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저널에 논문 300여편… 새 치료법 개발하는 심장학자

김상훈 기자

입력 2020-09-12 03:00:00 수정 2020-09-1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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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베스트 닥터]<12>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美 유학때 환자 15만명 데이터 분석… 세계 3대 임상저널에 논문 게재
‘최고 젊은 과학자상’ 최연소 수상도
가슴 열지 않는 ‘스텐트 시술’ 시행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현재까지 300여 편의 논문을 국제 저널에 발표했으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 명한 연구형 의사다. 박 교수의 연구 일부는 새 치료법으로 인정받아 의료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연구를 많이 하는 의사를 종종 본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47)는 단연 최강이다. 논문의 수와 품질에서 압도적이다. 박 교수는 협심증과 급성심근경색증, 심장판막(심방과 심실을 연결하는 문) 질환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국제 저널에 이 분야의 논문을 300여 편 발표했다. 그중 200여 편에 이른바 ‘주 저자’인 제1저자 혹은 교신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요즘도 박 교수는 매년 20∼30편의 논문을 발표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를 ‘지칠 줄 모르는 에너자이저’라 부른다.》


○ 해외에서 더 유명한 의사

의사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인정받는 국제 저널이 있다. “이 저널에 논문을 한 번이라도 올리면 가문의 영광”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바로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이다. 박 교수는 이 NEJM에 지금까지 6편의 논문을 올렸다. 그중 2편은 주 저자다.

NEJM과 함께 세계 3대 임상 저널로 꼽히는 ‘자마(JAMA)’에도 논문을 게재했다. 미국 유학 중 전 세계의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 15만 명의 진료 데이터를 분석해 이 논문을 완성했다. 이 저널에 국내 심장의학자의 논문이 등재된 것은 박 교수가 처음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교수는 심장 분야에서 가장 권위가 있다고 평가받는 ‘서큘레이션(Circulation)’에도 논문을 올렸다.

연구 결과가 정식 치료법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관상동맥(심장동맥)의 ‘좌주간부’란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심장 근육에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가슴을 열고 수술을 해야 했다. 박 교수는 스텐트 시술로 치료가 가능하며, 실제 효과도 같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심장 질환자에게 아스피린과 같은 항혈소판제를 얼마나 써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박 교수가 세계 처음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최근에는 한국인과 미국인의 용량이 달라야 한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미국에서 90mg을 쓰는 신약의 경우 같은 용량을 한국인에게 투여했더니 내부 출혈 확률이 높아졌다. 박 교수는 이 약의 용량을 60mg으로 줄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연구 실적이 뛰어나니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2012년에는 미국심장학회(ACC)로부터 ‘올해의 최고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전 세계 심장학자 중에서 최근 5년 동안 업적이 뛰어난 1명을 선정한다. 박 교수는 아시아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이 상을 탔다.


○ “80세 이상도 거뜬히 판막 시술”

협심증이나 급성심근경색증, 판막 질환 모두 고령화하면서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특히 판막 질환은 최근 조기 진단이 많아지면서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 하지만 앞의 두 질환과 달리 판막 질환에 대해서는 덜 알려져 있다.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역류할 수 있다. 호흡 곤란, 흉통이 나타나며 실신하기도 한다. 증세가 나타나면 병은 상당히 진행된 후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미리 해 두는 게 좋다. 심전도 검사로는 발견하기 힘들다.

대동맥은 좌심실과 연결돼 있다. 혈액을 온몸으로 내보내는 통로다. 대동맥판막이 좁아지면 혈액 공급이 어려워지니 당장 호흡 곤란이 나타난다. 문제는, 이 증세를 ‘늙어서’ 생긴 거라 잘못 알고 있는 노인들이 많다는 데 있다.

6개월 전 박 교수를 찾은 97세의 A 할머니가 대표적이다. 할머니는 잠을 못 잘 정도로 호흡 곤란에 시달렸다. 동네 병·의원에 가봤지만 해법을 찾지 못했다. 대동맥판막 이상을 발견하지 못한 것. 박 교수는 스텐트로 인공판막을 집어넣는 ‘타비 시술’이란 것을 시행했다.

놀랍게도 호흡 곤란 증세가 싹 사라졌다. A 할머니는 3일 만에 퇴원했다. 이런 사례는 적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은 지금까지 850명에게 타비 시술을 시행했는데, 대부분이 80대 이상이다. 시술 성공률은 98%. 다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상당히 고가라는 것은 단점이다.

좌심방에서 좌심실로 연결되는 판막(승모판막)이 닫히지 않을 때도 있다. 이 경우 정맥에서 심장으로 혈액이 역류한다. 가슴을 열지 않고 느슨한 판막을 클립으로 꽉 조여 주는 스텐트 시술(마이트라 클립 시술)이 지난해 국내에 도입됐다. 박 교수는 올 1월, 82세의 고령 환자를 상대로 국내 첫 시술에 성공했다.


○ “99%의 실패보다는 1%의 성공을 믿어”

박 교수는 환자들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반드시 완치될 수 있다는 믿음을 환자에게 전파한다. 절망적인 상태가 99%라 하더라도 나머지 1%를 믿고 싸워보자고 환자 가족에게 말한다. 환자를 대하는 이런 자세, 계기가 있었단다.

전임의 2년차 때였다. 박 교수가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던 어느 날 새벽 아내가 집 안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임신중독 증세로 고생하던 중이었는데, 급성뇌중풍(뇌졸중)이 찾아온 것. 급히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 응급 처치를 했지만 몸의 반쪽이 마비가 돼 버렸다. 의사가 말하기를, 다시 좋아지기는 힘들단다. 청천벽력이었다. 좋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의사는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팩트’만 말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재활에 전념한 덕분에 아내는 완벽하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임신에도 성공했다. 그때 낳은 아기는 올해 20세가 됐다.

박 교수는 “의사의 말 한마디가 환자 가족의 희망이 될 수도, 절망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며 긍정적 소통이 환자와 가족의 투병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 “금연은 필수… 의사 처방에 꼭 따라야 꾸준한 유산소운동-긍정적 사고 도움” ▼
박 교수가 말하는 협심증-심근경색증 예방법

수도관을 오래 쓰면 내부에 찌꺼기가 쌓인다. 찌꺼기가 물의 흐름을 막아 수돗물이 졸졸졸 나오게 된다. 협심증이 이와 비슷하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나이가 들면 2명 중 1명꼴로 협심증 위험인자인 동맥경화 증세가 나타난다”며 “미리 병을 발견해 대처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령자 중에는 평생 운동을 열심히 했고, 흡연도 하지 않으며, 고혈압이 없는데도 협심증 환자인 경우가 꽤 있다.

꽉 막혔던 수도관이 터져 버릴 수도 있다. 협심증을 방치했을 때 급성심근경색증이 이런 식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증세를 미리 알아두고 대처해야 한다.

협심증은 활동할 때 통증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계단을 빨리 오르거나, 빨리 걷거나 달리기를 할 때, 가파른 산을 오를 때 흉통이 생긴다. 때로는 목으로 통증이 퍼지기도 한다. 단, 활동을 멈추고 쉴 때는 통증이 사라진다.

급성심근경색증은 움직이지 않아도 통증이 계속된다. 10분 이상 식은땀이 나면서 가슴이 터져나갈 듯이, 혹은 칼로 베는 듯이, 혹은 치아가 빠져나갈 듯이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면 급성심근경색증을 의심해야 한다. 당장 응급실로 가야 한다.

예방법은 없을까. 생활습관 전체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일단 흡연이 가장 큰 위험인자다. 나이가 들면 무조건 금연해야 한다.

둘째, 의사의 처방을 꼭 따라야 한다. 박 교수는 “정체불명의 건강식품을 치료 목적으로 먹다가 큰일 날 수 있다.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라”고 말했다.

셋째,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적게 먹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긍정적 사고를 주문했다. 박 교수는 “병에 걸린 후 불안해하는 환자보다는 병을 이길 수 있다며 씩씩한 환자들의 치료가 실제로 훨씬 잘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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