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證 ‘졸속·로비 의혹’ 옵티머스펀드 판매 어떻게 결정했나

뉴스1

입력 2020-10-14 16:45 수정 2020-10-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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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10.13/뉴스1 © News1

사기성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의 90% 가량을 판매한 NH투자증권의 펀드 상품 판매 과정을 놓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NH의 옵티머스 펀드 판매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진 것은 아닌지, 로비에 의한 것 아닌지 등을 따져묻고 있다. NH가 옵티머스 펀드의 사기성을 사전에 알고 있었으면서도 해당 펀드를 대규모로 판매해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NH는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들의 경우 사실에서 와전된 부분이 있고, 내부규정에 맞게 판매 절차를 밟았다는 입장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전날(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본인이 판매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옵티머스 펀드 판매가 로비에 의한 게 아니라고 밝혔다.

◇승인 후 왜 상품소위?…“일반승인 가능·이후 리스크 점검차 상품소위”

정무위 소속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국감에서 “(NH 내) 상품승인소위원회를 개최하고 이후에 일반승인을 하도록 돼 있는데 왜 일반승인을 하고 나서 (상품소위를) 했느냐”면서 “펀드 판매에 문제가 있어서 사후에 처리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수요가 많으면 (상품승인소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일반승인으로 가능한데, 이미 시중에서 8000억원이 판매된 인기상품이었다”고 말했다.

NH에 따르면 NH의 상품 판매 승인 방식은 상품승인위원회, 상품승인소위원회, 일반승인 등 3가지로 구분된다. 업계 및 NH 최초이거나 다각도의 리스크 점검이 필요한 경우, 공모상품은 상품승인위원회를 거쳐야하고 사모상품은 상품승인소위원회를 열어 리스크를 점검하게 된다.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공공기관 매출채권유동화 구조여서 안정성이 있고, 이미 3년간 다른 증권사에서 9000억원 이상 판매됐기 때문에 일반승인으로 판매가 진행됐다. “새로운 게 아니고, 정보가 다 있고, 리스크가 어느 정도 검증됐기 때문”이라는 게 NH 측의 설명이다. 일반승인은 부서장이 낼 수 있는데, NH의 첫 옵티머스 펀드 판매의 경우 상품담당 기획 부서장이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NH는 6월13일 옵티머스 펀드의 첫 설정 이후인 6월18일 NH 여의도 본사에서 상품심사소위원회를 열었다. NH가 일반승인을 통해 옵티머스 펀드를 판매해놓고 판매 결정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뒤늦게 상품승인소위원회를 연 것 아니냐는 취지로 윤재옥 의원이 지적한 대목이다. 이에 대해 NH 측은 6월13일 1차 판매 이후 고객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뜨겁고, 지속적으로 판매할 것을 대비해 추가적으로 리스크를 점검해보자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상품승인소위원회에는 NH의 상품기획 담당(포트폴리오 수립) 부서장, 컴플라이언스(고객 보호) 담당 부서장, 리스크 관리(운용상 문제점 있는지 확인) 담당 부서장, 영업지원(마케팅) 담당 부서장, 펀드 담당 부서장 등 필수 참석 인력과 함께 기타 실무자들이 참석했다.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는 이 자리에서 상품 설명을 했다.

◇“상품 소개 이틀 만에 판매 결정? 졸속”…“한달 넘는 시간 있었다”

NH 측이 김재현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해 4월25일이었다. NH 측은 첫 미팅에서 옵티머스는 어떤 회사인지 설명을 들었다. NH 측은 같은해 5월9일 옵티머스 펀드에 대한 상품소개서를 받았다. 이후 NH 측은 김재현 대표로부터 6월11일 타사가 판매 중인 옵티머스 상품에 대한 설명을 받고, 같은달 13일 옵티머스 펀드를 처음 설정했다. 이어 같은달 18일 상품승인소위원회가 열려 판매 승인을 받고, 7월19일 두번째 옵티머스 펀드가 설정됐다.

일각에서 6월11일 설명을 받고 이틀 만인 13일에 펀드를 설정해 펀드 판매 과정이 졸속이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그러나 NH 관계자는 “5월9일 상품 소개를 받고 6월13일 첫 펀드 설정까지는 한달이 넘는 시간이 있었다”면서 “옵티머스 펀드의 기본 구조와 특징 등은 이미 5월9일에 설명자료를 받아 검토해 왔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김재현 대표가 6월11일 펀드 설명 과정에서 옵티머스 펀드에 매겨진 투자위험등급이 전체 6등급 중 2번째로 위험성이 낮은 5등급으로 기재돼 있었는데 NH 측이 이를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대해 NH 관계자는 “그 등급은 금융감독원 가이드라인에 맞춰 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판매사는 등급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통상 운용사가 먼저 판매사에 펀드 상품을 소개하는 경우는 있어도 NH처럼 판매사가 운용사에 옵티머스 펀드 상품 소개를 요청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NH 관계자는 “판매사가 펀드 상품 소개를 요청한 게 일반적이지 않다고 단정짓기 어려울 것 같다. 2017년부터 3년 동안 9000억원 어치 팔릴 정도로 인기가 많고, 저희 쪽 고객들도 ‘NH에서는 왜 안 파느냐. NH도 판매를 해봐라’라는 얘기를 종종 해왔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우리 쪽에서 ‘태핑’하는 게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영채 대표, 작년 김재현 대표 만났지만…“판매 결정 관여 안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전날 국정감사에서 펀드 판매에 관해 “NH 상품소위원회에서 결정했다. 저는 소위원회 결정권이 없다. 압력을 행사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는 “펀드 관련해서 경영진이 판매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로 제도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이번 사건과 관련한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정영채 대표는 지난해 6월26일 서울대 동기와의 점심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참석 예정이 없던 김재현 대표가 나와 처음 만났다고 했다. 당시 다른 일행도 있어 옵티머스 펀드 관련 대화는 나누지 않았으며, 이후 김재현 대표를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정영제 전 옵티머스 대체투자 대표와는 지난해 4월 한차례 만났으며, 당시 정 전 대표가 본인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상품 관련 문의를 해와, 정영채 대표는 NH 담당 부서장을 연결해준 후 이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옵티머스 고문을 지낸 양호 전 나라은행장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옵티머스 고문으로 활동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의 경우 우리투자증권 재직 시절 한번 만나봤다고 했다. 이에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18년 여시재 행사장에 이헌재 전 부총리 등과 함께 참석했다는 내용의 기사가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고, 정영채 대표는 “내가 간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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