
"CPTPP, 필요하면 들어갈 수도…RCEP과 보완 관계"



한국을 포함해 15개국 정상들이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15일 최종 서명했다. 신남방·신북방 국가와의 새 외교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지만, 외교·안보적 관점에서 문 대통령의 미중 간 균형 외교 전략은 앞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존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했던 ‘아시아·태평양’ 구상을 이어갈 것을 시사하며 대(對) 중국 견제 전략 기조를 내비치고 있다. 최종 서명된 RCEP이 궁극적으로는 중국 주도의 경제협력체라는 점에서 한국 정부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해 미국 주도의 다자무역 체제를 이끈다면 우리에게도 역할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중 간 경제협력체 주도전이 본격화된다면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 모두에서 압박받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참석한 제4차 RCEP 정상회의에서는 협정문이 최종 타결·서명됐다. RCEP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5개국을 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국 사이의 무역 룰을 정하는 ‘메가 FTA’로 전 세계 인구 30%를 포괄하는 대규모 시장이다.

문 대통령 또한 취임 후 ‘다자 무역 질서 회복’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고 RCEP 최종 서명까지 공을 들여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무너진 전 세계 공급망을 복원하는 데에는 다자 협력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인식도 반영됐다.

올해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은 “RCEP 최종 타결 등 신남방·신북방 지역으로 새로운 시장을 넓히겠다”는 국정 목표를 제시했다. 또 지난해 11월 아시아뉴스통신사기구(OANA) 소속 통신사 대표들을 접견한 자리에서 “RCEP 최종 타결은 자유무역을 복원하고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번 타결에 상당히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내년 1월 바이든 행정부의 새 출범을 앞둔 터라 이번 협정 타결이 외교·안보적 관점에서는 한국 입지의 난처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 12일 문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핵심축(linchpin)’이라고 표현하며 그동안 미국이 이어온 중국 견제 전략 기조를 재확인한 바 있다.

실제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경제협력체 주도를 강조해왔다. 지난해 7월 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앞으로 내 주안점은 아시아와 유럽의 친구들이 21세기 무역 규칙의 길을 세우고 우리와 함께 중국의 무역 기술 분야의 남용에 강하게 맞서도록 결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달 뉴욕시립대학교(CUNY)에서의 연설에서도 “중국을 두렵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하는 것”이라며 “변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친구, 파트너들과 통일 전선을 구축해 중국의 침략적인 경제 행위(abusive behavior)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뭉친다면 중국은 세계 경제의 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는 환경, 노동, 무역, 기술, 투명성 등 모든 면에서 미래의 규칙을 만들 수 있는 실질적인 지렛대를 제공한다”며 다자 중심의 자유무역 질서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행보를 종합해봤을 때, 바이든 행정부가 본격 출범하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에 맞서 추진했던 ‘아시아·태평양’ 구상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복귀해 한국의 참여를 요구한다면 미중 갈등의 한 가운데에서 우리나라는 아슬아슬한 균형 외교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는 CPTPP와 RCEP에 동시 가입됐지만 우리나라는 RCEP에만 이름을 올렸다.

박원곤 한동대학교 교수는 “앞으로 CPTPP 참여를 두고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바이든 캠프의 핵심 인사에는 TPP를 만든 사람들로 다수 구성돼 있고 행정부 출범시 외교 노선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게 때문에 한국 정부는 이에 대해 준비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이번 RCEP 가입과 미중 갈등의 문제는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다. 강민석 대변인이 “RCEP이 중국이 주도하는 협상인 것처럼 오해하는 시각이 있다”며 “RCEP은 중국 주도의 협상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도 미중 갈등과의 연계 시각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중국은 RCEP에 참여한 15개국 중 하나”라며 “협상 시작부터 타결까지 주도한 것은 아세안”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도 의제 발언에서 “코로나의 도전과 보호 무역의 확산, 다자 체제의 위기 앞에서 젊고 역동적인 아세안이 중심이 돼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게 됐다”며 중국 주도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했다.

미국조차도 CPTPP에 복귀하지 않은 상황인데 이를 외교 문제로 비화시켜선 안 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 외교 전략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CP)TPP에 미국이 재가입하면 우리에게 그런 유사한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정부도 이런 움직임에 대해 예전부터 검토해왔고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최종 논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CPTPP와 RCEP은 서로 대결, 대립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미중 대결의 관점이 아니라 다자주의에 입각한 역내 자유무역 질서 확대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아세안 중심의 RCEP에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미국이 CPTPP 참여를 요구한다면, 한국 정부 역시 참여하는 방향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이 핵심관계자는 “바이든 당선인은 아직 CPTPP에 참여 입장을 내지 않았다”면서도 “CPTPP와 RCEP은 보완 관계에 있다. 필요하다고 느끼면 들어갈 수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우리 정부도 TPP 참여를 긍정 검토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에서 우리나라 참여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차일피일 미뤄졌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아메리카 퍼스트’ 기조 아래 미국의 TPP 탈퇴로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박 교수는 “미국이 CPTPP 참여를 요구한다면 참여하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미중간 갈등이 첨예하게 진행이 될 것이고, 이미 우리나라가 RECP에 참여했기 때문에 CPTPP에 참여하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는 경제적 측면에서 덜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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