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청년 취업지원비 등 선심성 대책 대거 편성…‘맞춤형’ 당초 취지 무색

송충현 기자 , 주애진 기자

입력 2020-09-10 21:13 수정 2020-09-10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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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0일 7조8000억 원 규모의 ‘맞춤형 긴급재난지원 패키지’를 내놓은 이유는 예산이 한정돼 있는 만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취약계층을 집중 지원하자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정책의 면면을 뜯어보면 통신비와 청년 취업지원비 등 사실상 보편적 지급에 가까운 선심성 대책들이 대거 들어있어 ‘맞춤형’이라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심을 고려하느라 얼마 안 되는 예산을 사실상 전 국민에게 나눠주려다 보니 소득 보전이나 소비 진작 등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생색내기용 예산 낭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에 최대 200만 원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이 제한되거나 영업을 못하게 된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이다. 정부는 전체 지원 규모의 약 41%인 3조2000억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에 배정했다.

소상공인 새희망자금은 연매출 4억 원 이하 소상공인 중 매출이 감소한 이들에게 100만 원의 경영안정자금을 주는 대책이다. 매출 감소 여부는 정부가 국세청 자료 등을 이용해 2019년도 평균 매출액과 올해 상반기 부가가치세 신고 평균 매출액을 비교해 판단할 예정이다. 올해 개업한 소상공인은 월별 카드매출액 등을 참고해 돈을 준다.

수도권 내 음식점과 커피전문점 등 오후 9시 이후 영업이 제한된 집합제한업종은 150만 원, 전국 PC방과 실내집단운동 등 고위험시설과 수도권 학원 독서실 실내체육시설 등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 자체가 중단된 집합금지업종은 200만 원을 받는다. 정부는 집합제한 및 집합금지 업종은 매출액이나 매출감소 여부와 무관하게 경영안정자금을 지급할 방침이다. 전체 수혜 대상은 전체 소상공인의 약 86%인 291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미 폐업한 점포에 대해선 취업이나 재창업 관련 교육을 듣는 경우 50만 원의 폐업점포 재도전 장려금을 준다. 그동안 폐업 점주는 소득 증빙이 안 돼 지원금을 못 받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소득이 줄어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프리랜서 70만 명에게 50만~150만 원을 지급한다. 1차 지급 때 150만 원의 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이들에게는 별도 심사 없이 50만 원을 추가로 주고 새로 신청한 사람에겐 6, 7월 평균소득과 8월 소득을 비교해 소득이 줄었으면 150만 원을 지급한다.

휴업 휴직수당 일부를 지원하는 근로자 고용유지지원금 지급 대상을 24만 명 확대하고 지원 기간을 180일에서 240일로 늘린다. 실업으로 생계가 곤란해진 계층을 위해 2만4000개의 생활방역 일자리를 만들고, 중위소득 75% 이하 저소득층을 위한 두달짜리 일자리 5000개도 만든다.

학교와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학부모들의 부담이 커진 점을 감안해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가정에 아동 1인당 20만 원의 돌봄비용을 지급할 예정이다.

● 저소득층 지원보다 많은 통신비 지원 예산

정부는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대책’이라고 강조하지만 일각에서는 13세 이상 전 국민 2만 원 통신비 지원 등 사실상 보편적 지원 성격의 사업이 대거 포함돼 대책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최근 불안정한 지지율 등을 의식해 선심성 현금 살포에 나섰다는 비판마저 일고 있다.

통신요금 지원 예산은 9300억 원이다. 이는 실직 등으로 소득이 감소한 가구에 최대 100만 원을 주는 ‘위기가구 긴급 생계지원’ 예산(3500억 원)의 약 2.7배 수준이며 대책 전체에서도 소상공인 새희망자금과 아동 특별돌봄지원(1조1000억 원)에 이은 3번째 규모다.

당초 정부와 여당은 재정여건을 내세워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큰 계층에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원금을 못 받는 계층이 반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막바지에 선심성 대책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부총리는 이날 브리핑에서 “정부는 재원의 어려움 등 여러 여건 상 청년층이나 노년층에 우선 지원하는 방안을 제기했는데 9일 오전 대통령과 당 대표간 간담회에서 13세 이상 국민들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청년 취업지원을 위한 구직 지원금(50만 원) 지급도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대 500만 원의 직업훈련비와 40만 원 규모의 참여수당을 지급하는 취업성공패키지나 월 50만 원씩 6개월간 지급하는 구직활동지원금과 중복 수급이 가능하다. 기재부는 앞서 실업청년 50만 원 지급설이 거론되자 강력 부인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 취업하지 않고 있는 청년들에게 50만 원을 한 번 더 주는 개념”이라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통신비 지원은 원칙도 없고 추석을 앞둔 포퓰리즘 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차라리 통신비나 아동돌봄지원 같은 선심성 지원사업의 재원으로 어려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지금보다 더 많은 지원을 해주는 게 맞는다”고 했다.


세종=송충현기자 balgun@donga.com
세종=주애진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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