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시대엔 ‘취미용품’이 불티

황태호 기자

입력 2020-10-06 03:00 수정 2020-1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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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로 회식-사교모임 줄자 서예-미술-악기-카메라 판매 급증
온라인 동영상 강의도 성업
여가 활용한 ‘부캐 찾기’ 확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이번 추석에 귀성 대신 ‘집콕’을 택한 직장인 김하성 씨(31)는 최근 인터넷 동영상으로 독학하고 있는 서예로 시간을 보냈다. 그는 “처음에는 혼자 마음을 비우기 위해 시작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과 작품을 공유하고 온라인으로 강좌를 수강하며 실력을 키워나가는 데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회식, 사교 모임이 줄어들면서 늘어난 여가 시간을 활용해 취미활동에 몰두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관련 용품 판매량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유통업계에선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이전보다 늘어나고 있던 취미용품 판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이커머스 업체 옥션에 따르면 최근 한 달(9월 5일∼10월 4일) 미술 관련 용품 판매가 빠르게 증가했다. 벼루와 먹 등 서예, 동양화 용품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6%, 화선지와 한지 판매는 35% 늘어났다. 또 개성 있는 글자체를 디자인하는 미술 분야인 캘리그래피용 펜의 판매량은 132% 증가했다. 또 공예용품인 리본은 같은 기간 판매량이 81%, 클레이는 1000% 넘게 늘었다.

악기 판매량도 비슷한 추세다. 이 기간 옥션에서 어쿠스틱 피아노 판매량은 비교적 고가임에도 전년 대비 170% 늘어났고 관악기인 플루트도 74% 넘게 판매량이 증가했다. ‘1인 크리에이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와 관련한 디지털 기기 판매도 많아졌다. 쇼핑몰 G9에선 이 기간 디지털일안반사(DSLR) 카메라는 전년 대비 두 배가 판매됐다. 삼각대는 129%, 렌즈후드, 렌즈필터 같은 주변기기 판매량도 덩달아 급증했다.

이런 취미활동을 도와주는 온라인 동영상 강의도 성업하고 있다. 온라인 강좌 플랫폼 ‘클래스101’에 따르면 이 업체의 올해 1월 대비 8월 거래액은 160% 늘어났다. 회원 수도 이 기간 8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2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이 업체는 미술, 공예, 운동 등 취미 개발에 특화된 500개 이상의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비대면 온라인 강좌지만 준비물 키트를 집에 직접 보내주는 등 오프라인 못지않은 편의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취미를 찾는 이들이 많이 가입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남는 시간이 많아진 소비자들이 자신의 ‘부캐’를 찾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부캐(부캐릭터)’란 본래의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말한다. 개그맨이 정식 음원을 발매하며 가수가 되는 등 연예계에서 시작된 유행이다. 특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과 함께 간편식이나 배달업이 발달하면서 끼니 준비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이 같은 소비자들의 ‘부캐 찾기’를 가능케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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