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대작 스캔들’ 반사효과냐… ‘한국적 팝아트’ 대중마음 움직였나

김민 기자

입력 2020-09-18 03:00 수정 2020-09-18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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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조영남, 서울-아산서 개인전… 주로 일반인-컬렉터 호기심 방문
화투 그림 등 30여점 5억 넘게 팔려


서울 강남구 피카프로젝트에서 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9년 작품 ‘극동에서 온 꽃’을 설명하고 있는 조영남. 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대작(代作) 스캔들’의 반사 효과일까? 아니면 ‘트롯파 미술’이 대중의 마음을 울린 걸까?

서울과 충남 아산시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가수 조영남(75)의 작품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강남구 피카프로젝트에서는 1일 전시 개막 후 보름 만에 10여 점이 판매됐다. 지난달 12일 개막한 아산갤러리에서는 20여 점을 판매해 두 갤러리의 판매 금액을 합하면 5억 원이 넘는다. 조영남의 작품 가격은 200만∼6000만 원대다.

조영남은 그림을 그릴 때 조수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 미술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논란의 중심에 섰던 조영남의 작품을 산 컬렉터는 누구일까? 김수열 아산갤러리 대표는 평소와 다른 성향의 관객과 컬렉터가 전시장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보통 전시를 열면 작가나 미술계 관계자가 많이 찾는데, 조영남 전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미술계와 미술 전문지가 외면하는 가운데 일반인이나 컬렉터가 굉장한 호기심을 갖고 온다.”

‘대작 사건’을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된 컬렉터도 있다. 성해중 피카프로젝트 대표는 “일부는 ‘조영남의 행동은 비호감’이라면서도 이번 재판 결과에 따른 투자 가치를 기대하고 구매하고 있다”며 “첫 그림 구매를 조영남 작품으로 시작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조영남은 시인 이상이나 풍경을 다룬 그림도 전시하고 있지만 주로 팔리는 것은 ‘화투 그림’이다. 피카프로젝트에서 화투를 소재로 한 그림만 판매됐다. 아산갤러리에서는 화투가 나오는 ‘극동에서 온 꽃’ 시리즈가 전부 판매됐고, 화투 그림을 찾는 요청이 많아 다음 전시에는 화투 그림을 좀 더 늘릴 예정이다.

이는 조영남이 ‘트롯파 미술’이라 설명한 것처럼, 대중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소재를 사용한 ‘한국적 팝아트’가 소통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서구의 예술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한 것에 대한 ‘화투의 반역’이라는 것이다. 코카콜라나 캠벨수프 같은 해외문화를 차용한 것이 ‘팝아트’가 아니라 한국인이 즐기는 소재를 활용한 ‘대중미술’이라는 이야기다. 조영남의 작품 ‘음악과 미술’을 구매한 김숙희 씨(62)는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 제가 좋아하는 노래를 불렀던 조영남 선생님이 전시를 한다니 무척 반가웠죠. 작품 구매도 이번이 처음인데, 그 그림을 보고 여섯 살짜리 손녀가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이렇게 편하고 따뜻하고 즐거운 그림이면 그만 아닌가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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