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환 작품과 비디오 예술이 한자리 ‘조우’했을때…

부산=김민 기자

입력 2020-11-03 03:00 수정 2020-1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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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 ‘빌 비올라, 조우’
이우환 추천 작가 두번째 전시회
극도 클로즈업-한없이 느린 재생
비올라 특유의 영상 예술 한눈에


빌 비올라의 비디오 설치 작품 ‘놀라움의 5중주’(2000년). 빌 비올라 스튜디오 제공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의 ‘이우환 공간’은 미술 마니아에게 본관보다 더 유명한 곳이다. 이우환의 주요 작품을 보기 위해 해외 여행객이 일부러 찾기도 한다. 지난달 21일부터 이 공간에서 이우환과 빌 비올라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 Ⅱ: 빌 비올라, 조우’전을 통해서다.

‘이우환과 그 친구들’전은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부산시립미술관의 연례 기획전이다. 이 작가가 미술사 중심에 있다고 추천한 작가 중에 한 작가를 선별해 ‘이우환 공간’에서 소개하는 전시다. 지난해 첫 시리즈 주인공은 영국 조각가 앤터니 곰리였다.

이번 전시는 빌 비올라의 197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우환 공간에는 ‘이주’(1976년), ‘투영하는 연못’(1977∼79년), ‘엘제리드호(빛과 열의 초상)’(1979년)가 전시된다. 이때 빌 비올라는 영상을 극도로 클로즈업하거나, 아주 느리게 재생하고, 합성하는 기술 등을 활용해 예술적 메시지를 담으려 시도했다. 그가 국제적 명성을 얻은 출발점을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5년 이후 작품들은 미술관 본관에서 더 큰 규모로 만날 수 있다.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인 ‘인사’와 영국 런던 세인트폴성당에 영구 설치된 ‘순교자 시리즈’(2014년), 다섯 개의 영상으로 이뤄진 대형 설치 ‘우리는 날마다 나아간다’(2002년) 등이다.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흔해진 지금의 관점에서는 시각언어의 새로움이 한눈에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좀처럼 감상하기 어려운 비올라의 작품을 큰 화면에서 몰입해 볼 수 있는 건 흔치 않은 기회다.

미술관은 이달 중 ‘2020 현 시대에서 느끼는 빌 비올라’ 전시 연계 토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우환 공간 앞 야외에서 시민 5명이 빌 비올라와 그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부산의 이우환 공간은 일본 나오시마에 이어 두 번째로 만들어진 이우환 미술관이다. 입지 선정부터 건축 기본설계, 디자인을 이 작가가 맡았다. 1층에는 ‘관계항-좁은문’, ‘물(物)과 언어’ 등 8개의 작품, 2층에는 대표 회화작품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 ‘바람과 함께’ 등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4일까지.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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