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이 유튜브를? 눈 대신 귀로 영상 제작하는 과정은…

동아일보

입력 2020-11-10 16:59 수정 2020-11-10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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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시각장애인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의 유튜브 제작기


“앞이 안 보이는데 댓글은 어떻게 다냐고요?”

최근 빠르게 인기가 상승한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의 운영자 겸 진행자인 김한솔 씨(27)가 댓글로 종종 받는 질문이다. 김 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마주앉은 사람의 형체조차 식별하기 힘들다.

김 씨 같은 시각장애인 유튜버의 활약이 근래 눈에 띄게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하자 장애인의 일터, 쉼터인 안마원, 복지관 운영이 불안정해졌다. 이에 유튜브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는 이들이 많다.

최근 1만7000명까지 구독자가 늘어난 채널 ‘원샷한솔’은 장애인 일상에 관한 궁금증을 말 그대로 한 방에 풀어주며 호평받고 있다.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고기를 구워먹나’ ‘카페에서 어떻게 주문할까’ 등 장애인 일상을 조명했다. 27일 서울 광진구 작업실에서 만난 채널 운영자 김 씨와 제작PD 김소희 씨(25)는 “유튜브에서 이제 시각장애는 불편이 아닌 개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까지도 구독자 수가 1만 명이 넘는 시각장애인 유튜버는 단 1명에 불과했다. ‘누구나 방송한다’는 모토를 가진 유튜브마저도 이들에게는 큰 벽이나 마찬가지였다. 김 PD는 “유튜브가 시각장애인에게는 미지의 영역일 것이라는 편견이 있다. 하지만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그는 “적절한 효과음이나 배경음악은 저보다 한솔 씨가 잘 찾고, 자막 타이핑도 한솔 씨가 전담한다 ”고 설명했다. 김한솔 씨는 영상에 달린 댓글도 직접 확인한다. 보이스오버(voiceover·목소리 해설) 기능을 통해서다. 김 씨는 “영상이 많은 이들에게 힘이 된다는 반응을 보면 뿌듯하다”고 했다.

비장애인이 제작한 영상과 가장 큰 차이는 눈 대신 귀로 검증한다는 것. 보지 않고 듣기만 해도 영상을 이해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영상’이 콘텐츠의 특징이다. 김 씨는 “소리만 들어서 내용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느끼면 영상 순서를 재배열한다. 소리 없이 화면만 나오는 부분엔 내레이션을 넣는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시각장애인 유튜버들이 일찌감치 큰 호응을 얻었다. 구독자 10만 명 이상의 시각장애인 채널도 많다. ‘Molly Burke’는 구독자 203만 명을 보유한 채널이다. 메이크업, 야외 스포츠 등 시각장애인의 일상을 담아낸 영상이 큰 인기다. 시각장애인 대상 동영상 제작 강좌를 연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의 유현서 평생교육팀장은 “국내서도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늘어나는 추세다. 유튜버 수업도 꾸준히 수요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김 PD는 “유명한 시각장애인 유튜버가 나오면 다른 이들도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어 연쇄적으로 세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씨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단절된 시대, 유튜브는 단순한 대화수단을 넘어 장애인이 세상과 마주하고 힘을 얻는 매력적인 소통창구”라고 답했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이지윤 인턴기자 연세대 생활디자인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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