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페트병 니트에 옥수수 비닐봉투…IT업계 부는 ‘친환경 바람’

뉴스1

입력 2020-11-11 11:34 수정 2020-11-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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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 News1

니트가 아닌 ‘친환경’이란 가치를 구매한다. 자장면 하나를 시켜 먹으면서도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비닐봉투를 쓰며 ‘환경 보호’란 시대 정신을 표현한다.

IT업계에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와 지구 온난화 가속화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물건이 아닌 가치를 사고 싶어 하는 최근 소비 트렌드를 반영하는 동시에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쇼핑 자회사 카카오커머스가 운영하는 주문 생산 플랫폼 ‘카카오메이커스’는 자체상표(PB) 브랜드인 ‘메이커스 프라임’을 친환경 브랜드로 전날 새롭게 선보였다.

메이커스 프라임은 이번 리뉴얼을 통해 소재 선정에서 제조 공정까지 친환경적이고 윤리적인 과정에서 생산된 의류와 이를 소비하는 ‘컨셔스 패션’을 추구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로 변화한다.

우선 소재의 경우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한 ‘보틀니트’와 생산 공정에서 발생한 나일론 부산물을 재활용한 ‘에코 나일론 팬츠’, 옥수수 추출물로 만들어진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바이오 슬랙스’가 있다.

또 가공 과정에서 많은 양의 물이 소비되는 데님 의류의 경우 물이 아닌 레이저 워싱을 통해 메이커스프라임에서 판매되는 일반 데님보다 80%의 물 사용을 절약한 ‘레스워터 데님’을 선보인다.

배송 과정에 쓰이는 부자재와 패키지도 친환경을 인증을 받았거나 생분해되는 소재로 전환한다.

카카오는 친환경 소비 확산에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카카오메이커스는 주문 제작 방식을 통해 재고 없는 생산을 목표로 하는 쇼핑 플랫폼으로 2016년 2월 메이커스 설립 이후 약 150만 명의 고객 주문을 통해 1000만여 개의 상품을 선보이며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카카오톡 기반 상품비교 서비스인 카카오스타일도 ‘함께 사는 지구, 함께 하는 가치 소비’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지난 10월 주얼리 쇼핑몰 윙블링과 협업해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및 멸종 위기 동물의 서식지 보호를 위한 후원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해당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한국 고양이 보호 협회와 세계자연기금(WWF)에 각각 기부될 예정이다.

국내 배달음식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국제연합(UN)이 인정한 친환경 대사다.

배민은 일회용 수저, 포크 등 수령 여부를 고객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일회용품 덜 쓰기’ 옵션을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도입해 1000만명 이상 참여자를 모았으며, 친환경 코팅 소재를 쓴 종이용기와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원료로 만든 친환경수지 비닐 봉투를 선보였다.

지난 5월엔 환경부, 한국플라스틱용기협회,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자원순환사회연대 등과 ‘포장?배달 플라스틱 사용량 감량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또 9월에는 업주 식자재 쇼핑몰 ‘배민상회’를 통해 옥수수 추출물로 만든 친환경 포장용기를 20%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기도 했다.

이에 우아한형제들은 배달 플랫폼 업체로는 처음으로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SDGBI) 상위그룹으로 선정됐다.

유엔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기구인 UN지속가능개발목표(SDGs) 협회가 2016년부터 발표하는 경영분석지수인 UN SDGB는 인권·환경·경제·사회 등 영역에서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경영활동을 추구하는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평가한다. 올해는 전 세계 3000곳의 기업이 평가 후보에 올랐고 글로벌 300곳, 국내 173곳이 최종 상위그룹에 선정됐다.

이밖에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이 제주도 환경 보호를 위해 편의점 브랜드 CU와 친환경 종이봉투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본사를 제주도에 두고 있는 네오플은 이번 사업을 통해 제주도 내 CU 점포 150곳에 매달 1000장씩 총 225만여 장의 친환경 종이봉투를 지원한다. 네오플 로고가 박힌 친환경 재생 종이봉투는 오는 2021년 12월까지 제공되며, 봉투 제작 비용 등 제반 사업 비용은 네오플이 부담한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최근 이러한 움직임이 최근 NZ세대가 시대 정신을 소비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N세대는 디지털 환경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디지털 친화적 세대’를,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 걸쳐 태어난 젊은세대를 말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질이 풍요로워지면서 이제 사람들은 소비를 하면서 정말 일상에 필요한 생필품을 구매한다기보다는 ‘가치’를 구매한다”며 “단순 가격이나 품질을 넘어 어떤 가치가 담겼는지, 이를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는지가 큰 포인트”라고 말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환경에 관심이 있어서 표현하고 싶은데 마침 해당 브랜드를 사용하면서 이를 대리만족하는 것”이라며 “나라별로 싸우기보다는 지구 한 사람으로서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지구인 정체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친환경 마케팅이 매출로 바로 이어진다기보다는 브랜드 가치 제고 차원”이라며 “문제는 친환경 마케팅을 한다고 매출이 좋아지진 않지만 안 하면 비판을 받거나 (환경 정책 부분에서) 잘못하기라고 하면 치명타”라고 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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