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만 기다렸는데, 문 열었지만 손님이 없네”…2단계 완화 첫날 풍경

뉴스1

입력 2020-09-15 06:44 수정 2020-09-1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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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된 14일 서울 시내의 한 PC방에서 시민들이 간격을 벌려 게임을 하고 있다. 2020.9.14/뉴스1 © News1

“오늘부터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소식에 기뻐서 어제 밤 늦게까지 매장을 청소하고 간식도 채워놓고 학생들을 기다렸는데 막상 영업을 하니 생각보다 학생들이 안 오네요.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에서 2단계로 완화된 첫날인 14일 만난 P씨의 얘기다. 그는 인천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P씨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너무 지속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스터디카페에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2주 동안 학생들이 스터디카페 외에 집 등 다른 곳에서 공부하는 습관이 생겨 예전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는 것이다.


◇ 2주 만에 손님들 입맛 바뀌었나?…손님이 없다

이날부터 스터디카페와 음식점 등 그동안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던 업장들이 다시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표정엔 ‘실망감’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P씨의 경우 8월31일부터 9월6일까지였던 2.5단계 조치가 한 주 더 연장되면서 이날 학생 유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울상을 짓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 카페의 입장도 비슷했다. 총 좌석이 100여개 되는 경기도 내 한 카페에서 취재진이 이날 오전 동안 머무르며 관찰한 결과 단 2명의 손님만이 매장을 찾았을 뿐이었다.

해당 카페 점주 A씨는 “오늘 분위기는 매장 취식이 허용되지 않던 지난 주와 전혀 차이가 없다”며 “손님들이 카페에 오지 않는 게 일상화된 것 같다. 카페를 개업한지 한 달 밖에 안 됐는데 매일 잠이 안온다”고 호소했다.


◇“일정 간격 두고 앉아라, 음식도 팔지 말라…반쪽짜리 영업”

손님이 있어도 자영업자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 일정 간격을 두고 손님을 앉게 하는 등 영업 재개에 따른 업종별 제한 조치로 그동안의 영업 손실을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 지역에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K씨는 “문을 안 여는 것보다야 낫지만 출입인원에 제한이 있다 보니 그동안 생긴 손실을 충당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숨통이 트인 건 사실이지만 아직은 불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집합금지 명령을 해제한 것이라면 100% 정상 영업을 하게 해줬으면 좋았을텐데 굳이 왜 한 자리씩 띄어 앉기를 해야 하는가 싶다”며 “철저하게 내부 방역을 하고 출입자 체온 측정도 하는데 반쪽짜리 영업 밖에 할 수 없어 아쉽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위험 시설’로 지정돼 지난달 19일부터 영업이 금지됐던 PC방의 경우 업주들의 반응은 더욱 좋지 않다. 정부가 PC방의 집합금지 명령을 풀면서 미성년자 출입금지, 좌석 띄어앉기, 음식 섭취 금지 등 방역수칙을 의무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의 최윤식 이사장은 “음식점 영업은 허용하고 칸막이가 설치돼 감염 위험성이 낮은 PC방은 금지명령을 내린 건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며 “대부분 PC방은 간이휴게음식점사업자를 내서 음식을 팔고 있는데 이것을 통제하면 분식집에서 라면 팔지 마라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음식을 판매하는 매출이 50% 가량 되는데 음식을 못 팔면 영업 재개 의미가 없다”며 “또 PC방들이 한 달 가까이 영업을 못하면서 알바생을 내보냈는데 오늘 갑자기 영업을 재개하면서 인력 확보에 대한 고민도 크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PC방 특별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완화 재검토를 요청했다.

다른 업종과 다르게 머무는 시간이 짧고 칸막이 좌석으로 구성돼 있어 감염 위험이 높지 않다는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하는 경우가 없는데다가 판매되는 식품은 간단한 조리만 할 수 있도록 포장돼 있는 만큼 제약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PC방 대책위는 “2주간 PC방의 주 수입원인 학생 손님과 음식물 판매를 불허하는 조건은 문은 열어놓고 장사는 하지 말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PC방은 강력한 환기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영업 조건을) 음식점과 같이 그룹별로 띄어 앉는 것으로 수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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